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너무 괴롭습니다, 어떡하죠? (2022.04.29.)

Buddhastudy 2023. 11. 2. 19:39

 

 

저는 현재 결혼 25년 차 가정주부입니다.

남편은 지금까지 줄곧 외도를 해왔는데,

1년 전부터는 제 지인과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마음이 불안합니다.

남편은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퇴직 후에 지인이 사는 고장에서 살고자 합니다.

요즘은 남편이 쉬는 날이 많은데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밖으로 돌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만나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지만 욱하는 성질의 남편이다 보니

대화조차 어렵고 하루하루가 괴롭습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니

남편은 같이 살기가 무척 힘든 사람인데,

같이 사는 이유가 뭔가요?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혼을 하려면 아이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미 성인이 된 자녀의 의견은 참고는 하되

부부가 그 의견을 받아들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만약 지금 질문자가 경제적 여력만 된다면 바로 이혼하고 싶다는 건가요?

 

...

 

경제력을 제외하고도 남편과 같이 살 수밖에 없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가요?

남편과 지금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만 말해 보세요.

 

...

 

남편이 경제력도 있고, 인물도 좋고 든든하고, 자상하고

성적인 문제도 특별히 불만이 없다면

충분히 같이 살 만하지 않나요?”

 

...

 

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줄곧 외도하고,

고집이 세서 대화가 안 되고, 욱하는 성격이라는 것은

살기 어려운 조건에 해당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남편이 경제력 있고, 인물 괜찮고, 든든하고 자상한 사람이고,

부부관계도 특별히 불만이 없는 것은 살기 좋은 조건이에요.

 

그러면 다시 물어볼게요.

질문자가 보기에 남편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나요?

니면 가정은 지키고 그냥 바람만 피울 생각인 것 같나요?

 

...

 

결혼 생활 25년 동안

남편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바람을 피우면서 그냥 지나갔는지

아니면 다른 여자와 아예 살림을 차린 적이 있는지, 어느 쪽이에요?

 

...

 

모르는 게 약이에요.

모르는 건 좋은 일입니다.

요즘은 90세까지 사는 시대잖아요.

지금 질문자의 나이가 어떻게 돼요?

 

9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38년은 더 남았는데,

지금 남편과 이혼하면 혼자 살 거예요?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든지 재혼을 하든지 할 거예요?

 

38년을 혼자 살고 싶다고요?

 

만약 질문자가 남자친구를 새로 사귀거나 재혼을 한다면,

지금 남편 정도의 조건을 가진 남자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만약 이혼하고 남편이 홀아비가 된다면,

남편을 데려갈 여자가 있을 것 같아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면 남편을 완전히 버려서

다른 여자가 주워가 버리는 게 나아요?

그냥 남편은 남편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놔두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도 내가 좀 쓰고

필요할 때 남편에게 의지도 좀 하는 게 나아요?

 

...

 

남편은 이혼하든 안 하든 어차피 제멋대로 돌아다닐 사람이잖아요.

질문자와 아예 이혼하고 본인 마음대로 돌아다니도록 내버려 두면

남편이 성질내는 모습을 안 봐도 되고

어디를 돌아다니든 신경 안 써도 되는 장점이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와 인물 좋은 남편, 든든한 의지처라는 좋은 점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니 오늘, 이 즉문즉설을 통해서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오늘 부로 나는

마음속으로

이 남자와 이혼했다

 

그러면 남편이 어디를 돌아다니고 누구를 만나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대신에 형식적으로는 이혼을 안 했으니까 경제적 풍요도 누릴 수 있고

질문자가 필요할 때 의지처도 되고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일거양득이에요.

복잡하게 살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아무리 성질이 더러운 사람도 간섭을 안 하면 성질을 안 부립니다.

간섭을 하니까 성질을 부리는 거예요.

남편이 무슨 말을 해도 이렇게 한번 대답해 보세요.

 

, 맞습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청소부나 가정부를 해서 생활비를 벌려면

하루 여덟 시간은 꼬박 일해야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가끔 집에 올 때 밥 좀 해주고

큰소리치면 몇 번 동조해 주는 정도는

그에 비해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성질 더러운 남편이 늘 집에만 있으면

같이 살기가 쉽지 않은데

늘 밖으로 돌아다니고 가끔 밤에만 들어온다면서요.

쉬는 날이 많은 사람이 늘 밖으로 도니까 생활하기가 훨씬 수월하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에게 남편이 복덩어리인데

무엇 때문에 발로 차서 버리려고 그래요?

 

항상 질문자만 쳐다보고 늘 부드럽게 말하는 남자가

질문자가 원하는 남자예요?

남편은 질문자가 원하는 그런 남자가 아닌 건 맞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말을 들어보니

재혼 상대자로 이 정도 조건을 갖춘 남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굳이 그런 사람을 발로 차서

남 좋은 일 시킬 이유가 뭐 있어요?

 

잘난 남자를 독점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독점하려는 생각만 버리고

적절하게 질문자가 필요한 만큼 쓰면서

같이 살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인생관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나는 나 이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사람하고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같이 안 산다.

인물이 아무리 좋아도,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그런 인간하고는 안 산다. 끝이야!’

 

이렇게 딱 주관이 분명하다면

구질구질하게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알았다. 네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가서 살아라,

나는 길거리에 나가서 밥을 얻어먹더라도

내가 알아서 살겠다.

텐트만 쳐놓고 살아도 나 혼자 살겠다.’

 

이렇게 입장이 딱 분명하면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경제적 풍요도 누리고 싶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도 있다는 겁니다.

 

비록 남편이 질문자가 원하는 모든 걸 해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질문자의 욕망을 채워줄 남편 같은 사람을 새로 만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성질이 더럽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남편을 아예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지금 딱 깨달으면

저절로 이런 마음이 들어요.

 

그래, 너는 너 좋은 대로 돌아다니면서 살아라.

그래도 생활비를 주는 고마운 사람이니까

집에 오면 내가 밥해주고 빨래해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줄게.’

 

회사원도 월급 주는 사장의 말을 잘 들어야 하듯이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사장이라고 생각하세요.

회사에서 받는 월급과 남편한테 받는 금액을 대조해 보면

어느 정도 남편에게 서비스를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딱 잡으면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아요.

남편한테 적절하게 맞추고 사는 게 낫습니다.

괜히 지금 이혼해서 뼈 빠지게 일하고 힘든 모험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질문자가 남편과 이혼하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남편을 독점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 생각만 딱 버리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 사세요.

못난 남편 만나서 100% 독점하느니

잘난 남편 만나서 50% 지분만 가져도 저에게는 충분합니다.

나머지 50%는 누가 나눠 가지든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관점을 딱 바꾸면 어떨까요?

소기업 지분을 100% 가진 것보다

대기업 지분을 50% 갖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만약 질문자가

남편이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저는 바람피우는 사람하고는 같이 살 생각이 없습니다

이렇게 입장이 분명하면

애초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질문자는 어차피 욕망을 좀 채우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한 거예요.

질문자는 남편이 자신의 욕망을 100% 채워주지 않는다고 불만인데

이 세상 남자 중에 질문자의 남편만큼이라도

질문자의 욕망을 채워줄 남자는 없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중고차를 시장에 판다고 합시다.

그런데 계산해 보니까 중고차 판 돈으로 그만한 차를 새로 구매하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흠집이 좀 있더라도 지금 가진 차를 그대로 갖고 있는 게 낫다는 겁니다.

 

한 번 결혼했으면 평생 살아야 한다는

윤리 도덕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게 아니에요.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극히 질문자의 이익적 측면을 위해 조언하는 겁니다.

 

그러니 생각만 조금 바꿔서 마음속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남편과 나는 이혼했다이렇게 받아들여 보세요.

형식은 그대로 두고

내면적으로 딱 한 생각만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남편이 미워서 함께 사는 하루하루가 괴롭다면서

남편의 장점을 말하라니까

돈 잘 벌고, 인물 좋고, 든든하고, 자상하고, 부부관계에 부족함이 없어요

이렇게 말했잖아요.

 

지금 생방송에 접속한 5천 명에게

남편이 이 정도 되는 사람이 있는지 채팅창에 한번 물어볼까요?

다 잘 사는 것 같지만 개인마다 어려움을 갖고 삽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이혼하면 후회할 확률이 매우 높아요.

 

남편이 누구하고 놀든 신경 딱 끄고

내가 다니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가 경제적으로 독립이 될 정도가 되려면 5년은 걸린다면서요.

 

이렇게 5년을 같이 살아보고

그때 가서 다시 어떻게 할지 결정해도 됩니다.

어차피 지금 당장 남편과의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오늘은 마음으로만 관계를 단절하세요.

5년 후에 법적으로도 관계를 단절하든지

그건 질문자가 결정할 일이에요.

 

...

 

수행한다는 생각에 또 너무 어렵게 관계를 풀려고 하지 마세요.

남편에게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

단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오직 장점만 가지려고 해서 생긴 문제예요.

 

장점만 취하려고 하는 집착이

모든 괴로움을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남편에 대한 집착을 놓아 버려야 합니다.

5년 후에는 질문자가 자립할 수 있다고 하니까

그때까지는 남편을 내버려 둬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