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나 몰래 대출을 받은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나요. (2022.06.10.)

Buddhastudy 2023. 11. 6. 20:02

 

 

저는 7개월 아기를 키우는 33살 엄마입니다.

결혼 전에는 부모에게 화가 자주 났었는데 최근 들어 남편과도 많이 다툽니다.

남편이 저 모르게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대출을 수천 받았는데,

그때는 화가 나기보다는 함께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죄책감으로

남편이 출근 전, 퇴근 후 잠만 자고 육아도 살림도 손 놓아버렸습니다.

저는 아기가 잠든 후에 알바까지 하고 있는데,

너무도 부족한 잠 탓에 남편에게 너무나 화가 납니다.

남편은 본인이 이토록 약해진 게 저 때문이라고 하며

제가 이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저의 높고 까다로운 기준에 이제는 맞출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남편이 한심해 보이고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갑니다.

제 화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화가 어디서부터 오기는요?

본인으로부터 오죠.

그러면 아이 돌보느라 지금은 직장에 안 나가고 있어요?

 

아이 낳기 전에는 직장에 나갔어요?

 

질문자가 직장에 안 나가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졌어요?

 

남편이 가게를 운영합니까?

 

생활비가 부족해서 돈을 빌린 것이라면

헛된 곳에 돈을 낭비한 건 아니잖아요.

주식이나 노름해서 날린 것도 아니고요.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받아서 썼는데 왜 화가 납니까?

사전에 본인이랑 의논을 안 해서 화가 나는 거예요?

본인과 의논을 하면 돈이 더 생기고, 의논을 안 하면 돈이 덜 생겨요?

 

어떤 방법이 가능했을까요?

 

그럼, 대출을 갚고 나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잖아요.

돈을 다른 곳에 써버렸다면 갈등의 조건이 되는데

대출을 받아서 생활비에 썼다면

지금부터 의논해서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혼할 때는 상대에게 잘 보이려고 약간씩은 누구나 다 속입니다.

왜 화장을 하고 나가요?

그것도 속이는 겁니다.

왜 굽이 높은 신을 신어요?

그것도 속이는 겁니다.

옷은 왜 잘 입고 나가요?

그것도 속이는 겁니다.

왜 데이트할 때 돈을 빌려서라도 지갑에 돈을 넣고 나가요?

그것도 속이는 거예요.

좋게 말하면 예의를 차리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잘 보이려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남편이 잘 보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질문자가 결혼한 겁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세수하고 보니까 얼굴이 다르고,

신발 벗고 보니까 키가 작고,

옷을 벗고 보니까 몸매가 못한 거죠.

 

그것처럼 질문자도 깨 놓고 보니까

남편의 수입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 갈등이 생긴 거예요.

 

남편은 완전히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잘 보이려고 약간씩 속인 겁니다.

그렇게 안 하면 결혼이 성립이 안 되었을 거예요.

 

사실 그대로도 괜찮은 남자라면

그 남자가 질문자를 쳐다보았겠어요?

질문자보다 나은 여자를 쳐다보았을 겁니다.

 

나를 쳐다보는 남자는 내 마음에 안 들고,

내가 쳐다보는 남자는 또 다른 여자를 쳐다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약간 구두의 굽을 높이고, 약간 화장을 하고, 약간 경력을 속여야

결혼이 성사됩니다.

지난 선거에서도 경력을 약간 속이는 것이 뉴스에 나왔잖아요.

 

물론 완전히 위조하면 범죄가 되겠죠.

그런데 우리는 다 살면서 약간씩은 자기를 과장합니다.

왜냐하면 욕심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욕심을 버리고,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나를 좋아하는 상대와 결혼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찾아서 결혼하려고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남편이 특별히 잘못된 남자는 아니에요.

욕심이 과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

만약 질문자가 이혼을 해서 애기 하나 데리고 재혼한다면

현재의 남편보다 더 좋은 남자를 구할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하지만 확률이 매우 낮죠.

혼자 사는 길도 있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든지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줄었고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대출이라도 받아서 수입이 있는 것처럼 해서 속인 겁니다.

나쁜 의도로 속인 게 아니라 질문자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다 보니 속인 거예요.

솔직히 깨 놓고 얘기하는 게 가장 좋았겠지만

때로는 사람이 그렇게 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 지나간 걸 자꾸 문제 삼지 말고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다음부터는 너무 나한테 잘 보이려 하지 말고

어려운 게 있으면 솔직하게 드러내고 함께 풀어나가자.

지나간 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게
부부가 같이 살면서 맨날 지나간 걸 문제 삼으면 피곤해서 어떻게 살겠어요?

 

...

 

남편이 실망해서 무너지니까 그 모습을 보고 본인도 무너진 거잖아요.

본인은 남편이 무너지니까 따라서 무너진 것이고

남편은 자기 직장이 뜻대로 안 돼서 무너진 겁니다.

직장이 남편 생각대로 안 되었을 때

남편이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나요, 무너지는 게 좋나요?

 

질문자는 남편이 무너졌을 때

남편 따라서 무너지는 게 낫나요,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낫나요?

 

질문자가 남편 따라 무너진 건 잘한 일이고

남편이 직장 때문에 무너진 건 잘못한 일이에요?

남편이 무너지니 따라서 무너지는 나를 보면서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야죠.

, 세상이 자기 원하는 대로 안 되니 이렇게 사람이 무너지는구나.

사람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구나.

우리 남편도 코로나로 직장이 자기 계획대로 안 되니

저렇게 무너져서 낙담해서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그러니 이럴 때 나라도 격려를 좀 해줘야 되겠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렇게 격려해주면 어떨까요?

자기 뜻대로 안 되니 무너진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여보! 우리 힘을 내서 같이 이 난관을 극복합시다.”

 

질문자도 남편 때문에 무너지니까 이렇게 스님에게 물어서 격려를 받잖아요.

그래서 남편이 무너지더라도 나는 다시 일어나는 공부를 하듯이,

질문자가 남편에게 그런 역할을 해야죠.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데

서로 격려를 해주고 이끌어주고 기다려주고 이래야 부부 아닙니까.

내가 결혼을 잘못했네. 이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겠다' 하는 건

이기심의 극한이잖아요.

 

장사하는 사람도 거래하다가 상대가 어려워서 돈을 못 갚으면,

기다려 준다든지 포기를 한다든지, 다시 일어서게 돈을 더 빌려준다든지 하잖아요.

 

하물며 부부 사이에 지금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대에게

격려를 안 해 주고 더 짓밟는다면

도대체 왜 결혼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결혼이야말로 극도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 아닙니까?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는 반증이에요.

사람 하나 잘 잡아 결혼해서 평생 뜯어먹으려고 하는 심보입니다.

 

저도 수없이 즉문즉설을 해보지만 결혼은 이기심의 극치예요.

그래서 청년들이

스님, 저희가 결혼하는데 축하해 주세요하고 요청해도

저는 축하한다는 소리를 절대 안 합니다.

곧 있으면 둘이 싸우고 후회할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축하할 일인지 아닌지 지금은 알 수 없기 때문이에요.

적어도 십 년 정도 지난 뒤에 사는 모습을 보고 축하해 줄지는 모르겠지만요.

 

결혼은 사회적 협약입니다.

결혼식 할 때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서로 사랑하겠느냐?' 하고 물었을 때

질문자가 하고 대답했잖아요.

그래 놓고 왜 약속을 어겨요?

오히려 질문자는 지금 '네가 무너졌으니까' 하면서 상대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고 선서를 했잖아요.

상대가 무너지든, 상대가 바람피우든, 상대가 어떻게 하든

상대가 이혼을 하자고 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나는 약속을 지킨다는 관점을 가져야 해요.

이건 헤어질만한 사유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이 가진 엄마가 짜증을 내면

아이한테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남편은 나와 헤어지더라도 내 사랑하는 아이의 아빠잖아요.

 

내 사랑하는 아이의 아빠가 무너져서 폐인이 되어 있으면,

우리 아이한테 얼마나 나쁜 영향을 주겠어요?

그러니 설령 남편과 헤어지더라도 남편을 일으켜 세워놓고 헤어져야 합니다.

다른 여자를 구해서 둘이 붙여줘서 잘 살도록

살림을 내줘야 된다는 말이에요.

남편이 잘 살도록 도와주고 내 갈 길을 가야죠.

 

남편은 지금 병원에 가서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인데

만약 질문자가 남편보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면

남편이 자기를 정신병자 취급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요.

세상이 뜻대로 안 돼서 좌절했다는 건

정신적으로 보면 일종의 우울증 같은 병에 걸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컨트롤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 우선 지금은 격려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고,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합니다.

그런 뒤에 병원에 같이 가서 체크해보세요.

이혼을 하더라도 무너진 남편을 다시 일으켜 세워놓고 해야 해요.

 

사람이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죠.

길가는 사람도 쓰러지면 도와줘야 하는데

내 남편이 쓰러졌는데 그걸 외면하면 어떡해요?

 

넘어진 사람을 발로 밟고 그러면 안 돼요.

격려를 해준 다음 진정이 되면

병원에 가서 한번 진찰을 받도록 하세요.

 

우선 따뜻하게 격려해줘서 한 달 정도 지난 뒤에

남편이 일어나면 다행이고,

그래도 못 일어나면

내가 아파서 그런데 병원에 같이 가자하고 데리고 가서

당신도 한번 검진을 받아봐이런 식으로라도 해보는 게 필요해요.

 

세상이 뜻대로 안 될 때 정신력이 약한 사람은 완전히 좌절합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대부분 조금 실망했다가 다시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부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은 자기보다 부인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부인을 만족시키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니까 지쳐버린 거예요.

애쓰다가 포기해버린 거죠.

'에라 모르겠다.

네가 떠나든지 말든지 내 능력은 이거밖에 안 된다' 하고

포기해버린 겁니다.

결혼 생활하면서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있어서 그래요.

 

 

‘‘나한테 너무 부담 갖지 마라.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 서로 격려하면서 같이 살아가자.“

이렇게 말하고 남편을 일으켜 세워주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늘 이렇게 저를 뿌듯하게 만들어줘요.

즉문즉설을 해보면

부부생활이 힘들다’, ‘애 때문에 고생한다가 줄줄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저는

'내가 혼자 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약 오르지요?

약을 팍팍 올려야 여러분이 정신을 좀 차려요.

 

여러분도 행복하게 살아서 스님이

'나도 장가 한번 가볼 걸 그랬나?' 이렇게 부러움을 느끼도록

인생을 한번 살아봐요.

본인이 선택해 놓고 왜 후회하면서 살아요?

결혼해서 살면서 왜 혼자 사는 사람을 부러워해요?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새를 부러워하고, 다람쥐를 부러워해요?

다람쥐가 사람을 부러워해야죠.

 

혼자 사는 사람이 둘이 사는 사람을 부러워해야지,

둘이 살면서 혼자 사는 사람을 왜 부러워해요?

 

각자가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야 합니다.

늙은이는 늙은 게 좋은 줄 알고

젊은 사람은 젊은 게 좋은 줄 알고

결혼한 사람은 결혼한 게 좋은 줄 알고

애기가 있으면 애기가 있는 게 좋은 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자기 삶이 떳떳하고 당당해집니다.

왜 늘 남을 부러워하고 자기를 하찮게 여기나요?

 

그게 바로 본인을 괴롭히는 행위예요.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건 어리석은 행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