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 결혼하고 싶은데 이상형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2023.10.03.)

Buddhastudy 2023. 12. 13. 20:17

 

 

저는 미국에서 MBA를 끝내고

텍사스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만 34살인데 이제 직업과 회사가 안정적이 되어서

가정을 꾸려볼 준비를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다들 몇 평짜리 집이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차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저는 스님의 가르침을 체득해서

저에게 진짜 필요한 이상형의 조건들을 세웠습니다.

그런 후 열심히 데이트를 해봤는데

생각보다 제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립했던 이상형의 조건 자체가 잘못됐는지

아니면 제 자신이 문제인 것인지 고민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못 이루고 있는 지경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혼자 사세요.

 

질문자가 생각하는 이상형의 조건이 무엇인지 한번 들어봅시다.

 

(첫 번째 조건은 저의 커리어 발전을 지지해주는 분입니다.

두 번째 조건은 운동과 식단 관리를 꾸준히 하는 분입니다.

세 번째 조건은 저와 비슷한 연봉을 가진 분입니다.

전 남자친구들이 금전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헤어졌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문제가 없기 위해서는 저와 비슷한 연봉을 가진 분을 원합니다.

네 번째 조건은 키가 173cm 이상인 분입니다.

다섯 번째 조건은 제가 커리어 발전에 도움되는 일을 할 때

함께 하거나 최소한 간섭하지 않는 성격을 가진 분입니다.)

 

다섯 가지 조건을 소박한 요구라고 생각합니까?

소박한 요구라고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80억 인구 중에 남자가 40억이잖습니까.

40억 남자 중에 그 다섯 가지 조건을 딱 집어넣어서 검색하면

그에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혼자 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정말로 결혼을 하고 싶으면 요구 조건이 없어야 돼요.

첫째, ‘남자면 아무나 괜찮다하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40억이 다 대상이 되죠.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 34살이라고 하니까

위로 스무 살, 아래로 스무 살까지만 범위를 좁히면...”

 

좋아요.

그럼, 미국에서는 18세부터 성인이니까

아래로는 18살까지로 하고, 대신에 위로는 60살까지로 더 높입시다.

18세 이하와 60세 이상을 빼면 절반 이상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20억이 남게 됩니다.

 

거기다가 키가 173cm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는데,

160cm 정도로 낮추어야 돼요.

그러면 아마 30퍼센트는 없어질 거예요.

그럼 15억이 남습니다.

이렇게 계산을 하면 대상자를 찾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여기에서 결혼한 사람은 안 된다고 조건을 붙이면

숫자가 완전히 팍 줄어버려요.

그래서 결혼을 하고 싶으면,

첫째, ‘남자면 됐다하는 정도로 기준을 낮춰야 하고,

둘째, 나이는 아래로 스무 살, 위로 스무 살까지 가능하다고 범위를 넓혀야 하고,

셋째,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상관하지 않아야 합니다.

넷째, 신체 조건은 눈만 보이면 된다이렇게 조건을 정해야

주위에서 한두 명이라도 대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질문자처럼 요구 조건이 많으면

전 세계에 한두 명도 없는데 이곳 댈러스에서 어떻게 찾겠습니까?

 

지금 질문자가 이야기한 요구 조건은

평범한 요구 조건이 아니에요.

어떤 사람이 스님, 저는 결혼 상대를 아주 평범하게 생각합니다하고 말하면

제가 묻습니다.

 

나이는 스무 살 더 많아도 됩니까?’

(아니요. 나이는 두세 살 차이가 나야 됩니다.)

 

키는 150 이하라도 됩니까?’

(아니요 170은 되어야죠.)

 

이렇게 두세 가지만 물어보고 검색을 딱 해보면

그런 사람은 없다고 나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말한 요구 조건은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혼자 살 팔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원하는 요구조건은

직원을 채용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한 남자의 부인으로서 내걸 요구조건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할 남자가 안 생기는 겁니다.

나에게 그런 남자가 안 다가올 뿐만 아니라

내가 그런 남자를 찾아도

그 남자는 질문자와의 결혼을 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여기 남자 방청객들이 몇십 명이 앉아 있는데,

이런 여자분을 일찍 만났으면

부인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그래요. 아무도 없어요.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직원을 채용하거나, 사업 파트너를 구할 경우에는

그런 요구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을 찾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결혼을 할 때는

질문자가 파트너십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상대를 만났다 하더라도

상대는 그런 결혼을 별로 원하지 않습니다.

모르죠. 그런 사람이 혹시 있을는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특이한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이곳 댈러스에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상적인 결혼 생활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미 결혼은 불가능합니다.

결혼은 현실입니다.

이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밥을 내가 한번 하면 상대도 한 번 할 수 있는지

방청소를 역할분담해서 할 수 있는지

한 번 사용했던 수건을 또 사용할 것인지 세탁할 것인지

서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인지

이런 것을 따지는 게 결혼 생활입니다.

 

부부가 되면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의 단면들을 가지고 싸우지

무슨 큰 이상을 가지고 싸우는 게 아니에요.

경력과 커리어를 갖고 싸우는 것도 아닙니다.

결혼이란 동거 생활과 같아요.

 

학교 다닐 때 자취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룸메이트를 구할 때는

룸메이트가 부잣집 딸인지 아닌지, 예쁜지 아닌지

그가 가진 배경은 별로 상관하지 않습니다.

룸메이트는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 약속한 것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외모, 학벌, 지위, 경제력,

이런 기준을 갖고 상대를 고르게 되면

사는 내내 갈등이 생기고

실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은 질문자처럼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여자들을 경계합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면 기분이 나쁘지요.

반대로 질문자도 어떤 남자가 질문자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면 기분이 좋겠어요?

 

그런데 본인은 남자를 만날 때마다

키는 170센티미터 이상은 되나?’

사회생활 경력은 좋은가?’

체력단련은 잘하고 있나?’ 하면서

기준을 정해 놓고 상대를 찾고 있잖아요.

그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친구를 사귄다고 생각하면

서로 연령 차이가 나도 괜찮고

사회적 경력을 쌓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대가 기혼자든 이혼자든 친구를 사귀는 데 무슨 문제가 됩니까?

 

그러다 보면 질문자는 상대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가는데

상대는 나를 안 좋아할 수도 있겠지요.

상대가 나를 좋다고 해도

내가 상대를 이성적으로 안 좋아할 수도 있듯이 말이에요.

그런 경우에는 서로 연인이 될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열 명 있어도

그중 단 한 명과도 연인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많은 친구를 사귀다 보면

서로 호감이 가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그런 경우에 연인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렇게 연인으로 사귈 때는

나이가 20살 차이가 나도 상관이 없고

서로 인종이 달라도 상관이 없고

상대방이 이혼자라고 해도 크게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연인과 결혼을 하려고 할 때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결혼을 하려면

첫째, 서로의 생활습관이 비슷해야 해요.

둘째, 결혼은 두 사람만의 관계가 아닙니다.

사위가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며느리가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두 사람을 간섭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수용을 해야 결혼 생활이 편안해집니다.

 

결혼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따라 시댁에도 가야 하고

또 아내를 따라 장인댁에도 가야 하고

뿐만아니라 각각의 형제들이 있어서 그들하고도 만나야 합니다.

 

거기에 서로 인종, 문화, 종교관, 가치관이 서로 다르면

어려움이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결혼이 나에게 과연 이익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약 그런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게 되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포기하게 되거나

결혼을 했다가도 헤어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혼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에

어떤 결혼이든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에요.

누구와 결혼을 해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질문자는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조건을 붙여서

결혼 상대자를 구하니 혼자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혼은 꿈도 꾸지 말고 그냥 혼자 사세요.

 

물론 살다 보면 재수 없이 조건에 맞는 상대를 만나서

결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점은

제가 이야기한 대로 갖고 있어야 번뇌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그런 조건을 가진 상대를 찾아다니면

밤에 잠을 못 자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