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과 철학

명상과 철학_ 재미있는 장자(莊子) 이야기(3)

Buddhastudy 2023. 12. 27. 19:51

 

 

오늘은 세 번째 재미있는 장자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장자 천도편에 나오는 윤편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옛날 중국의 제나라의 환공이라는 임금이 대청마루에서 글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뜰 아래서 윤편이라는 사람이 수레바퀴를 깎고 있었습니다.

 

그는 일하던 연장을 놓고

대청마루 가까이 가서 책을 읽고 있는 임금에게 이렇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임금님께서 지금 어떤 책을 읽고 계시는지 감히 여쭙고 싶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였습니다.

성인의 말씀을 읽고 있지

 

그 성인은 살아계신 분입니까?”

이미 돌아가신 분이지

 

그렇다면 임금님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지금 책을 읽고 있는데

감히 수레바퀴를 깎는 일을 하는 목수가

어찌 나에게 시비를 건단 말이냐?

그래, 내가 한 말이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하지 못하면

너는 오늘 죽여버릴 것이다.”

 

그러자 윤편은 차분하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의 경험으로 비추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수레바퀴를 깎는 데 있어서

바퀴살을 조금 엉성하게 깎으면

헐렁해져서 패인 구멍에 딱 맞지를 않고

조금 덜 깎으면

너무 빡빡해서 잘 들어가지를 않습니다.

헐렁하지도 않고 너무 꼭 끼지도 않게 깎으려면

손의 짐작과 마음이 일치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지

그것을 입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비결이 있기는 합니다만

저는 그것을 저의 아들에게 가르쳐 줄 수가 없고

저의 아들도 그것을 제게서 배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 70이 되어서도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날 사람은 그 전에 줄 수 없는 것과 함께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입니다.”

 

 

수레바퀴를 깎는 일을 하는 윤편이라는 사람은

대단히 용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생사여탈권을 지닌 임금에게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임금에게 그런 위험천만한 이야기를 대담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목수 윤편은 말합니다.

참된 진리는 말이나 글로써 전달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생생한 경험을 말이나 글로써 전달을 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수레바퀴를 깎는 일을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줄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오직 본인의 생생한 경험에 의존해서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든지 사과를 먹어보기 전에는

사과 맛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과 맛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사과를 직접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사과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없습니다.

 

 

명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상은 마음공부입니다.

마음으로 하는 명상은 체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음으로 하는 공부를 머리나 책이나 지식으로 하려고 하면

참된 진리의 자리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명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방식대로

책을 통해 배우려고 하고 머리로 이해하려고만 합니다.

 

그렇게 명상을 접고 나면 제대로 된 맛을 보지 못하고

한참 동안 헤매게 됩니다.

 

그래서 노자는 일찍이

학문의 길은 갈수록 채우고

도의 길은 갈수록 비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구나 처음에 명상을 시작할 때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모든 선입견을 내려놓고 해야 합니다.

마음의 그릇을 비우고 시작해야 새로운 것들이 그 안에 채워집니다.

 

비워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공부가 잘 됩니다.

선입견을 가지고 있거나 무엇을 배워서 가야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접근하면

그것이 되레 공부를 방해하게 됩니다.

 

독서는 간접 경험입니다.

진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 깨칠 수 있으며

그것을 글이나 말로서 전달을 합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지식은 정보를 머리에 입력하고 쌓는 것이지만

지혜는 거꾸로 비울 때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일찍이 언어도단과 불립문자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진리는

문자나 언어를 통해 도달할 수도 없고 전달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목수 윤편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공부는 체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현재가 중요하고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살아있는 공부라고 말합니다.

 

그는 성인의 말씀도 옛사람의 찌꺼기라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말씀이나 경전에 나오는 말들을

금과옥조처럼 믿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는 말합니다.

옛날 성인의 말씀도 현실에 맞지 않는 빛바랜 이야기이니

쓰레기통에 처박으라고 말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진리는 책 속에 없다고 합니다.

직접 체험을 통해서만 깨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옛사람의 찌꺼기에 빠져서 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생생한 경험을 통해서

삶을 활짝 꽃 피우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