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실직하고 나서 어느 곳에도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2023.11.10.)

Buddhastudy 2024. 1. 2. 20:13

 

 

저는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다가 4년 전에 사고를 냈습니다.

그 사고로 실직하고 이제 나이가 오십 가까이 되었습니다.

조종사로 일할 때는 혼자 나가서 살았지만

지금은 부모님께 얹혀살고 있습니다.

집안일을 하면서 눈을 낮추어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아 도전했습니다.

사고 이력 때문에 더 이상 조종사로 일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다른 여러 가지 일에 도전했지만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두려운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입니다.

결국 저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가끔 공황장애가 온 것처럼 굉장히 무서워집니다.

그럴 때마다 병원에 가서 약을 타 먹고 나면 좀 나아집니다.

병원에서는 분리 불안과 우울증이 있다면서 약만 계속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혼자 남겨지는 상황이 가장 무섭습니다.//

 

 

그 사고로 비행기 조종사 자격증이 박탈됐습니까?

 

사고 이력을 숨길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요즘 중소 항공사도 많고, 소방 헬기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걸 이력서에 적어서 지원해 볼 수 있잖아요.

사고경력이 있으면 어떤 곳에서도 취직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럼, 현재 조종사 업계에서는

질문자가 재취업을 할 수 없다고 보시는 거예요?

 

그러면 사람이 꼭 조종사만 하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조종사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앞으로 드론 관련 직종은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군사용이든, 상업용이든, 촬영용이든, 지금 빠른 속도로 수요가 늘고 있어요.

드론 관련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하면 되잖아요?”

 

요즘 시골에서도 농약을 드론으로 뿌립니다.

그 수요가 앞으로 많아질 거예요.

만약 질문자처럼 조종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그 직업을 가지면

일반인이 하는 것보다 더 유리합니까?

 

그러면 그걸 배워서 직접 조종하거나 사람들에게 가르치면 되겠네요.

그것만으로 생활비가 부족하다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좀 더 하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질문자가 갖고 있는 심리적 불안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질문자가 원래 불안 심리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 사고를 통해서 불안 심리가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심리적 불안이 질문자에게는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어요.

 

더 이상 조종사로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만약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는 어떻게 살지?’

하는 것은 어린아이 같은 생각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불안증이 있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상적인 사람은 약간 불안하더라도

그렇게 두려울 만큼 불안감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그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마음이 불안하면 약을 먹고

불안하지 않으면 약을 안 먹고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해요.

 

사실 현대 의학에서 특별한 방법은 없어요.

비행기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생겼다면

심리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서 그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 원래 질문자가 심리적 불안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고로 인해 불안감이 더 심해진 것이라면

약물 치료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합니다.

 

질문자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래 본인이 좀 심리적 불안이 있었는데

사고가 나서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옛날에는 심리적 불안이 없었는데

이 사고가 나고부터 불안감이 심화된 것이라고 보세요?

 

원래 불안증이 있었다면

그런 심리 상태로는 사고를 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종사 같은 직업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형 사고를 낼 위험이 높기 때문이에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서가 아니라

심리 불안으로 인해 비행기를 조종하다가

갑자기 공황장애가 생겨서 비행기를 통째로 몰고 떨어진 경우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다음으로 조금 도움이 되는 것은

매일 108배 절을 하는 거예요.

 

만약 질문자가 교회에 다닌다면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는 하나님 은혜로 잘살고 있습니다.

저는 편안합니다하고 기도해야 하고,

 

만약 절에 다닌다면

부처님, 감사합니다.

저는 부처님 은혜 속에서 편안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또 종교가 없다면 절을 하면서

저는 편안합니다. 잘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면서

자기 암시를 계속해야 합니다.

 

약간 땀이 날 정도로 천천히 매일 절을 하면

치료에 조금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전제로 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심리 불안을 어느 정도 치료하면

어머님이 돌아가셔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이 세상 천하만물이 다 어미가 죽어도 새끼들은 잘 살아가잖아요.

벌레도 어미가 죽고 나서 새끼가 잘 살고

제비도 어미가 죽고 나서 새끼가 잘 살고

다람쥐도 어미가 죽고 나서 새끼가 잘 사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부모님 없이 왜 못 살겠어요?

 

그래서 이 문제는

본인의 정신질환 때문에 생긴 문제이지

어머니가 죽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혼자 사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원래 천하만물이 다 혼자 삽니다.

스님도 혼자 살잖아요.

부처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같이 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 산다고 못 살 일은 없다는 겁니다.

자연계에 있는 생명들은 대부분 다 혼자 삽니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잠깐 교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 혼자 삽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혼자 살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 아니고

정신질환 때문에 불안한 거예요.

병원에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기도를 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질 것입니다.

 

...

 

질문자처럼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은

가급적 신경을 덜 쓰는 일을 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상태가 더 악화됩니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생각을 적게 하는 단순노동을 많이 할수록 좋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저녁에 푹 쓰러져 자야 할 정도로

많이 걷고 많이 일하면 빨리 치료가 됩니다.

 

비행기 조종사는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입니다.

질문자처럼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직업울 갖지 말았어야 해요.

이런 직업을 선택하기 전에 충분히 자신에 대한 진단을 했어야 합니다.

조종사는 처음부터 내 건강에 맞지 않는 직업이었다하고 생각해야

미련이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