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는 남편 때문에 힘듭니다. (2023.11.15.)

Buddhastudy 2024. 1. 4. 20:17

 

 

남편은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늘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면서 별일 아닌 일에 화를 내며 제 탓을 합니다.

한번은 산에 가는데 남편이 스틱을 두고 와서

제가 땡볕에 20분이나 기다렸는데,

전화도 안 받더니 나중에 와서는

화장실 가느라 못 받았다’, ‘5분밖에 안 지났다하면서

그 더운 날에 물이 든 가방을 메고 먼저 가버렸습니다.

부부 모임 때는 자기 친구가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사람이라며

휴게소 화장실에 있는 저를 빨리 나오라고 다그쳤습니다.

며칠 전에는 감자 썩은 거 박스 안에 있으니 버리라고 부탁을 했는데

썩지 않은 감자가 들어있는 박스를 버렸습니다.

분명히 썩은 감자를 버리라고 하지 않았냐라고 했더니

자기가 보기에는 그것도 다 썩었다고 합니다.

성향이 원래 저렇구나하고 넘어가려고 해도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않으면서 항상 제 탓만 해서 너무 힘듭니다.

저도 남편의 친구처럼 배려받고 싶습니다//

 

 

수많은 남자 중에 왜 그런 남자를 골랐어요?

뭐가 좋아서 골랐어요?

 

(제가 좋아하는 조건이 좀 몇 가지가 맞았어요.

안경 쓰고, 키가 크고

마주 앉아서 밥 먹기 싫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생겼고

대학교도 나왔고, 사무실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 좋은 조건을 다섯 가지나 갖고 있으니까

나쁜 조건 한두 가지 갖고 있는 것은 괜찮은데요.

어떻게 사람이 다 좋을 수가 있습니까?

 

사람은 누구나 돈이 많으면 돈 많은 값을 하고,

키가 크면 키 큰 값을 하고,

얼굴이 잘생겼으면 얼굴 잘생긴 값을 하기 마련입니다.

흔히 기술자들을 보고 일본 말로 곤조가 있다라고 표현하죠.

기술자는 기술자 값을 하는 겁니다.

또 지식이 많은 사람은 지식이 많은 티를 냅니다.

 

질문자는 사람의 껍데기만 보고 결혼을 한 겁니다.

안경을 썼다, 키가 크다, 대학을 나왔다, 잘생겼다, 직업이 좋다,

이런 것들은 다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껍데기가 좋아 보여서 결혼을 했는데

속은 안 좋으니까 실망을 할 수밖에 없죠.

슈퍼에서 감자가 커서 좋아 보여서 구입해 왔는데

껍질을 깎아보니까 속이 상해 있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다시 환불할래요,

아니면 상한 부분을 베어내고 먹을래요?”

 

 

 

물릴 생각이 없으면

그러려니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껍데기도 보기 좋고, 알맹이도 알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 아닐까요?.

그러려면 질문자 스스로도

나는 그만한 자격이 되나?’ 하고 되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인물이 잘났나, 키가 크나,

 

지식이 많나, 돈을 많이 버나, 성격이 좋은가, 이렇게 돌아보셔야 해요. 질문자는 뭐가 잘났다고 본인이 원하는 남자가 모든 걸 다 갖고 있길 바라느냐는 말입니다.

 

만약 헤어질 생각이 있다면

빛 좋은 개살구라고 껍데기가 좋은 걸 선택했더니 속은 썩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썩은 감자를 버리듯이 갖다 버려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남편에게 썩은 감자를 버리라고 했더니

사실은 멀쩡한 감자를 갖다 버려서 아까워했잖아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남편과 헤어지면 나중에 아쉬울 수가 있습니다.

멀쩡한 감자를 갖다 버렸다고 후회를 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니 알맹이가 조금 상해도 그 정도는 먹을 만하다이렇게 생각하고

같이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 와서 남편을 고치기는 어려워요.

고치기 어려운 걸 고치려고 하면 질문자만 힘듭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정도는 별일 아닌 것 같아요.

화를 좀 내도 그러려니하면 되죠.

대답을 동문서답해도 그러려니하면 됩니다.

 

감자 한 박스 좀 버리면 어떻습니까.

어쩌면 남편 말이 맞는지도 몰라요.

자세히 보면 그 감자도 썩었을 수가 있어요.

그러니 우리 남편은 내가 보기에 조금 어수룩한 면이 있지만

사람은 괜찮다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부족한 점만 찾아서 따지면 질문자만 피곤하고 힘들어요.

 

(예를 들어 제가 사과 맛있냐?’ 하고 물으면

남편은 바나나에 대해 얘기를 합니다.)

 

 

그러니까 그러려니하고 넘어가라고요. 남편이 경상도 사람이에요?

 

저는 남편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가 금방 되는데요.

저도 경상도 사람이거든요.

경상도 사람은 말투가 원래 그래요.

경상도 사람은 내일 우리 집에 놀러 와라하고 초대를 받을 때 고맙다는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가면 뭐 주노?’ 이럽니다.

약속에 늦은 사람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괜찮다는 말을 난 네가 오다 죽은 줄 알았다

이렇게 표현합니다.

 

대화의 기본 틀이 이런 식이에요.

질문자가 사과를 얘기했을 때 남편이 바나나를 얘기하는 것은

사과가 맛있다는 표현입니다.

서울 남자랑 결혼하지 왜 경상도 남자랑 결혼했어요?

 

그래서 그러려니하며 사는 길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치 아픈 일이 그 정도라면 다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 술 먹고 운전한다,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마약을 한다, 노름을 한다,

이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만 안 해도 살만해요.

대부분은 그런 일들 때문에 힘들어하거든요.

이런 걸 호강에 받쳐서 요강을 깬다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별일도 아닌 일에 대해 신경을 지나치게 쓰는 거에요.

 

큰 트집을 잡을 게 없으니 소소한 것 갖고 트집을 잡는 겁니다.

더 이상 트집을 잡을 게 없으면 나중에는

수건을 썼던 걸 또 쓴다’,

옷을 벗어서 아무 데나 둔다’,

변기에 오줌을 누면서 밖에 떨어뜨린다

이런 트집을 또 잡게 됩니다.

 

큰 문제가 없으면 그런 일들을 갖고 갈등을 하게 되는 거예요.

큰 사건이 생기면 그런 정도는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지금 질문자는 소소한 것을 갖고 문제를 삼는 거예요.

질문자가 그런 것까지 다 배려하는

상냥한 남자를 만날 복은 지금 없어 보여요.

큰 사고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면 다행이다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런 말을 남편에게 직접 말하면 안 돼요.

남편은 본인이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본인이 어리숙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보기에 어리숙해 보이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없어요.

이게 괜찮으면 저게 부족하고,

저게 괜찮으면 이게 부족합니다.

 

만약 인물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친절한 남자가 질문자의 남편이라면

그 남자의 주위에는 여자가 늘 많아요.

그래서 질문자는 평생

여자 문제를 걱정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남편은 좀 무뚝뚝하니까

주위에 여자가 별로 없는 거예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좋은 냄새를 안 풍기고 나쁜 냄새를 풍기니까

다 도망가 버리고 없잖아요.

그래서 질문자 혼자 남편을 독점할 수 있는 거예요.

 

남편의 단점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남편은

굉장히 유리한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남편을 나쁘다고 여기지 말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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