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9)

세상에서 가장 미움 받았던 배우의 변신 (※스포주의※)

Buddhastudy 2019. 5. 27. 20:08


안녕하세요. 체인지그라운드 윤충희 PD입니다.

여러분 혹시 <왕좌의 게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다 못해 완전히 열광했습니다.

엄청난 스케일과 제작비를 보여주는 대작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악함이죠.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마치 현실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네드 스타크가 시즌 1에서 목이 잘리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네드의 장남은 다다음 시즌에서 어이없게 기습을 당해 죽고 맙니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가 사랑하는 인물을 가차 없이 줄여버립니다.

 

이토록 사악하기 그지없는 각본을 이전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착한 인물은 가차 없이 죽어나가지만 나쁜 놈들은 끈질기게 살아남습니다.

바로 이 악당들이 <왕좌의 게임>을 흥미로운 작품으로 만들었죠.

 

인상적인 악당들이 정말 많습니다.

음모의 지배자 리틀 핑거, 고문 전문가 램지 볼튼에 최악의 악녀 서세이는 최종 보스로 등극했죠.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가장 미움받은 악당을 꼽으라면 단연코 이놈이 1등을 차지할 겁니다.

바로 조포리 바라테온입니다.

조프리의 악행은 뭐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차고 넘칩니다.

자기 기분 따라 충동적으로 네드의 목을 치더니, 그 머리를 네드의 딸 산사에게 보여주기까지 하죠.

이것 때문에 북부의 반란이 일어나고 왕국이 혼란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사악한 것을 넘어서 사악한데다 멍청하기까지 한 최악의 왕이었죠.

이런 행적만으로도 시청자의 미움을 사기는 충분했지만, 사실 왕좌의 게임에는 조프리에 맞먹는 미친놈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럼에도 최악의 악당으로 올라선 데에는 조프리를 연기한 잭 글리슨의 역할이 컸습니다.

처음 조프리를 봤을 때, ? 얘 어디서 본 적 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배트맨 비긴즈>에 등장한 꼬마였더라고요.

 

이렇게 잭 글리슨은 아역 시절부터 꾸준히 배우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게 됐죠.

 

연기를 정말 잘했거든요.

 

오디션부터 인상적이었는데, 잭이 조프리의 대사를 연기했더니 심사위원들이 전부 웃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잭은 자기 연기가 이상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프리 이미지에 너무 잘 어울려서 그랬다고 하네요.

 

왕좌의 게임 원작자인 조지 마틴도 그의 연기에 만족해서 이런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정말 훌륭한 연기였어. 모두가 자네를 미워하네.”

 

잭은 조프리 그 자체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조프리를 미워하게 만들었고, 최악의 악당으로 등극했죠.

 

드라마에서 조프리가 죽는 순간에는 온 시청자가 환호성을 지를 정도였어요.

 

잭은 드라마의 성공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그의 재산은 8백만 달러를 넘어서게 됩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런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촬영장에서나 사람들 앞에서는 쾌활한 척 행동했지만 속으로는 갈등을 겪고 있었죠.

 

세간에는 악플이 너무 심해서 배우 활동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잭이 갈등을 겪은 진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잭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죠.

결국 잭은 겨우 21살의 나이에 연예계에서 은퇴할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대신 대학에서 종교, 철학, 히브리어를 공부하기로 하죠.

연기보다는 학문에 관심이 많았고, 교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배우로서의 영광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하죠.

 

지금은 학업을 마친 뒤, 친한 친구들과 함께 더블린에서 작은 연극 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인형과 음악을 활용한 코미디 쇼를 만들어서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고 있죠.

 

잭 글리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커리어를 물리치고 자신의 꿈을 따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많은 부와 명예를 모두 포기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잭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것을 찾아 떠났습니다.

 

비록 스크린에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겠지만, 꿈을 찾아 떠난 청년의 앞길에 희망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악의 악당 조프리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전 세계의 미움을 받았던 잭 글리슨.

앞으로는 그가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훌륭한 교수님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