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백 만년 전
당신은 지금 유목생활을 하는 부족의 일원으로
산속에서 오늘 먹을 식량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갑자기 근처에서 아스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얼어붙고 모든 동작을 멈추고 웅크립니다.
당신의 뇌에서는
동작을 멈추겠다는 생각이 만들어지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빠른 100만 분의 1초라는 엄청난 속도로 계산해
위협 반응을 자동적으로 만들어냅니다.
아드레날린이 몸 전체를 돌며
심장이 빨리 뛰고, 동공이 확장되고, 호흡이 얕고 가빠집니다.
신속하게 싸우거나 도망치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소화 및 생식기관의 기능을 잠시 차단합니다.
혈액이 소화기관에서 근육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은 반응이 있지만
덕분에 다리를 비롯한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갑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던 곳에서
사자가 어슬렁거린다면 도망치겠다는 판단을 내리겠지만
다행히 날아가는 새를 발견합니다.
심장 박동 수는 천천히 감소하고
아들에 날린 수치와 공포는 잠잠해지고
뇌와 신체는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당신의 뇌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빠르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불안이며
공포라는 감정은 생존을 위한 신체적인 반응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몇 백 만년 후, 현재
당신은 도시의 골목 작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두운 저녁 시간, 혼자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거실 창밖에서 ‘꽝’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납니다.
그 순간 심장이 빨리 뛰, 겁에 질려 꼼짝도 못한 채
소리가 난 창 쪽 바라봅니다.
처음에는 미동도 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조심히 확인해 보니
창밖에 무언가 쓰러져 있고 도망가는 고양이가 보입니다.
이후 다시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입맛이 없고, 소화가 잘 안 됩니다.
tv 뉴스에서는 최근 주거 침입이 증가했다고 알려줍니다.
이사를 가야 하나 CCTV를 달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머리가 폭 복잡해집니다.
뇌 과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로버트 세폴스키 박사와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복잡한 형태로 변화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몇 백만 년 전에 인간의 뇌와 현대의 인간의 뇌는
특히 위협에 대한 자동적 반응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시나리오의 구석기 시대에서는
불안반응이 금세 사라져
뇌와 신체는 초기화되어 평온함을 찾았지만
두 번째 시나리오에 현대인은
불안을 야기했던 원인, 고양이를 확인하고도 계속 불안반응을 보입니다.
현대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사자 대신 도시의 소음, 질병이나 가난,
그리고 정서적 학대나 심리적 외상에 의해 악화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히 들리는 벨소리에 의해
불안이 촉발되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우리의 신체는 위험성을 판단하는 일련의 과정을 이미 발동시킵니다.
위협이라고 생각했을 때 일어나는
첫 번째 단계인 자동적인 감정 반응은
주로 편도체, 뇌섬, 즉 선조체의 복합적인 기능으로 작동하는데
현대인의 뇌는 그 위협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자동으로 구별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자주 불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뇌과학자 웬디 스즈키는
책,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에서
이러한 상상의 위협에 반응하는 것은
만성적인 걱정, 산만함, 신체적 및 정서적 불편함, 절망감과 우울감 등이
나쁜 불안의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나쁜 불안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불안으로 인한 감정들이 전부 나쁘기만 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 몸과 마음의 상태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따라서 불안을 비롯한 부정적인 감정은
건강한 스트레스 반응을 방해하는 생각, 감정,
그리고 행동 패턴의 악순환을 멈출 좋은 기회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더 생생하고 강렬하게 기억합니다.
그 결과 이러한 기억들은
우리의 뇌에 더 강력하게 새겨집니다.
왜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기억 하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한 방어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찾고 위험을 감지하며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우선돼야 생존에 유리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불안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자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은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습니다.
감정 조절은 본질적으로 적응적이거나 기능적일 수도 있고
따라서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부적응적인 기능 장애를 보이며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감정 조절이 무의식적이기도 하지만
의식적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과학자들이 감정 조절을
단지 상향식 처리 방식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한
하향식 처리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쉽게 말해
이성을 주관하는 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를 비롯한 영역들을 조절하여
이성으로 감정을 조절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향식 뇌 영역들과 하향식 뇌 영역들 간의
쌍방향 상호작용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감정 조절은
서로 연결된 신경하위시스템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모니터링하며
끊임없이 상호작용이나 상호억제작용을 하는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정 조절이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통제된 조절에서부터
무의식적이고 자동으로 일어나는 조절에 이르기까지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뇌과학자들은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인 뇌와
의식적이고 통제 가능한 뇌를 고려해서
불안을 비롯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4가지를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상황 선택]입니다.
뇌는 뇌가 속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함을 초래하거나
불안을 악화시키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무의식적인 자극들에 의해 계속해서 불안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윗집에서 내는 층간 소음으로 인해
그 압박감 때문에 견딜 수 없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낀다면
그 순간 외출을 하거나 해서 상황을 피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상황 수정]입니다.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면
걱정과 불안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상황을 바꾸는 것입니다.
가령 윗집의 층간 소음이 계속된다면
층간 소음으로 인한 당신의 고통을 윗집에 알려
소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불안을 일부 통제하여 압박감을 스스로 조절합니다.
세 번째는 [주의 전환]입니다.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주위를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가령 어린아이가 개를 보고 무서워하면
부모는 개가 멀어질 때까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아이의 주의를 돌릴 수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의도적인 주의 분산입니다.
네 번째는 [인지 변화]입니다.
가장 정교한 유형의 감정 조절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우리는 가장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자신의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재평가하고 구성합니다.
예를 들어
면접이 주는 스트레스를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자기 자신과 잠재적 회사에 대해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고의 전환과 재구성하는 전략은
두려움과 압박감이라는 감정에서 도전을 위한 흥분의 감정으로
불안을 변형시키는 사고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뇌과학자 웬디 스즈키는 책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에서
불안을 재발견하고, 삶에 유용하고 이로운 것으로 전환할 수 있어 고 말합니다.
그녀는 불안이 주는 6가지 선물이라고 표현하는데
불안을 이용해 회복 탄력성을 갖고 마인드 셋을 바꾸는 방법
집중력을 높이고 더 몰입하는 방법과
창의성과 사회성을 키우는 방법을 통해
현대인들이 나쁜 불안을 좋은 불안으로 전환시키는
일상생활 속 뇌 과학적 방법들을 설명합니다.
걱정과 불안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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