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서는 수십 년에 걸친 수만 건의 연구를 통해
뇌가 뇌신경세포, 뉴런의 전기신호를 통해
신호를 전송하며 소통하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뇌는 전기신호, 즉 스파이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소통하며 활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최근 몇몇 과학자들은
우리 뇌의 800억 개가 넘는 뉴런들 중, 대다수의 뉴런이
스파이크를 전송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대다수의 뉴런이 활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마치 우주를 바라보면 소수의 별들만 빛을 내고
우주의 대부분은 어두운 암흑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파이크가 점화되지 않는 뉴런들을
[암흑뉴런]이라고 부릅니다.
뇌과학자 마크 험프리스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 암흑뉴런들은 전체 뉴런의 최대 9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말은 우리는 아직도 뇌의 90%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며
우리가 모르는 이유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도 뇌과학자들은
전극을 뇌의 겉질에 꽂아
포착한 전기신호를 오실로스코프나 스피커로 전송해
활동하는 뉴런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뉴런을 발견하는 유일한 길은
뉴런의 활동을 포착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활동하지 않는 뉴런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뉴런영상화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형광화학물질을 뇌에 주입해
뉴런이 활동할 때 빛을 내도록 하고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뉴런들의 윤곽을 볼 수 있었고
어떤 뉴런들이 빛을 내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빙산의 일각만 기록해 온 것이었습니다.
그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뉴런의 대다수는
활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마취된 쥐의 뇌겉질을 촬영한 동영상에서
약 1초 동안의 활동적인 기간을 촬영했는데
참고로 1초는 뉴런의 활동 속도를 생각하면 비교적 긴 시간입니다.
그런데 뉴런의 10%에서만 스파이크가 탐지되었고
90%는 침묵했던 것입니다.
아마 쥐가 마취된 상태라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에는 생쥐가
가상세계의 미로를 달리는 동안에 활동하는 뉴런을 기록했는데
겨우 47%의 뉴런만 활동했습니다.
이 수치도 활동의 정의를 심하게 늘린 경우였습니다.
1분 동안 스파이크가 두 번 이상 일어나면
활동한다고 간주된 것인데
1분은 생쥐가 미로를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무려 10배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미로를 완주하는 동안에
대다수의 뉴런은 활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가
가상세계에서 뇌의 활동에 대한 결과였기 때문에
실제세계에서는 더 많은 뉴런이 활동할 수 있다는 의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쥐의 수염 한 가닥으로부터 입력을 받는
특화된 겉질 부분을 촬영했는데
오로지 그 한 가닥의 수염만 담당하는
특화된 수염 겉질 부분에서조차도
67%의 뉴런만 활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도 활동의 정의가 심하게 확장되었습니다.
100초 동안 1회의 스파이크 사건이 발생하면
뉴런이 활동한다고 보았는데
100초는 과제 전체가 완수되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10배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촬영한 모든 곳에서
대다수 뉴런은 무려 1분 동안 단 한 개의 스파이크도 전송하지 않았던 것이죠.
과학자들은 뉴런 영상화 기술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뉴런을 보기 위해 주입하는 형광 화학물질에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물질 때문에 뉴런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혹시 그 물질이 일부 뉴런에는 흡수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화학물질 때문에 뉴런들이 손상된 것은 아닌지 등등
우리가 모르는 어떤 원인들로 인해
실제로는 활동하는데 대다수의 뉴런이 활동하지 않은 것처럼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후 패치클램핑이라는 기술이 나왔습니다.
이 기술은 뇌 속 뉴런에 전극을 물리적으로 갖다 붙이려
즉 패칭시키려 노력함으로써 뉴런을 발견하기 때문에
실험자들은 뉴런의 활동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즉 활동하지 않는 뉴런도 관찰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찰 결과는
이번에도 대체로 ‘활동 없음’이었습니다.
뉴런들의 대다수는 거의 늘 고요했습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뉴런이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뇌의 부분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지금까지의 뇌과학 이론들은
그 부분들 안의 스파이크 패턴의 기초를 둡니다.
그런데 전체 뉴런의 압도적인 다수가
활동하지 않는 암흑뉴런이라는 사실은
그동안의 우리의 이론들이
한 줌에 활동하는 뉴런들에 관한 이론일 뿐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암흑 뉴런들은
무언가 역할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보여집니다.
왜냐하면 뉴런은 제작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유지와 운용에도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매일 우리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5%는
단지 뇌세포들의 생존과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쓰입니다.
실제로 암흑 뉴런들은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고
또 입력을 받아들이기 위해 추가로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출력은 거의 또는 전혀 생산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암흑 뉴런들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파이크를 전송하지 않으면
뉴런의 에너지 사용이 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뇌의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암흑 뉴런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면
진화는 암흑 뉴런을 발생시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암흑 뉴런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뇌과학자 마크 험프리스는 세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첫째, 아이디어는
그동안 실험실에서 뇌에게 요구하는 과제들이
암흑 뉴런을 활동시키기에 충분하지 않고
관찰하는 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뇌의 많은 뉴런들이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암흑 뉴런들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며칠, 몇 주, 몇 달에 걸친 아주 긴 시간 동안
뉴런 활동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학자들의 끈질긴 희생이 필요합니다.
실험실에 갇힌 채 며칠, 몇 주, 몇 달에 걸친 아주 긴 시간 동안 관찰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암흑 뉴런들은 아마도 새로운 것들을 표상하기 위한
예비군이라는 아이디어입니다.
영장류는 수명이 길며 살아있는 내내 온갖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술들을 습득해야 하고, 얼굴들을 익혀야 하고,
인간의 경우는 새로운 개념, 관념, 단어, 장소를 학습하는 엄청난 능력은
스파이크를 사용하여 사물을 표상하는 능력이 많이 요구됩니다.
그 학습의 일부는
아마도 암흑 뉴런들을 통해서일지도 모릅니다.
그 엄청난 뇌의 활동을 위해
예비된 뉴런들일 수 있다는 추측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관찰하기가 힘듭니다.
심지어 주로 실험에 이용되는 설치 동물의 암흑 뉴런들의 수명이 2~3년인데
그 긴 시간 중에 언젠가 암흑 뉴런들이 사용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암흑 뉴런들이 아무 탈 없이 정보를 전송하고 있다고 전제하는 것입니다.
다만 암흑 뉴런들은 합동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죠.
가끔 단일한 스파이크를 전송하는 암흑 뉴런 각각이 기여하는 바는
미미합니다.
그러나 암흑 뉴런들이 모든 뉴런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그 작은 기여들이 합쳐져
무수한 스파이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에 따르면
암흑 뉴런들은 거대한 암흑 뉴런 집단에서 유래한
훨씬 더 많은 스파이크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입니다.
즉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방식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암흑 뉴런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과 기술이 필요한 듯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도 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미래에 암흑 뉴런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뇌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마인드] 뇌는 유전자의 OOO이다 I 유전자와 뇌의 관계 (0) | 2024.10.10 |
---|---|
[뉴마인드] 이렇게 자고 있다면, 뇌에 문제 생깁니다 I 뇌과학 (0) | 2024.10.09 |
[뉴마인드] 인간이 한쪽 뇌, 반구만 잠들 수 있다? I 뇌과학 (0) | 2024.08.26 |
[뉴마인드]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I 뇌과학 감정조절법 [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 웬디 스즈키 (0) | 2024.08.20 |
[뉴마인드] 매운음식에 뇌가 정말 중독될까? I 뇌과학 (0) | 2024.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