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빠다 제9장 <악(惡)>
127.
공중에서도 바다 한가운데서도
산속 동굴에 들어가더라도
악업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이 게송이 설해진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일단의 비구들이 부처님을 친견하기 위해 길을 가다가 한 마을에서 머물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비구들에게 공양할 음식을 만들고 있었는데 한 집에서 불이 났다.
불길이 공중에 치솟아 올랐을 때 까마귀 한 마리가 그 불길에 휩싸였다가
마을 한가운데로 떨어져 죽었다.
이 광경을 지켜본 비구들은
까마귀의 이런 죽음이 어떤 악행의 결과였는지 부처님만 아시리라 생각하고
부처님께 여쭤보기로 했다.
다른 일단의 비구들이 부처님을 친견하러 배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탄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서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그들 중 누군가 재앙을 불러오는 자라 여겨
제비뽑기로 가려내기로 했다.
세 번의 제비뽑기를 했는데, 선장의 아내가 계속 걸렸다.
선장은 비통한 표정으로
“이 한 사람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어선 안 되오.
그녀의 목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바다로 던지시오”라고 말하였다.
그 여인은 바다로 던져졌고, 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배에 탔던 비구들도
이 불운한 여인의 이런 죽음이 어떤 악행의 결과였는지 부처님께 여쭤보기로 했다.
또 다른 일곱 명의 비구들도 부처님을 친견하러 가는 중에 한 사원에 들렀다.
하룻밤 쉴 곳을 청했더니 동굴을 안내해주어서 그곳에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큰 바위가 굴러와 동굴의 입구를 막아버렸다.
다음 날,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원의 비구들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와 다 같이 돌을 치우려고 했지만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굴에 갇힌 일곱 명의 비구들은 어떤 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한 채 7일을 보냈다.
7일째 되는 날,
신기하게도 바위가 저절로 움직여 갇혀있던 비구들이 동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들도 동굴에 7일 동안 갇혀있게 된 것이
그들의 어떤 악행 때문이었는지 부처님께 여쭤보기로 했다.
이 세무리의 비구들이 부처님을 뵙고
여행 중에 겪었던 일들을 말씀드리고 궁금했던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첫 번째 일단의 비구들에게 이렇게 답하셨다.
“비구들이여, 그 까마귀는 과거에 한 농부였다.
그에게는 아주 게으르고 고집 센 황소 한 마리가 있었다.
어느 날 농부는 황소 때문에 참을 수 없이 화가 나
황소의 목에 볏짚을 감아 묶어 불을 질렀고 황소는 타죽게 되었다
농부는 이 악행의 결과로 지옥에서 오랫동안 고통받았고
일곱 번이나 다른 형태로 태어나 타죽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두 번째 일단의 비구들에게 이렇게 답하셨다.
“바다에 던져진 여인은 과거에 개 한 마리를 기르던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어디를 가든 개를 데리고 다녔는데
어느 날 젊은이들이 그녀를 비웃고 놀려댔다
창피를 당한 여인은 개에게 화가 나서
개목에 물을 채운 단지를 묶어 물속에 던져 버렸고 개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여인은 이 악행의 결과로 지옥에서 고통받았고
아직 남아있던 결과 때문에 물에 빠져 죽는 고통을 겪게 되었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세 번째 일단의 비구들에게 이렇게 답하셨다.
“그대들은 과거에 일곱 명의 목동들이었다.
어느 날, 그 목동들은 한 도마뱀이 언덕의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그저 재미로 그 구멍을 막아버렸다.
그들은 7일 동안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7일째 되는 날 그 일이 기억이 나서 도마뱀을 풀어주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그때의 악업의 결과로
7일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한 채 동굴에 갇혀있게 된 것이다
비구들이여, 악업에 대한 결과가 미치지 않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설하셨다.
/공중에서도
바다 한가운데서도
산속 동굴에 들어가더라도
악업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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