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프스는 어려서부터 에너자이저 같았다.
엄마와 아빠를 힘들게 할 정도로 넘치는 에너지를 딴 곳에 쏟기 위해 7살에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코치 밥 바우만은 펠프스가 유난히 긴 상체와 큼직한 손, 상대적으로 짧은 다리를 보고 미래의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런데 펠프스는 감정 기복이 심했다.
경기 전에 좀처럼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한 정신력을 소유해야만 했다.
바우만은 어린 펠프스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언젠가부터 바우만은 훈련이 끝날 때마다 펠프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 비디오 테이프를 꼭 보아라.
일어나자마자 역시 비디오 테이프를 꼭 보아라.
이 비디오 테이프?
이 비디오 테이프는 실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그날그날의 완벽한 레이스를 뜻한다.
즉, 시뮬레이션.
펠프스는 바우만의 말에 따라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출발대에서 다이빙해 완벽하게 수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상상했다.
손동작 하나하나, 수영장 끝에서 손을 대고
턴을 해서 되돌아오는 모습.
자신이 남긴 물갈래, 입술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경기를 끝내고 수영 모자를 벗을 때의 기분까지도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수영 경기의 초 단위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 비디오 테이프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다.
다이어트, 훈련일정, 스트레칭, 수면 시간 같은 다른 습관들이 저절로 생겨나 기록을 더 단축시켰다.
2008년 8월 13일, 베이징 올림픽 경기 3분 전, 펠프스는 출발대에 올라가 다이빙 자세를 취했다.
출발 총성이 울리자 펠프스는 힘차게 도약했다.
그런데 물에 몸이 닿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물안경 안에 물기가 있었던 것이다.
펠프스는 물이 심하게 스며들지 않기를 바라며 수면을 갈랐다.
하지만 두 번째 턴을 했을 때 눈앞이 흐릿해졌다.
세 번째 턴을 했을 때 물안경 안으로 물이 가득 찼다.
이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수영장 바닥에 그려진 선도, 터치판에 쓰여진 T자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올림픽 결선에서 이 지경이 된다면 대부분의 국가대표 선수들조차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고서는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그때였다.
펠프스의 비디오테이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명 위기였지만 비디오 테이프는 물안경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 주었다.
바우만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깜깜한 밤 중 일부러 불을 켜지 않은 채 훈련시킨 적도 있었다.
펠프스의 머릿속 비디오 테이프에는 그때의 장면이 모두 담겨 있었다.
펠프스는 힘찬 스트로크를 유지했다.
마지막 50미터를 남겨두고 최종 터치판을 누를 때까지
몇 번의 스트로크가 남았는지 추정했다. 19번? 20번? 21번 정도인 거 같았다.
그의 주특기인 폭발적인 스퍼트가 시작되었다.
18번째 스트로크에서 관중들의 함성이 크게 들렸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를 응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19번, 20번...’
머릿속에 비디오테이프가 말했다.
펠프스는 온 힘을 다해 21번째 스트로크를 하며 팔을 쭉 뻗었다.
터치판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의 계산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펠프스는 서둘러 물안경을 벗고 전광판을 쳐다보았다.
그의 이름에는 ‘WR(세계기록)’이란 글자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소감을 묻는 한 인터뷰에서 펠프스는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맹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바우만, 대체 펠프스에게 어떤 훈련을 시킨 것인가요?”
“거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작은 승리’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하나라도 작은 승리를 이루어 내면
또 다른 작은 승리를 유도하는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펠프스에게 효과가 있는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우리 팀은 이런저런 것들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시도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작은 성공을 가져다 줄 습관을 정말로 찾게 되었고,
기계적으로 반복해서 자동으로 만들었지요.
경기장에 도착하면 펠프스는 자신의 계획에 따라 이미 절반 이상을 수영한 상태입니다.
머릿속에서 모든 것이 자동으로, 계획대로 진행됩니다.
가벼운 준비운동도 상상했던 대로 똑같이 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수영 경기 당일
금메달은 핵심 습관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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