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대안의 길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의 물질만능의 소비주의,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이 가능할까요?//

 

--금욕과 욕망 추구의 문명사

우리가 물질을 많이 쓰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인식은

자본주의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봉건주의 시대에도 노예제 시대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 속에서 늘 보면

인간의 지나친 욕망이 사회 갈등과 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욕망을 절제하도록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욕망이 제대로 통제가 안 된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항상 욕망을 절제하도록 가르쳤다, 이런 얘기에요.

 

그리고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자본주의의 반대는 사회주의가 아니고 인본주의라고 말할 수 있겠죠.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또는 신본주의다, 신이 중심이 된다.

신이 중심이라고 할 때, 잘못하면 인간을 노예화시킬 수도 있지만

이것은 정신이 더 중심이라는 얘기에요.

 

신본주의에 반대해서 인본주의가 일어나면서

인본주의가 인간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인간의 욕망을 합리화하게 된 거예요.

신본주의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굉장히 부정시 했어요.

그래서 '금욕주의'라고 말하잖아요.

 

금욕주의를 주장하면서 뒤로는 물질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이런 모순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사람의 욕망을 좀 긍정적으로 보는

즉 금욕주의에 반대해서

사람의 욕망을 좀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학문을 연구하는데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은 사실이었어요.

중세 봉건주의를 우리가 '암흑기'라고까지 말하잖아요.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자본주의의 등장

처음에는 그런 좋은 의미였는데 자본주의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자본이 주인이 되어 버린 거예요.

인간의 끝없는 욕망 추구를 합법화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잘한다고 평가하는 세상이 돼 버렸어요.

 

그래서 어떤 가치 기준이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얼마나 다른 사람하고 같이 협력을 했느냐 하는 게 평가 기준이 아니고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어요.

 

전에는 신분이 평가 기준이었는데

이제는 계급도 남녀도 필요 없고 돈만 많이 가져서

물질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

우대되는 사회가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불법적이지만 않으면 술집을 해서 돈을 벌든 뭘 해서 벌든

돈을 많이 벌면 훌륭한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조선시대 같은 계급사회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신분이 낮으면 대우를 못 받았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술 팔아서 돈을 벌면 대우를 못 받았는데

지금은 뭘 하든 돈만 벌면 되는 거예요.

이제는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됐어요.

 

그래서 우리 사회도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아서 돈을 저축하는 게 아니라

재테크라고 해서 도박 게임을 하듯이 해서 돈을 벌죠.

우리가 사는 집은 그냥 생활 공간인데 이것도 투기의 대상이 되고요.

 

자본주의가 초기에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긍정성이 있는 반면에

지금은 너무 지나치게 물질 중심이 돼서

자본주의가 극단적인 소비주의의 제도적인 뒷받침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돈의 세습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

아버지가 왕이면 아들이 왕 되고

아버지가 양반이면 아들이 양반이고

아버지가 관료면 아들이 관료되는 신분세습은 과감하게 철폐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돈이 아들 돈 되고

아버지의 재물이 자녀의 재물이 되는 것은

그대로 두고 있잖아요. 자본주의 사회기 때문에.

 

재물과 권력의 세습은 막아야 하는데

권력이 세습되는 것은 폐지했어요.

자본이 세습되는 것은 그냥 뒀기 때문에

결국 자본을 물려받아서 그 자본의 힘에 의해서 다시 권력을 잡는

변형된 세습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농부의 아들도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이랬는데

지금은 소위 사다리가 다 무너지고

변호사집 아들이 변호사 될 확률이 높고

의사집 아들이 의사 될 확률이 높아요.

 

왜냐하면 돈이 있어서 의대도 보내고

또 의사가 되면 아버지 병원에서 일하고

아버지 은퇴하면 그 환자를 계승해서 병원을 운영하게 되죠.

 

법률회사도 마찬가지고 곳곳에서 일어나죠.

정치도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정치하면

(자녀가) 그 지역구를 물려받아서 정치를 해서

일본 같은 데는 거의 세습 정치라고 말하잖아요.

 

이렇게 다시 세상의 질서가 고정된 계급사회 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제는 자기가 노력해서 돈을 버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극소수고

오히려 물려받은 재산이 있느냐 없느냐가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쪽으로 지금 오게 된 거예요.

 

이러면 사회가 다시 양극화 현상에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고

계급사회로 나아가게 되죠.

 

 

--건강과 젊음마저 ‘빈익빈 부익부’

앞으로 바이오 산업이 발전하면 어떨까요?

 

돈 있는 사람은 나이가 100살이 돼도

50대의 피부와 건강을 가지고 살게 되겠죠.

 

가난한 사람들은 제 명대로 못 살고

보통 사람은 명대로 살다 죽고

이제 상류층은 명이 길 뿐만 아니라 아주 젊음을 유지하고 사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또 돈을 벌어서 지금 화장품 사고 수술하는 수준에서

늙지 않는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끝이 나지 않을 거예요.

 

그런 것에 또 열등의식을 느끼고 부러워하게 되는 거예요.

옛날에 양반 부러워하고 돈 있는 사람 부러워하듯이

이제는 또 육체적 건강을 부러워하겠죠.

요즘 벌써 나오잖아요. 나이가 60인데 30대 피부를 가졌다거나

40대 건강을 가졌다고 하면 부러워하잖아요.

어쩌면 돈이나 권력보다 그게 더 부러울 거예요.

 

지금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다 물질 중심의 가치관이라는 거예요.

얼마나 행복하냐

얼마나 타인에 배려를 하느냐

얼마나 평화적이냐

얼마나 지구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서

후대에도 지속 가능하도록 하는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은

전혀 평가 기준에 들어가지 않는 거예요.

 

 

--물질 중심주의에서 행복 중심주의로

이런 것이 자본주의의 폐단이에요.

 

자본주의의 반대를 사회주의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사회주의도 결국은 '시스템을 좀 바꿔서 물질적 소비를 더 할 수 있느냐' 이죠.

 

어떻게 하면 물질적 소비를 더 하느냐 하는 측면에서는 같아요.

사회주의의 주장은

돈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노동자가 주인이 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물질적으로 잘 산다는 것으로

소비주의 관점에서 볼 때는 (자본주의와) 차이가 없는 거예요.

혜택을 누가 받느냐에 차이가 있는 것 뿐이죠.

 

이러한 자본주의의 폐단이 있다고 해서

시장경제 시스템을 다 없애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또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적한다고

사회주의로 하자는 얘기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물질 중심주의에서 인간의 삶의 가치, 행복 중심으로 가자(는 거예요).

 

지금은 물질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국민총생산(GDP)로 평가를 하는데

부탄의 왕은 행복이 얼마나 크냐,

행복지수로 평가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제안했어요.

 

보통 국제박람회를 추진하면 돈이 얼마 드는데 (경제) 유발 효과가 얼마다,

올림픽을 하면 돈이 얼마가 들지만 경제 유발 효과가 얼마다 하는 식으로

전부 물질로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뉴질랜드의 전 수상은 여기에 돈을 쓰면

국민들의 또는 지역주민의 행복지수가 얼마나 올라가느냐

하는 것을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세속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찾아서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권위주의와 자본주의의 지나친 물질주의를 비판함과 동시에

모든 것을 소비주의적 물질로만 생각하는 것이

지구 환경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비판적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개인의 자유도 무한으로 마음대로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자본주의거든요.

욕망에 대한 일정한 절제를 하되, 개인의 자유는 또 인정하고,

어떤 이유로도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관점을 갖는

새로운 삶의 모델, 가치관의 모델, 우리 인류 문명이 지향해야 할 모델을

우리가 '이것이다'라는 건 아니지만

현재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적하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우리가 만들어 보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과 저도 참여하는 동시에 실험 중인 거예요.

이렇게 사는 게 나은지.

 

너무 생활이 곤궁해도 사실은 여러분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수다 떠는 것 갖고 삶의 의미가 부여되느냐?

 

이런 속에서 내가 어떤 삶을 살 때 내 삶이 의미를 갖게 되는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거기에 대한 신념이 생길 때

바로 이것이 대안적 모델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