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 할머니께서 요양원에 들어가셨습니다
마음이 좋지가 않아서
어떻게 밥을 먹고 행동을 하면 좋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요양원에 갔는데 왜 마음이 안 좋습니까?
할머니는 집에서 보살피는 게 잘 보살펴질까요?
요양원에 가는 게 잘 보살펴질까요?
아니 할머니가 집에 있다가 요양원에 간 거는
집에서 더 이상 못 보살펴서 요양원에 간 게 아니에요?
집에서 보살필 수 있는데, 요양원에 보내버린 거예요?
(그건 아니에요.)
그러면 집에서 보살필 수가 없거나
집에서 보살피는 게 부족해서
요양원에 가면
좀 더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해서
요양원에 보낸 거 아닙니까?
그러면 좋은 일이 생겼는데, 왜 마음이 안 좋아요?
좋은 일이 생겼는데.
...
그 왜 노력을 해요?
사실인데.
사실이 아닌 거를 할 때 노력이 필요하지.
그 스님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그럼, 여러분이 “마음이 안 좋다” 이러는데
아프니까 집에 있는 게 나아요? 병원에 가는 게 나아요?
병원에 가는 게 안 나아요?
근데 왜 마음이 안 좋아.
그다음에 내가 진찰을 했는데, 내시경을 했는데
위암이 발견됐다.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좋은 일이잖아.
암이 오늘 생겼어요? 전에부터 있었어요?
전부터 있었는 거 아는 게 좋아요? 모르는 게 좋아요?
근데 왜 기분이 안 좋아?
이게 우리들의 어리석음이라는 거예요.
알았으니까
이제 수술을 하든지, 그냥 안고 살든지, 식이요법을 하든지
대책을 세울 수가 있잖아요.
‘말기다’ 하면 죽을 준비라도 할 수가 있잖아요.
아는 건 좋은 일이에요.
의사 선생이 내시경을 해서
“오, 암이 있습니다.” 이러면
“아이고, 드디어 발견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이렇게 해야 되는 거예요.
보너스 드려야 돼요.
발견했다고.
내시경 갖고 잘 발견 못해서 암을 키우는 경우 있어요? 없어요?
있어.
그 작은 거 발견하면 그거 굉장히 잘한 거예요.
그러니까 이렇게 우리는
좋은 일이 생겼는데도 엉뚱한 생각을 한다.
그건 왜 그러냐?
다시 말하면
내가 1000원을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누가 100원을 주면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근데 안 준 거보다 나아요? 안 나아요?
낫잖아.
100원이라도 받았잖아.
근데 우리는 100원을 받고 욕을 해요.
이게 문제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암이 없었으면 하는 [기대] 때문에
암을 발견하고 슬프다는 거예요.
근데 기대가 없으면 어때요?
있는 암을 발견했으니까 좋은 일이고
‘스님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 하는데 병원에 갔다 하니까
마음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그죠?
근데 이미 스님이 안 아팠으면 하더라도 스님이 이미 아픈 거예요.
아팠으면 병원에 가는 게 좋아요? 안 가는 게 좋아요?
가는 게 좋아.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기대에 자꾸 사로잡혀 있으니까
바람에 사로잡혀 있으니까
주어진 현실에 대해서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니까 할머니를 집에서 케어할 수 있는데
그냥 요양원에 보내버렸다 하면
조금 더 섭섭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할머니를 집에서 케어할 수 있다는 건
내 생각이지
아무도 케어할 사람이 없잖아.
엄만 엄마대로 바쁘다 그러고
아빤 아빠대로 바쁘다 그러고
삼촌은 삼촌대로 바쁘다 그러고
그럼 없는 거나 다름없는데
“왜 있으면서 안 돌보나”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이분이 어떤 집중적 간호를, 보살핌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집에서는 할 수 없어서 요양원에 갈 수도 있고
있는데 아무도 안 하려고 그래서 갈 수도 있고
어쨌든 집에 있는 것보다는 요양원을 가는 게 나아서 요양원에 가게 됐다.
본인이 가기 싫어도 보살필 수가 없으면 가야 되잖아요. 그죠?
그러니까 이것은 좋은 일이에요.
근데 안 가고도, 안 아프고도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그걸 움켜쥐고 있으니까
이게 슬픔이 일어나는 거예요.
이미 늙었고
아프고
거동 불편이고
일어나버린 일이에요.
이 상태로 여기 있는 것보다는
여기 있는 게 낫다.
그러면 요양원에 간 게 더 나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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