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랑 인연을 끊고 산 지가 2년 정도 됐습니다.
장난한다고 동생 직업과 동생의 어떤 능력에 대해서 약간 비하하는 말을...
동생이랑 인연을 끊고 살고 싶지는 않고
어떻게든 지혜롭게 잘 해결하고 싶은데//
내가 동생하고 인연을 끊고 살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동생이 나하고 인연을 끊고 살겠다는 거지.
“나 너 안 보겠다” 할 때
‘내가 동생하고 인연을 끊는다’ 이렇게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기가 동생하고 지금 인연을 끊고 사는 게 아니고
동생하고 안 만나고 사는 거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그러면 20세 이상 된 성인들끼리는
만나도 되고 안 만나도 돼요.
그것이 20세 이하일 때
한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나중에 20세가 넘어서도
항상 같이 살아야 되는 게 아니고
20세 이하 때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다고, 중학교에 다녔다고,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늘 함께 친구로 지내야 되는 게 아니듯이
20세 이하 때 한 가족으로 살았다고 해서
20세가 넘은 성인이 꼭 함께 살아야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얘기예요.
그러니까 초등학교 친구들과 연락하고 지내면 좋지만
연락 안 하고 지내도 괜찮고
중고등학교 친구들하고 연락하고 지내면 좋지만
안 하고 지내도 괜찮다
이런 얘기예요.
그것처럼 동생하고 연락하고, 교류하고, 지내도 괜찮고
교류를 안 하고 지내도 괜찮다.
성인이 되기 전에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을 때는
한 집에 사니까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된다.
그러나 성인이 된 뒤에는 각자 독립했기 때문에
이제 관계를, 전에는 의무적으로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형제라고 맺어져 있다면
이제는 형제지만은 각각 독립된 사람으로서, 성인으로서
사회적 계약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있는 거예요.
근데 두 사람 사이에 사회적 계약이 지금 틀어진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동생에게 농담 삼아 얘기를 했지만
동생은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에
“너 같은 사람하고는 말하기 싫고, 관계를 맺기 싫다”
이래서 사회적 계약을 파기한 거란 말이에요.
나는 그 계약을 계속 가지고 가고 싶고
상대는 계약을 파기하고 싶다.
이럴 때는 누가 이 우선권이 있느냐?
한 사람은 계약을 하자 그러고
한 사람은 안 하자 그러면
안 하자는 사람이 우선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왜?
계약이라는 건
두 사람이 다 동의해야 계약이 성립하지
한 사람이 동의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관계를 끊은 거는 동생이라는 거예요.
동생이 관계를 끊자고 하니까
내가 아쉽지만, 동생의 의견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것은 뭐 걱정할 일도 아니다.
무슨 큰 죄의식을 가질 일도 아니다.
물론 말실수한 건 사실이고
거기에 대해서 사과를 한 거고
그럼, 그 사과를 동생이 받아주면, 사회적 관계가 성립하는 거고
동생이 안 받아주면,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거다.
그러니까 자기가
“내가 사과를 했는데도 네가 왜 안 받아줬냐?
내가 관계를 원하는데 네가 왜 관계를 끊느냐?”
이거는 자기 말에 대해서나 자기 행위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을 지는 게 아니고
말은 ‘잘못했습니다’ 하면서도
지금 이 문제의 원인을 동생 탓하고 있다.
즉 처음에는 내가 잘못했지만
지금은 니가 잘못이다
이런 생각이 밑에 깔려 있다
이런 얘기예요.
“형제 간에 그만한 일로
아직까지도 몇 년이 지나도록 그렇게 꽁해서 있을 수가 있느냐?”
이런 생각하고 같다.
이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선에서
“동생이 관계를 원하지 않는구나!
그러면 동생이 원할 때까지 기다려야 되겠다”
이렇게 하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어머니는 물론 걱정을 하겠죠.
그래도 어머니께
“동생 잘못이라기보다는 제 잘못입니다.
제가 그날 농담으로 했지만, 동생이 아마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은 것 같습니다.
상처가 치유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니까
어머니 조금 힘드시지만은
조금만 우리 기다려 봅시다.
그러면 동생이 마음에 치유가 되면 다시 우리 웃을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는 거기에 구애받지 말고
저하고는 저하고 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어머니께서는 편하게 이렇게 관계를 맺으십시오.
억지로 ‘동생 보고 자꾸 형하고 화해해라’
이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동생이 마음이 지금 불편하다고 하니까
마음 불편한 동생을 우리가 좀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자기도 좀 기다리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하고요.
결혼해서 자식까지 낳은 부부도 헤어지고 사는 세상에
이렇게 동생하고 헤어져서 사는 거는
그건 아무런 사회적인 문제가 안 됩니다.
다만 내가 좀 아쉬울 뿐이지
그래서 그건 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머니가 조금 걱정하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머니는 잘 위로해 드리면 되지 않겠나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나는 간단한 “그만한 일에” 싶지마는
동생은 어쨌든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치유가 안 될 수도 있고
또 세월이 지나면 치유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일로, 어떤 계기로, 또 마음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조금 놓아놓고 기다리면 좋겠다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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