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의 정관수술을 계획 중에 셋째 아이가 생겨버렸습니다. (2024.08.23.)

Buddhastudy 2024. 9. 2. 20:07

 

 

저는 현재 셋째 아이를 가진 초기 임산부입니다.

첫째 아이는 네 살이고, 둘째 아이는 두 살입니다.

저는 이 두 아이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정관수술을 상의하고 있었는데, 셋째가 생겼습니다.

임신 소식에 사실 기쁨보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셋째를 차마 해칠 수 없어서 낳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임신하고 제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첫째와 둘째를 가졌을 때는 입덧약을 먹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너무 심해서 약을 먹었더니 너무 졸리고 무기력해집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귀찮을 때

아이들까지 말을 안 들으면 너무 짜증이 납니다.

현재는 임신 7주 차입니다.

언제 8개월을 더 품고 있고, 언제 또 다 키우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우울해집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지금 상황을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면 낙태를 하는 것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혜안을 구합니다//

 

 

앞에 질문자 얘기 들으셨죠?

그분은 아이를 원하는데 안 되고

질문자는 원치 않는데 생겼습니다.

 

질문자가 아이를 낳아서 앞에 질문자에게 보내주면 어떨까요?

그러면 질문자도 좋고, 앞에 질문자도 좋겠죠.

앞에 질문자는 1억 원을 주고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의 심리에 대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가 싫다면 생긴 아이도 지우고 싶어 하고,

내가 원하면 다른 곳에서 돈을 주고라도 사 오려는 것이

바로 인간의 욕망이라는 겁니다.

 

욕망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자기 인생이 고달파지기도 하고

또 타인을 해치기도 하는 겁니다.

 

현재 낙태에 관한 우리 사회의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산모의 선택권이 더 중요한가?’입니다.

 

이 두 가지가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태아의 입장과 산모의 입장이 되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제삼자들이 서로 자기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제삼자가 나서서 낙태를 반대하거나 범죄로 규정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이 물어보면 조언하거나 견해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주장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의 한쪽에서는 여성의 권리와 자기 선택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낙태에 찬성합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보수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태아의 생명은 신께서 주신 것이라며 반대합니다.

이런 양극단 속에서 임신 몇 주차까지는

낙태를 가능하게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짧게는 임신 12주 차에서

길게는 24주 차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임신 14주까지는

산모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습니다.

권장하지는 않지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임신 14주 이후에는 불법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태아가 이목구비를 갖추어서

독립된 생명이 되기 시작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임신 14주 차 이후에 낙태를 하려면

산모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질문자는 현재 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하긴 하지만,

단순히 아이가 이미 둘이라서 낙태를 하겠다는 건

부도덕한 일에 해당됩니다.

입덧이 너무 힘들다는 것도 낙태 사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만약 병원에서 태아 때문에 산모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때는 하셔도 됩니다.

그렇지만 임신 초기에 입덧이 좀 심하게 나타나는 것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법정 기한이 남았으니

한 달 정도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산모의 건강에 별로 문제가 없으면

낳아서 키우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기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일이 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저출산 시기에 애국하는 일이 됩니다.

낙태를 하면 심리적으로 죄책감도 오래갑니다.

정부의 정책도 육아 비용의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런 면에서도 아이를 낳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낙태를 하겠다면

혼자 결정하지 말고 의사의 진단을 받은 후

가족들과 상의해서 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죄책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가족 간에 갈등도 생깁니다.

 

첫째, 산모의 건강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낳아서 키우는 게 좋습니다.

둘째, 산모의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

낙태를 선택할 수는 있지만

다른 치료를 겸해서 건강에 문제가 없어지면

가능한 낳는 것이 좋습니다.

 

생기지 않는 아이를 일부러 가지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생긴 아이를 일부러 없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산모가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그 생각이 태아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거나 화를 내면

몸에 긴장이 됩니다.

실제로 누군가를 죽여야만 죄가 아니고,

저 사람을 죽여버리고 싶다이렇게 생각만 해도

인간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굉장한 심리적인 긴장이 일어납니다.

 

태아는 지금 내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궁이 긴장을 하게 되면

아기의 육체적 건강이 잘못될 위험이 있습니다.

 

산모가 우울증이 있든, 부정적인 생각을 하든

부부갈등이 많아 남편을 미워하든

어쨌든 심리가 편안하지 않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아기의 육체적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낙태를 시키겠다하는 생각이

태아에게 전달이 되어

아이가 나중에 부모를 원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부모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신체가 긴장하게 되고

그 긴장이 태아의 여러 가지 신체 기능에 장애를 줄 수 있으니까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입덧이 심하고 몸이 자꾸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낙태를 해버리면 괜찮지 않을까’,

원하지 않는데 괜히 애가 생겼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그냥 아픈 대로 건강을 체크하고, 치료를 해나가면 좋겠어요.

 

그러나 태아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 산모의 건강이 안 좋다면

낙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선택을 해야 한다면

아직은 미성숙한 아기보다는

성숙된 사람의 생명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럴 때 아기를 죽이고 엄마가 살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안 됩니다.

둘 다 죽을 수밖에 없을 때는

하나라도 사는 게 낫잖아요.

엄마가 죽으면 아기는 살 수 있다고 하면

옛날에는 엄마가 죽고, 아기를 살리는 쪽으로 많이 선택을 했습니다.

그만큼 아기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으니까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산모의 생명을

태아보다 조금 더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부정적인 생각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그래도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든다면

그로 인해 큰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힘드니까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화내고 짜증 내는 것은

아이들의 심리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지금 본인의 육체적 건강이 안 좋다면

빨리 약을 먹든지 치유를 해서

두 아이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남편이나 어른에게 짜증을 내면

기분이 나쁜 정도이지, 그게 트라우마나 상처는 되지 않아요.

그러나 어린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다 상처가 됩니다.

그러니 부모로서

조금 더 유의를 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