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의 코인 투자로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2025.02.19.)

Buddhastudy 2025. 2. 25. 19:33

 

 

저와 남편은 아이 두 명을 키우면서 집을 마련하고자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남편이 코인 투자를 해서,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었습니다.

남편은 투자금뿐만 아니라, 저 몰래 대출을 받고, 노후 대비 연금도 해지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하지 말라고 했던 코인 선물까지 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이 큽니다.

남편이 큰돈을 날린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결혼 자금을 날린 적이 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이 느껴지고 무기력해지면서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탈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다시 한번 마음을 잡아볼까 싶다가도

믿음을 저버린 남편과 돈 문제가 또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같이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과 제가 편안해질까요?//

 

 

편안한 것이 목적입니까?

 

그렇다면 지금 그냥 편안하면 됩니다.

편안한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남편이 결혼 전에 결혼 자금을 날렸다면 그때 딱 감을 잡았어야지요.

그러면 결혼식 날짜를 잡아놨더라도 결혼을 그만뒀어야지요.

그런데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 파혼을 어떻게 해!’하고 여기까지 와서

일이 더 크게 벌어진 거예요.

 

그러면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하고

이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첫 번째 돈 사고를 쳤을 때도 파혼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까

또 살아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편이 다음번 사고를 치기까지

좀 더 살다가 그때 가서 그만두는 거예요.

그때 그만두더라도 그동안 아이들을 잘 키웠으니까 좋은 일입니다.

 

셋째, 남편이 다음 사고를 또 치더라도

지금 이 사고를 치고도 살았는데, 더 못 살 이유가 없다하고 생각하며

계속 같이 사는 거예요.

잠잠하다가 남편이 또 사고를 치면

한번 사고 치고도 살고, 두 번 사고 치고도 살았는데,

한 번 더 사고를 친다고 못 살 이유가 없다하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같이 살 수도 있습니다.

 

질문자가 편안하게 사는 데 있어서는

남편이 사고를 치고 안 치고가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첫 번째 사고를 치고 나서 지금까지 굶고 살았다면

편안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첫 번째 사고를 쳤을 때도

집세를 내면서 애도 낳아서 키웠습니다.

 

또한 두 번째 사고를 쳤다고 해서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서 천막 치고 사는 것도 아닙니다.

객관적 사실만 놓고 보면 별문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남편이 사고를 안 치면 살 거야!’

남편이 사고를 치면 안 살 거야!’ 이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이 앞으로 사고를 날마다 칠 건 아니잖아요.

지금 반성했으니까

사고를 치더라도 10년 후에나 칠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가

이번 일로 남편을 문제 삼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히려 남편이 사고 치는 횟수가 잦아집니다.

사고 치는 시간의 간격이 짧아져요.

왜냐하면 남편을 자꾸 문제 삼을수록

남편은 대박을 쳐서 아내에게 나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고를 빨리 치게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다음부터는 어떻게 할래요?’ 이렇게 물어보면서

남편을 문제 삼지 않게 되면,

압박을 덜 받기 때문에

당장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덜 하게 됩니다.

 

물어보고 남편이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하면

계속 같이 살면 됩니다.

그러나 남편이 앞으로 사고를 안 친다는 보장은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의 마음속에

이번 한 건만 잘하면 어려움을 다 극복할 텐데!’ 하는

유혹이 계속 생기기 때문입니다.

 

질문자의 말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이번에 내가 제대로 한탕해서

과거에 잃은 돈까지 보상받아서 아내에게 내 능력을 보여주겠다하는

유혹을 갖게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또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남편이 거짓말을 한 게 아닙니다.

지금은 사고를 안 치겠다는 게 실제의 마음이에요.

그 말을 못 믿으면 안 돼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점점 유혹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둘이나 있다고 하니까

그냥 계속 살아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기를 보면

아이가 둘일 때까지는 아내가 도망을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가 둘일 때는 양쪽으로 한 명씩 아이를 안고 도망을 가면 되는데

아이가 셋이면

아이 하나 때문에 도망을 못 갑니다.

질문자는 아이가 두 명이라서 도망갈 가능성이 좀 있기는 한데,

그래도 제가 볼 때는 그냥 살아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다음부터는 절대로 사고를 안 치겠다는 말을 믿어서

같이 산다는 결정을 내리면, 다음에 사고를 쳤을 때

또 나를 실망하게 했다!’ 이렇게 됩니다.

그러지 말고 남편에게

사고를 쳐서 재산을 날렸지만, 아직 밥은 먹으니까 열심히 해보십시오

이렇게 격려를 해주고 그냥 아이를 키우고 사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남편이 아무 재산이 없는데

질문자에게 양육비를 줄 형편도 안 되잖아요.

지금은 이혼을 해봤자 실익이 별로 없습니다.

남편이 양육비를 줄 형편도 못 되기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면 질문자 혼자서 애 둘을 책임져야 합니다.

그럴 바에야 같이 사는 것이 낫습니다.

굳이 남편을 버릴 이유가 없어요.

남편이 집에서 애라도 보게 하는 게 낫습니다.

지금은 남편을 살살 달래서 같이 살다가

재산이 조금 모여서 반만 딱 나눠도

남편 없이 살 수 있겠다 싶을 때, 그때 이혼을 생각해 봐야죠.

남편이 괘씸한 건 이해가 되는데

지금은 질문자가 이혼한다고 실익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질문자의 생각은 어때요?

 

숨겨놓은 재산이 좀 있어요?

그러면 이혼해서 뭐 해요?

남편에게 애라도 보게 하고, 밤에 잠이라도 같이 자는 게 이익이잖아요.

지금 이혼하면 아이들은 누가 볼 것이며

지금 질문자의 나이가 젊은데

밤마다 느끼는 외로움은 어떻게 해결할 겁니까?

 

남편을 믿을 수 있거나 남편을 좋아해서 같이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남편이 비록 많은 실망을 주었지만

실익을 생각하면

이혼하는 것은 실속이 없는 선택이라는 겁니다.

좀 더 같이 살아보고

나중에 실익이 있는지 따져 봐서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미 결혼을 했으니까 이혼은 하면 안 된다하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인 접근법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 질문자에게 아주 현실적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질문자의 생각은 어때요?

 

남편을 믿을 수 있어서 같이 산다기보다는

지금 이혼해 봐야 별로 이익이 없다는 겁니다.

애들한테도 아빠가 있는 것이 좋잖아요.

그런 역할 정도만 해줘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의 등을 두드려 주고 격려를 해주어야

밖에 가서 막노동이든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옵니다.

지금은 남편을 야단치기보다는

오히려 살살 달래서 같이 데리고 사는 게 당분간은 낫습니다.

 

제가 이런 주제로 여러분과 대화를 하니까

다른 스님들이 저를 보고

스님이 부처님 법을 얘기해야 하는데,

법륜스님은 왜 부처님 법은 얘기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사는 얘기만 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다 부처님 법이에요.

부처님 법이 우리의 삶과 따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지금의 감정에 휩쓸리면

어리석은 행위를 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마라.”

 

사람들은 감정에 휘둘려서

두 번째, 세 번째 손실을 계속 입게 됩니다.

이미 첫 번째 손실이 생겨 버렸다면

두 번째 손실은 안 생기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입니다.

이것을 주식에서는 손절매라고 합니다.

 

주식이 원래 산 가격보다 내려가서

지금 천 원을 손해 보고 있다고 합시다.

좀 더 두면 오천 원을 손해 보겠다 싶으면

천 원만 손해 보고 주식을 파는 게 이익이에요.

이것을 손절매라고 합니다.

인생은 손절매를 잘해야 합니다.

꼭 돈을 벌어야 이익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손해를 보긴 하지만 적게 손해를 보는 것도 이익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손절매를 못 합니다.

손해를 보는 게 싫으니까 본전을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를 합니다.

그래서 천 원 잃을 것을 만 원 잃고,

천만 원 잃을 것을 1억 잃는 일이 발생하는 거예요.

노름을 하다가 가진 돈을 어느 정도 잃어버렸을 때

손 털고 집에 오면 손실이 적은데,

본전을 찾을 생각에 집을 담보로 해서 한 판만 더 하다가

결국 집도 날리는 일이 생기는 겁니다.

 

인생은 절대로 계획대로 안 됩니다.

손해가 날 때도 있고 이익이 날 때도 있는데

이익에 너무 욕심을 내면 오히려 손해가 납니다.

이익도 적당하게 보고 멈춰야 해요.

주택을 사서 집을 팔 때도 적당한 이익에서 멈추고

관심을 끊어야 합니다.

더 손실이 더 나겠다고 판단이 되면

지금까지의 손실을 감수하고 딱 손을 떼야 합니다.

당장은 손해를 본 것 같지만

멀리 보면 오히려 이익을 본 것이 됩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연애하다가 생기는 징후를 보고,

위험하겠다는 판단이 들면 멈춰야 합니다.

그런데 결혼식 날짜까지 잡아놓고

어떻게 결혼을 깨냐고 말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중간에 이혼을 하고 싶어도

이제 애가 문제가 됩니다.

결혼 전에는 결혼 날짜가 문제였는데

이제는 또 애가 문제가 되는 거예요.

앞으로 좀 더 살다 보면

이제 또 다른 게 문제가 되겠지요.

그래서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그때 그만둘걸!’ 하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결혼 전에 그만두지 못한 것처럼

지금도 끌고 가 봐야 소용없다. 지금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

이렇게 판단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전 재산을 다 털고 아무것도 없는데

지금 이혼을 해봐야 실익이 없습니다.

그냥 같이 살면서 생활비라도 조금 받아내고

집안일이라도 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좀 더 같이 살아보고 나중에 이혼하든지 하고

좋으면 계속 살면 됩니다.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해진 법이 없습니다.

수행이란 선택권을 항상 내가 갖는 것입니다.

이 선택권을 지금 써버릴 것인지, 좀 두고 쓸 것인지,

끝까지 안 쓸 것인지,

모두 내가 결정하는 거예요.

어떤 경우에도 결정권자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했다고 생각하면

결정권자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됩니다.

내가 상대방 때문에 이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것은 수행적 관점이 아닙니다.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내가 결정해야 아무 뒤끝이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피해 의식이 남습니다.

저 인간만 사고를 안 쳤으면 벌써 집도 사고 잘 살았을 텐데!’

이렇게 생각하면 계속 원망이 남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남편과 계속 살 것인지 헤어질 것인지를 내가 결정하게 되면

더 이상 과거를 갖고 얘기하지 않게 됩니다.

질문자는 어리석게 살래요? 똑똑하게 살래요?

 

그러면 지금 남편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야단을 쳐야 할까요, 살살 달래야 할까요?

 

이혼을 하더라도 충분히 이익이 될 때 해야 합니다.

지금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이번에는 봐줄 테니까 앞으로 잘하세요

이렇게 남편을 살살 달래면서 사는 게 좋습니다.

살아보고 좋으면 계속 같이 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