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드립니다.
저는 아주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랐고
부모님의 지원 덕분에 지금처럼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직장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모님의 상황이 조금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정년이 가까워지면서 희망퇴직 압박을 받고 계시고
회사 사정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부동산 일을 하시지만
시장이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십니다.
부모님께서 아주 심각하게 힘든 상황은 아니지만
집안의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저와 여동생은 부모님께서 우리를 위해 베풀어주신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직장인으로서 경제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된다면
도와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동생도 얼마 전, 어머니께서 필요하신 돈 2천만 원을 흔쾌히 드렸고
어머니는 곧바로 갚아주셨습니다.
저 또한 받은 상여금으로 가족 여행을 지원하는 등
부모님을 돕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께서 방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시는 걸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흐느끼며 우셨어요.
우리에게 고마우면서도,
자식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미안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모르는 척하며 가족 여행을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어머니께서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져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조금 돈이 필요하신데,
아버지가 30년 근속으로 받았던 순금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 순금이 아버지께서 오랜 세월 노력하신 결실이기에
가능하면 팔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몇 천만 원 대출을 받아 부모님께 드릴까?’라는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는데,
며칠 전 부모님께서 방에서 흐느끼시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저는 얼마든지 부모님께 필요한 돈을 지원해 드려
급한 불을 꺼드릴 수 있는데,
혹시라도 이게 부모님께 부담이 되어
오히려 불효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네요.
고민거리라고 할 것도 없어요.
돈을 대출해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엄마가 기분 나빠하시지 않을까 걱정하는 거잖아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돈을 주면 다 좋아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내가 돈을 드리면
돌려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물론 어머니도 갚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아버지는 퇴직을 앞두고 계시고
어머니가 하시는 부동산 사업도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결국 경제적으로 점점 더 쪼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돈을 드리면 몇 달 후 또 필요해질 것이고,
그때 또 도와주게 되면 계속해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도 나도 같이 망하는 거예요.
어떤 사업이 잘 안 될 때는
과감히 정리하고 멈추어야 합니다.
노름을 하러 갔으면 본전을 잃었을 때
손을 딱 털며 ‘오늘은 끝이다’ 하고 나와야
집을 팔지 않고 지킬 수 있어요.
그런데 잃어버린 본전을 되찾겠다는 생각에
계속 머물다 보면 결국 집까지 잃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러니 지금 부모님도 지출을 멈추어야 해요.
있는 돈을 아껴 쓰고 연금으로 생활하면서
더 큰 지출은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경기가 살아날 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빌려서 버티려 하면
결국 더 많은 돈을 잃게 됩니다.
부모님이 가진 것을 잃도록 그냥 두고
질문자는 모른 척하고 있는 게
오히려 더 나은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부모님이 오갈 데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을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이 됩니다.
지금 당장 도와주면 질문자가 드린 돈은 먼저 소진되어 없어질 것이고
부모님도 남은 재산을 계속 투입할 것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결국 질문자도 더 이상 도울 여력이 없어지고
부모님 역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금반지를 팔든 뭘 팔든 그것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요즘 금값이 오르니 지금 파는 게 좋잖아요?
앞으로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부모님이 현재 가진 것 안에서 팔아서 해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님이 자식에게 빚졌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고
나도 돈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돈 달라고 애원하면 못 줬을 때 가책이 들겠지만
달라는 소리를 안 하면 그냥 모른 척하는 게 좋아요.
‘금반지를 팔아야 하겠냐?’ 하고 물으시면
‘안 파는 게 좋지만, 다른 방법이 있나요?’ 하고 대답하고
그냥 문을 열고 나가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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