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이 걸핏하면 내 약점을 잡아서 비난합니다. (2025.02.26.)

Buddhastudy 2025. 3. 4. 19:34

 

 

남편은 제 말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꼭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법륜스님이 그렇게 가르치더냐?

도대체 뭘 배운 거야?

너 마음공부 하는 사람 맞아?’ 하고 비난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법륜스님께 배워서 이 정도라도 하는 거야.

마음공부를 한 덕분에 당신에게 잔소리 안 하고 이렇게 사는 거다.’ 하고 대답합니다.

남편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저는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까요?//

 

 

남편이 법륜스님을 거명할 때는

질문자한테 기분이 나쁘다는 걸까요?

법륜스님한테 기분이 나쁘다는 걸까요?

 

저한테 기분이 나쁘다는 겁니다.”

 

사람은 기분이 나쁘면

욕설하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남편은 법륜스님을 거명하거나

수행자가 왜 그러느냐라고 말하며 감정을 표현하네요.

그 정도는 비교적 점잖은 방식에 속합니다.

 

남편은 너 좀 잘해라. 나는 네가 마음에 안 든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겁니다.

당신의 말과 행동이 내 마음에 안 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에요.

거기에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네가 하는 짓이 내 마음에 안 든다라고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거니까 그냥

죄송합니다이러면 됩니다.

잘하겠다는 말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예전에는 제가 남편에게 0을 했다면

지금은 50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이 그럴 때마다

나한테 지금 100을 요구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이 100을 요구하는 게 맞아요.

그런데 남편이 나한테 50을 요구하는 게 나를 더 인정하는 거예요?

100을 요구하는 게 나를 더 인정하는 거예요?

 

남편이 질문자를 너무 잘 봐서 그런 겁니다.

질문자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아예 기대도 안 해요.

기대를 안 하면 질문자한테 불평도 안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만 해도 다행이다.’

밥 해 주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할 테니까요.

 

우리가 강아지에게

너는 나를 따라다닌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왜 말을 못 해?’

이런 얘기를 안 하잖아요.

말 못 하는 줄 아니까 기대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것은 남편이 질문자에게 기대가 크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평소에 너무 잘해서 생긴 문제예요.

결혼 초에 남편에게 너무 잘해 주었기 때문에

그때를 기준으로 삼아서

왜 요새는 못 하느냐?’ 이렇게 반응하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을 처음 만날 때부터 너무 잘하면 안 돼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너무 잘하면 처음에는 칭찬받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피곤해져요.

무슨 일을 맡겨도 잘한다는 기대를 하게 되니까

뭐든지 맡기고 그게 뜻대로 안 되면 자꾸 나무라는 겁니다.

그래서 왜 못하는 애는 놔두고, 잘하는 나만 자꾸 문제 삼나?’ 하며 억울해하지만,

사실 이것은 자기가 만든 문제예요.

자업자득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습니다.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몇 번 일을 시켜보고 잘하면

그 사람에게만 자꾸 일을 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기대만큼 제대로 못 하면

나무라는 말을 하게 된단 말이에요.

물론 질문자가 조금 기분 나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남편이 질문자에 대한 기대가 커서 생긴 문제예요.

상대방이 나한테 기대가 큰 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그러니까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돼요.

지금 잘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더 잘해요?

 

내가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더 잘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상대방의 기대에 내가 못 미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당신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이러면 돼요.

상대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자기 기준에 안 맞을 뿐이에요.

아내가 절에 다니고 수행한다고 하니까

내가 욕을 좀 해도 살랑살랑 웃어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전과 똑같은 거예요.

본인이 건드리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아니, 수행자가 왜 화를 내?’ 이렇게 시비를 거는 거예요.

 

그런 말은 그냥 듣고 넘어가면 됩니다.

일일이 대꾸하는 건 질문자가 반발심을 갖고 항변하는 겁니다.

네가 마음에 안 든다라고 했을 뿐인데

왜 나만 문제냐, 너는 문제 아니냐?’라고 항변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럴 때는

죄송합니다. 기대를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면

금방 해결이 됩니다.

예쁘게 여겨줘서 감사합니다.

저를 너무 높이 평가해 주시네요하고 말하다 보면

질문자도 웃게 돼요.

그러면 남편이

아이고,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지. 말은 잘하네하고

말하면서 피식 웃을 겁니다.

그러면 서로 기분은 나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 좋으니까 결혼하지 않았어요?

 

자꾸 남편을 이기려고 하지 마세요.

남편한테 어떻게 대답하면

입을 콱 다물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는 건

남편한테 질문자가 이기겠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질문자가 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기가 위에서 큰소리치면서 폼을 잡고 싶은데,

질문자가 수행한다고 하니까

심리적으로 밀리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힘으로 질문자를 누르려고 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질문자가 좀 밟혀주면 됩니다.

그러면 아무 문제가 안 생겨요.

남이 그렇게 말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서로 좋아서 결혼한 사람이 이쁘다고 그러는 거잖아요?

아내가 이쁘긴 이쁜데

남편 입장에서는 너무 기어오르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겁니다.

그러니 남편에게 좀 맞춰주세요.

 

...

 

그래요. 아내가 너무 똑똑하거나 너무 도덕적이면 한편으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낍니다.

아내한테 말할 때도 조심해야 하거든요.

상대가 나를 인간같이 안 보는 것 같아서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겁니다.

아내가 수행을 열심히 할 뿐만 아니라

자신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만만치가 않은 거예요.

그럴 때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시비를 거는 겁니다.

죄송합니다하고 숙여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부부끼리 잘 지낸다고 자랑하러 나왔어요?

왜 혼자 사는 스님한테 와서 자랑하고 그래요?

혹시 스님이 부러워할까 싶어서 질문했어요?

그런 거 갖고 저는 안 부러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