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선거 제도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지지를 받으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지금처럼 진보와 보수가 거의 비등비등하게 맞서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방식은 결국 승패만 반복하는 게임이 됩니다.
감정이 격화되면 언젠가는 폭력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의 불행한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사회적 합의를 모아 나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그냥 지나치면
결국 다음 대통령이 또 희생자가 됩니다.
그때 가서야 뒤늦게 헌법 개정을 논의하려고 하겠지요.
이번 기회에 바쁘더라도
최소한 대통령의 권한 분산만큼은 이뤄질 수 있도록
헌법 개정을 추진한 뒤에
선거를 치러야 앞으로의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중앙 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지방 자치가 너무 약한 현재의 구조도 개선해야 합니다.
지방 자치가 도입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이관되어야 진정한 자치입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이 광역 지방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광역 지방 자치 단체의 권한이 다시 기초 자치 단체로 이관되고
그리고 기초 자치 단체의 권한이 국민에게 좀 더 이관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선거 때만 국민이 주인이 되고
선거가 끝나면 4년 내내 기관장들이 주인이 되는 구조입니다.
대통령은 임금처럼, 기관장들은 사또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나라가 운영되고 있어요.
지방 자치를 강화하자는 말은
지방 자치 단체장이 또 다른 왕처럼 행동하라는 뜻이 아니라
국민이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임기 중 잘못했을 경우,
꼭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거치기보다는
국민이 소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선거 제도의 개선입니다.
지금의 선거 제도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이 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왜곡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당이 5% 정도 더 득표했을 뿐인데
국회 의석을 70% 이상 차지하게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표(死票)가 줄어들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의사와 의석수가 비교적 비슷하게 반영되어야 해요.
이렇게 대통령 권한의 분산, 중앙 권력의 분산, 승자 독식 선거 제도의 개혁,
이 세 가지만 이루어져도
상황은 한결 나아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헌법 개정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연성 헌법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헌법 개정이 너무 어려운 상태에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할 수가 없어요.
기후 위기, 빈부 격차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여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더욱 보장하는 방향으로
헌법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헌법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헌법 개정 절차로는 반영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
래서 이번에는 여야가 비교적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기본 사항부터
개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지금 말씀드린 부분은
여야 간의 합의가 비교적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 권한을 가질 사람이 이에 동의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자신은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중간에 잘못을 하게 되면
그때 가서 헌법 개정을 하려고 하지만
그 시점에는 또 다음의 권력 주자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벌써 다섯 차례나 반복됐습니다.
매번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최소한의 개정만이라도 하고
헌법을 연성 헌법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런 후 새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다음 임기 중에 국민의 뜻을 폭넓게 모아서
세세한 부분까지 개정을 해나가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 화합하는 자세
현직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불행이
대한민국 헌정사에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이런 일을 단순히 승패의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 국제 정세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 미국과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우리의 미래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논해도
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
지금처럼 내부가 사분오열되어 있으면
국운이 내리막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몇몇 지도자의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국민 여러분이 주권자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화합하는 자세입니다.
패자는 승복하는 태도가 필요하고,
승자는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판결이 났다고 해서
사필귀정이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훼손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정상화시키는 일입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는 올바른 자세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정치 지도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통합의 정신으로 국가 발전을 도모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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