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법륜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조현병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걱정입니다. (2025.04.02.)

Buddhastudy 2025. 4. 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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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유전적 질환에 대한 걱정과 양육에 대한 질문에

스님은 유전적 문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아이의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해 보살피되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에 집중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강조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도할 것을 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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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최근에 남편 집안에 유전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시댁 조카가 10년 넘게 조현병을 앓았는데

그동안은 형수 집안 쪽 유전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다른 형의 아이까지 조현병을 앓으면서

남편 집안의 유전인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16살 된 딸이 하나 있는데 평범하지 않은 점이 많아서

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제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가 나면

심한 욕설과 폭력을 행사합니다.

때로는 칼을 들고 위협해서

남편과 저의 몸에 상처를 입힌 적도 있습니다.

조현병이 주로 18세 이후에 나타난다고 해서

저는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남편 집안에 이런 유전병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자식을 낳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소용없지만

만약 아이가 이 사실을 알고

다른 사촌들처럼 자살을 시도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결혼도 못 할 것 같아 걱정됩니다.

제가 어떤 관점으로 아이를 보살펴야 할까요?//

 

 

걱정이 많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살펴보면

모든 사람이 일정 부분 유전적인 문제들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우리가 병이라고 정의하면 병인 것이고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면 그냥 현상인 거예요.

병과 병이 아니라는 진단은 다수를 중심으로 규정하는 방식입니다.

 

만약에 다리가 부러졌거나 세균성 감염병에 걸렸다면

우리는 그것을 병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보다 내 피부가 검다고 해서, 그걸 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키가 큰데 나만 작다고 해서, 이것을 병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 머리가 좋은데 나만 머리가 좀 나쁘다고,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서로 다를 뿐입니다.

 

만약 내가 여성 성기도, 남성 성기도 없이 태어났다고 해서

그걸 병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예요.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난 것은 병이 아니라

소수라고 보는 게 자연적인 관점입니다.

눈이 어두운 채 태어났다면

그것을 병이라고 할 수 없다는 거죠.

 

첫째, 자연 현상이라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둘째, 유전자에 의한 현상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남편의 잘못도 아니고, 부모나 조상의 잘못도 아닙니다.

유전 인자 중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게 있고

한 대를 걸러서 나타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소수를 병이라고 규정하니까 병인 것이지

엄격하게는 병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자연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 현상 중에는 낳자마자

열 살도 안 되어 빨리 늙는 조로 현상이 있습니다.

또 낳자마자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유전자 결합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자연 생태계에서는 오래 생존하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지는 현상을 도태라고 말합니다.

우리 몸속에서도 수정란이 되었다가 자연적으로 죽을 때도 있고,

또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사고로 다쳤을 경우는 해결할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 상태로 주어질 때는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다.

어떤 해결책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면서

약간의 보조적 장치를 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요.

 

유전병을 미리 알았으면 결혼을 안 했다거나

아이를 안 낳았을 것이라고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잠복해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을 가지고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 남편에게 왜 숨겼냐고 비난한다면

질문자가 좀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안에 그런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결혼할 수가 없다고 규정되어 있지 않잖아요.

그 문제를 지금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주어진 현상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질문자의 아이가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내가 보살필 수 있는 데까지 보살피고

더 이상 못 할 때는 전문 기관에 맡기면 됩니다.

만약 본인이 자살하든지 명이 다해 죽는다면

그것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만약 피부가 검다고 해서 피부를 다 벗기고 이식 수술을 하겠다고 한다면

아주 무모한 일이겠죠.

내가 원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 현상으로 주어지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도 산불이 나서 죽거나, 지진으로 죽는 것에 비하면

훨씬 덜 불행한 일이잖아요.

그런 불행은 일순간에 일어납니다.

불과 하루 전에도 몰랐던 일이에요.

그런 일에 비한다면

유전병은 그렇게 큰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좀 난폭해서 병원에 가봤더니 정신 질환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게끔 약을 먹고 치료하면 됩니다.

행동이 난폭해지면 최대한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가만히 있는데 그러지는 않거든요.

 

그런 성질을 몰라서 야단을 치거나 성질을 건드리면

폭발하게 됩니다.

또 가만히 놔두는데 폭발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사람을 해치거나 제어할 수 없는 상태라면

병원에 입원시켜서 격리해야 합니다.

내 자식이라고 해서 격리하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것도 잘못된 거예요.

내 자식 일인데 밀쳐내는 것도 잘못됐고

병원에 입원한 상태를 가슴 아파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이가 처한 조건에 맞게끔 할 뿐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남편의 유전병이 잠복해 있는 줄 미리 알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을 거라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또 아이의 증상이 이미 발현되고 있는데

미래에 결혼할지 못할지를 걱정하고 있어요.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이에요?

지금은 아이의 결혼을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아이를 치료하고 보살필지가 중요한 일이에요.

 

어떤 특별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자기의 기준에 맞춰서 문제 삼기 때문에

자기도 괴롭고 아이하고도 대화가 안 되는 거예요.

그리고 아이가 단순히 감정 조절을 못 하는 것인지 정신 질환인지

아직 판명되지 않았잖아요.

 

예를 들어

간질은 발작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것처럼 병인지 아닌지는 발병을 해봐야 아는 거예요.

또 발병을 안 했지만, 의사가 검사해서 진단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대비하면 되는 거고요.

질문자의 아이처럼

현재 확실하지 않지만 질환의 가능성이 있다면,

지켜보고 있다가 발병하면

그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아이를 보살피기가 더 쉬운 거예요.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을 가지고 아이를 대해야 유전 질환이 있는 아이도

사는 동안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나는 이런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는 관점은 자기의 욕망이고 허상입니다.

그런 관점을 갖기 때문에 괴로움이 발생하는 겁니다.

 

기도를 한다면 이만하니 다행이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 합니다.

주어진 인연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런 의문은 옳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질문자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 시설이 따로 있고, 전문 병원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나한테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요행을 바라는 관점은

수행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수행자는 어떤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상상에 매달리면

죽을 때까지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이런 현상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아이가 병이 심해져 입원하더라도

질문자는 자기 생활을 담담하게 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사람들도

눈앞이 캄캄한 와중에 그런 속에서 사는 거고,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도 그런 속에서 사는 거예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살면 또 살아져요.

이것이 인생입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담담하게 아이를 보살피면서 상황이 바뀌면 입원시키고

한 번씩 면회 가면서 자기 생활을 영위하면 됩니다.

지금 아이가 결혼하냐 못하느냐를 고민하는 것은

지나친 자기 욕망만 고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그런 자식을 둔 나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집착을 내려놓고 인연을 따라 대응하면 됩니다.

난동을 피우면 병원에 보내고

괜찮아져서 데려오고 싶으면 또 데려오고

데려와서 좀 살다가 또 난동 피우면 병원에 보내,

이것도 일상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신장이 나빠져서 한 달에 한 번씩 투석한다고 합시다.

보름에 한 번이 됐다가 더 상태가 안 좋아지면

일주일에 한 번씩 투석해요.

제가 아는 사람은 3일에 한 번씩 투석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것에 비하면 질문자는 훨씬 수월한 일 아닌가요?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은 그렇게들 사는 거예요.

똥오줌을 못 가리고 요양원에서 사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모습인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되어서 답답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만 놓아 버리면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조금 일이 많을 뿐 그냥 두면 돼요.

 

난동을 피우면 신고해서 병원에 가고

괜찮으면 집에 데려오고

이렇게 살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어 내가 더 이상 보살필 수 없다 싶으면

집에서 안 받겠다고 하면 됩니다.

 

성인이 됐기 때문에

나 살기도 힘들어 아이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면

사회단체가 나서게 되어 있습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는 생각이 든다면

아이를 계속 돌봐도 되고요.

이런 관점을 가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