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법륜스님의 하루

[법륜스님의 하루] 배우의 꿈과 생계 사이에서, 저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2025.4.5.)

Buddhastudy 2025. 4. 9. 20:21

 

 

저는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합리화, 괴리감, 회피 같은 감정을 느끼며

마음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주로 뮤지컬을 많이 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있었고,

일반 뮤지컬 오디션 준비에도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호텔 리셉션에서 일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있고

그 덕분에 배우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부담이 줄어든 만큼 오디션 준비에 집중할 수 있지만

꿈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다 보니

때로는 연습에 투자하는 시간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예전에 배우 일만 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안정적인 월급을 받다 보니

배우 활동만으로 다시 생계를 이어갈 용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신 돈을 더 모으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안정적인 재정과 배우로서의 꿈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요즘은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배우라는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병행하고 있는 현실적인 일 사이에서 생기는

합리화, 괴리감, 회피 같은 감정이 들 때

저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계속해서 꿈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선택이 필요할까요?//

 

지금 배우 지망생이에요? 배우예요?

 

그렇다면 이미 배우의 꿈은 이룬 거잖아요.

그런데도 배우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다는 뜻인가요?

 

배우가 되는 꿈은 이미 이루었고

이제는 유명해지고 싶은 것이 목표인 거네요.

예를 들어

내가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었고

실제로 가게를 열었다면, 그 꿈은 이미 이룬 겁니다.

하지만 그 가게를 더 크게 키우고 싶다면,

그만큼 노력해야 하겠죠.

 

질문자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생계를 위한 직업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고 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만약 배우로 데뷔하지 못한 상태였다면

생계를 유지하느라 연습을 제대로 못 해서

데뷔에 실패했다는 고민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자는 이미 배우로 데뷔를 했어요.

지금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유명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유명해지고 싶어한다고 해서

모두가 유명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배우라는 직종은 더 그렇습니다.

밑바닥에서 출발해 유명한 배우가 되기까지 경쟁률이 매우 높습니다.

 

일반 회사나 공직에서 승진을 한다고 하면

대체로 일정한 소요 기간과 경쟁률이 있습니다.

승진이 쉽지는 않더라도

보통 일정한 기간 안에 4:1, 8:1 정도의 경쟁률을 갖게 되죠.

그런데 연예인처럼 인지도를 쌓아야 하는 직종은 다릅니다.

유명해지는 과정이 일정하지 않고

그 길이 아주 좁고 불확실해요.

어떤 경우는 100:1 이상의 경쟁률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만큼 편차가 큽니다.

 

질문자가 데뷔한 지 몇 년이 지났다면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지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재능이 특별히 두드러지는 사람은

캐스팅이 되자마자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며

유명세를 얻기도 하죠.

그런데 질문자는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 이제 남은 일은 뭘까요?

꾸준히 연습하면서 기회를 기다려야 합니다.

배우에게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에 캐스팅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흥행하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해 연기를 하다가 눈에 띄면

그 반응으로 인해 유명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노력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기회가 와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 기회는 내 손을 떠난 영역이기 때문에

나는 그 순간을 대비해서 꾸준히 연습을 해 나가야 합니다.

만약 유명해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생계와 관련된 일은 전혀 하지 않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에는 질문자가 안정된 생활을 더 선호하는 것 같거든요.

 

질문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생활이 궁핍하더라도 유명해질 때까지 각오하고

배우 생활에 전념해 보는 거예요.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라면만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복권 사듯이 계속 도전해 보는 것이죠.

기회가 생기면 어디서든 연기해 보고

돈을 못 받아도 조연이든 단역이든 가리지 않고 출연하면서

일단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 보는 겁니다.

그러다 하나라도 큰 반응을 얻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길입니다.

 

둘째, 연기를 주업이 아닌 부업으로 삼아서 해보는 거예요.

질문자는 일단 배우가 되는 꿈은 이루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지금처럼 직장을 다니면서 배우로 등록만 해두는 거죠.

연락이 오면 가고, 안 와도 그만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아마추어 중에도 노래 잘하고 연기 잘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식으로 질문자도 생계를 위한 본업은 가지고

연기는 파트타임으로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인생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언젠가 좋은 기회가 와서

배우가 다시 주업(主業)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계를 위한 일을 한다고 해서 배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에 다니거나, 일용직 노동을 하거나, 청소 같은 일을 해보는 경험도

배우를 하는 데 모두 도움이 됩니다.

 

작가에게는 그런 경험이 글 쓰는 소재가 되듯이,

배우에게도 나중에 그런 배역을 맡게 되었을 때

미리 체험해 보는 연습이 되는 겁니다.

다양한 직업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이건 연기 연습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보는 거죠.

농촌에 가서 농사일도 해보고,

손에 잡히는 일은 뭐든 해 보면서 연기 연습을 하는 겁니다.

그래도 내가 배우인데 이렇게 먹고사는 일에만 전념해도 되나?’ 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이건 실제로 이런 배역을 맡았을 때를 대비한 연습이다.’ 하고

받아들이는 거예요.

어차피 방에서 혼자 연기 연습을 하는 것보다

실제 경험이 훨씬 더 연기 실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서

학교 공부를 더 이상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대화를 나눠 보면 아주 무식하진 않잖아요?

 

그 이유는 제가 실제로 필요한 공부를 하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써먹을지도 모를 공부가 아니라

당장 요긴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실전에 매우 강한 겁니다.

스스로 필요해서 하는 공부는 대부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반면에 실제로는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공부는

100개를 외워도 기억에 거의 남지 않아요.

 

여러분이 학교에서 한 시험 공부는 일회용이나 다름없습니다.

시험을 잘 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면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리듯 다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에게

과학이나 역사에 대해 물어봐도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끔은 어떻게 대학을 나왔니?’ 하고 묻기도 해요.

 

그러면 사람들은

스님, 그렇게 오래전에 배운 것을 어떻게 알아요?’ 하고 대꾸하죠.

중고등학교 수준의 질문인데도 대부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공부가 실제의 삶과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현장에서 꼭 필요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연구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기억에 오래 남는 것입니다.

 

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무대에서만 연기해야 연기 연습이 되는 게 아닙니다.

생활하는 자체가 연기 연습이다.’ 하는 관점을 가져보세요.

청소도 직접 해보고, 뭐든지 직접 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연기 연습도 되고, 돈도 생기니 좋은 일이잖아요.

 

배우로서 더 유명해지는 것을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만약 제가 배우라면,

세상에 있는 온갖 직업을 배우가 된 것처럼 대하며

해 볼 것 같습니다.

모두 연기 연습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 배우로서 유명해져야 한다는 부담감도 줄어들고,

내 생활도 가벼워집니다.

 

대박만 좇지 말고

내 삶이 곧 배우이고

동시에 직업도 된다는 관점을 가져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