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베풀고 사니까 오히려 상처를 받아요. 외면해야 할까요? (2025.01.27.)

Buddhastudy 2025. 1. 31. 19:07

 

 

제가 인도에 온 지 8년 됐는데요.

제가 왜 인도에 오게 됐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많이 베풀고 살라는 것 때문에 인도에 오게 된 것 같아서

처음에는 많이 베풀며 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인도에 처음 오는 분들과 살기 힘든 분들을 많이 도와주었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한테 돌아오는 것은

왜 더 안 베풀어 주나’, ‘왜 더 서운하게 하나

이런 반응들이니까 무척 힘들었습니다.

길에서 거지한테 50루피를 주면

또 쫓아오면서 100루피를 달라고 하고

100루피를 주면 200루피를 달라고 하고,

나중에는 제 지갑에 있는 돈이 다 털리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인도에 새로 오는 사람들이 적응하기가 힘들든 말든

그냥 내버려 두고 살아야 하는지

상처받는 일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베푸는 일을 계속하면서

내 마음을 혼자 다스리면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너무 힘들어서 스님께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자기 좋을 대로 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이렇게 하고 싶으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 싶으면 저렇게 하면 돼요.

질문자가 베풀고 산다고 해서, 세상이 별로 좋아지는 것도 없고

질문자가 안 베푼다고 해서, 교민 사회가 어려워지는 것도 없습니다.

 

질문자가 베푸는 게 좋으면 베풀고

베푸는 게 싫으면 그만두면 돼요.

인도 아이들이 박시시 하면 줘야 합니까? 안 줘야 합니까?’ 하고 저한테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너 좋을 대로 해라.

주고 싶으면 주고, 말고 싶으면 말아라.

네가 준다고 그 아이가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네가 안 준다고 아이가 굶어 죽는 것도 아니다.

안 주고 가서 네 기분이 찝찝하면 주고

줘 봤자 사탕이나 사 먹을 것 같다 싶으면 주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해라.

그 아이를 위해서 주는 게 아니다.

그걸 무슨 세상을 위해서 하는 일처럼 생각하지 마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동창회에서 누가 어렵다고 해서 돈을 한 번 빌려줬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친구를 도와준 것에 대해

동창들이 전부 칭찬을 했습니다.

그러면 동창들이 어려울 때 누구한테 가장 먼저 연락할까요?

돈을 주었다는 사람한테 연락을 할까요?

돈을 안 주었다는 사람한테 연락을 할까요?

당연히 돈을 주었다는 사람한테 연락할 겁니다.

 

그런데 돈을 안 준 사람에게는 연락해서 못 받으면 그만인데,

돈을 주었다는 사람한테 연락을 했는데 돈을 안 주면 욕을 해요.

욕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왜 쟤는 주고 나는 안 주냐고 욕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자가 얼마나 도와줬는지는 모르지만,

도와줬다면 연락은 더 올 겁니다.

그리고 안 도와주면 욕을 얻어먹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이 행위를 하면 이런 결과가 온다는 걸

질문자가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인도에서 학교를 30년 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스님을 칭찬할까요? 비난할까요?

세월이 흐르면 비난할 확률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들끼리 살 때는 저하고 아무 관계가 없었죠.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를 지어서 도와주니까 고마워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를 가고 싶겠죠.

그럼 중학교 좀 보내주세요하고 요청을 하게 되는데,

만약 제가 안 보내주면 기분이 나쁘겠죠.

처음에는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어린아이가 저를 크게 해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중학교를 보내주면

다음에는 고등학교를 가고 싶겠죠.

그런데 고등학교를 안 보내주면 욕을 하겠죠.

중학교 보내줘서 감사합니다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공부를 가르쳐 주려면 제대로 가르쳐 줘야지

이래서 취직을 할 수 있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시켜 주면

이제 대학을 가려고 할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직이 안 되면,

취직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겠죠.

안 도와주면 비난을 하겠죠.

 

다른 사람들은 비난을 하면 배신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비난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배웠으니까 비난도 할 줄 아는 겁니다.

아이들이 안 배웠으면 비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배웠기 때문에 항의도 할 줄 알고, 비난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학교를 짓기 시작할 때

이런 것을 예측했습니다.

도와주고 나서 좋은 소리만 들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면

‘30년 동안 마을과 아이들을 위해서 일했는데

내 인생이 이게 뭐냐하고 후회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남을 도울 때

이런 걸 알고 도와야 합니다.

나한테 비난이 오느냐 칭찬이 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저항도 할 줄 알고, 비난도 할 줄 알도록 하자고

가르친 것이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아이들을 가르칠까요?

 

제가 학교를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인도의 높은 계급 사람들은

처음에 반대를 많이 했습니다.

가르쳐 주면 나중에 스님만 욕을 얻어먹을 겁니다.

그들은 의리가 없습니다.

우리도 그들을 부려먹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반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답했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배우게 되면

자기 이익도 챙길 줄 알게 되고,

뜻대로 안 되면 저항도 할 줄 아는 게 당연하죠.

학교를 지어줬으니 고맙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개중에는 여기 와서 해준 게 뭐가 있냐고 항의를 할 겁니다.’

 

저는 받을 결과가 예상되는 일을 한 겁니다.

그것처럼 질문자가 그렇게 남을 돕고 나서 섭섭해한다면

그것은 교민들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의 문제인 겁니다.

그러니 자기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고,

그럴 바에 뭐 하러 돕느냐하는 생각이 들면

돕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인도인 가정부를 들여놓고 살면

가정부가 명절 휴가 때

집에 갔다가 안 돌아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안 오면 안 온다고 전화라도 해주지 싶어 배신감이 들지요.

 

그건 다 우리 기준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만약 월급을 한국 사람만큼 주면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도 아이들에게 1루피를 주면

조금 있다가 또 달라고 따라옵니다.

제가 처음에 인도에 왔을 때도

아이들이 정말 많이 따라다녀서

방금 줬는데 왜 따라다니냐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상하다 싶어서 딱 앉아서 실험을 해봤습니다.

아이가 1루피를 달라고 하면 또 주고,

그렇게 37번 주니까 그다음에는 손을 안 내밀었습니다.

37번을 줘봐야 37루피밖에 안 되잖아요.

처음부터 100루피를 주면 안 따라왔을 텐데

기껏 37루피 줘놓고 37번을 주었다고 성질을 내는 거죠.

 

인도에 와서 살려면

인도 사람들을 욕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한국에 가지 뭐 때문에 인도에서 삽니까?

 

인도에서 살려면 여기에 맞춰서 살아야 됩니다.

한국 사람들이 옛날에 LA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왜 흑인들한테 공격을 당했을까요?

돈은 흑인들에게서 벌고 살기는 백인 동네에 가서 사니까

흑인들이 기분 나쁜 겁니다.

 

그런 것처럼 세상에 일어나는 일에는

다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런 줄 알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옛말에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앞에 좋은 일을 하고라는 말이 빠진 겁니다.

원래 의미는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하고 칭찬을 받으면

칭찬으로 인해 복이 다해 버립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으면

엄청난 복으로 돌아옵니다.

복 중에 최고의 복이 명이 연장되는 겁니다.

천당 가는 게 중요해요? 하루 더 사는 게 중요해요?

하루 더 사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 겁니다.

 

상대가 욕을 하면

욕 좀 더 해줘. 그래야 내가 오래 살지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마음속에 번뇌가 없어집니다.

복을 받는 게 핵심이 아닙니다.

마음을 그렇게 먹으면

비난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됩니다.

 

돈을 주니까 더 달라고 하는 겁니다.

돈을 안 주는 사람에게 누가 더 달라고 하겠습니까.

회사나 교민 사회에서 기부를 한 번 하기 시작하면

온갖 단체에서 기부를 해달라고 연락이 오게 됩니다.

 

돈을 주는 사람을 찾아가지

돈을 안 주는 데 누가 찾아가겠습니까.

인도 아이들도 돈을 주는 사람한테 착 달라붙는 거예요.

돈을 안 주고 그냥 가버리면

조금 따라오다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말이라도 한번 붙이거나 눈길이라도 한 번 주면

십리를 따라옵니다.

그게 인간의 심리입니다.

그런 줄 알고 인도에 사시면 좋겠어요.

마음에 안 들거든 한국으로 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