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제가 말을 세게 한다고 남편이 불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25.01.24.)

Buddhastudy 2025. 1. 31. 18:57

 

 

은퇴를 앞둔 남편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남편이 저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었는데

제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남편에게 말을 좀 세게 한 대요.

본인이 듣기에 불편하게 말을 하고 있다고 그럽니다.

은퇴를 하면 계속 같이 있을 시간이 많아지는데

사실 저는 남편이 불만스러워하는 말투를 고칠 자신이 없거든요.

젊을 때는 참았기 때문에 말도 예쁘게 나왔을 텐데

저도 나이가 들다 보니까 덜 참고 마음껏 표현을 하는 것 같아요.

같이 있다 보면 더 그런 횟수가 많아질 텐데,

남편이 일도 안 하는 상황에서

와이프가 말도 세게 하면 서운할 거잖아요.

이럴 때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생활을 하면

남편도 좀 덜 불만스럽고, 저도 덜 불만스러울 수 있을까요?//

 

 

질문자의 말속에 답이 다 있습니다.

내가 말을 세게 하면

남편이 직장 다닐 때보다 집에 쉬고 있을 때 더 서운할 것이다하고

본인이 이미 이야기했잖아요.

서운해하지 않도록 하면 되지요.

 

...

 

질문자가 뭐가 억울한데요?

 

...

 

스트레스가 있으면 이런 게 스트레스입니다하고 말하면 되죠.

왜 말을 세게 해요?

말을 세게 하는 이유는 참았다가 말하기 때문입니다.

화를 낼 때는 보통 한번 만에 화를 내지 않고

세 번쯤 참았다가 화를 내잖아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보자 보자 하니까!’

이러면서 화를 냅니다.

그래서 참지 말아야 돼요.

 

참지 말라는 말은 한번 만에 화를 내라는 뜻이 아니고,

기분이 나쁘면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기분이 나쁘네

이렇게 말하라는 뜻입니다.

자기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가볍게 내어 놓는 겁니다.

 

네가 잘못해서 내가 이렇다하고 말하는 게 아니고,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 마음이 이렇게 움직이네

이런 식으로 말해보는 겁니다.

 

법륜 스님에게

스님이 법문을 그 따위로 하니까 내가 기분이 나쁘지!’ 이렇게 말하면

책임이 스님한테 있잖아요.

그런데 오늘 법륜 스님이 그렇게 말하니까 제 기분이 안 좋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법륜스님도

다음에는 유의해야지이렇게 됩니다.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가볍게 내 마음을 내어놓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참았기 때문에 말이 세게 나오는 거예요.

안 참으면 말이 세게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말이 센 것은 경상도 말투일 수도 있습니다.

고향이 어디예요?

 

남편은 고향이 어디예요?

같은 경상도끼리 왜 그래요?

어쨌든 경상도는 말이 좀 억셉니다.

 

 

첫째, 참지 말고 기분을 드러내는 겁니다.

상대를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지 말고,

내 기분을 조금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왜 늦게 들어와!’ 이러지 말고

당신이 늦게 들어오니까 좀 섭섭하네요. 보고 싶었나 봐

이렇게 애교 있게 말해 보세요.

특히 경상도 남자들이 자기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경상도 남자들은

여보 사랑해이런 말은 근질근질해서 잘 못합니다.

상대가 못하는 건 이해를 해주더라도

본인은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자꾸 해보세요.

 

 

둘째, 은퇴한 남자들의 심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남성들이 직장에 다닐 때는 자신이 돈을 벌어 오니까

아내가 남편에게 서비스해야 된다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밥 줘’, ‘신문 갖다 줘이렇게 말한단 말이에요.

이게 한두 번이 아니라 30년 동안 습관이 되니까

은퇴하고 나서도 그 말이 입에 붙어서

여보, 커피 한잔 타줘하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아내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죠.

너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은 남편이 직장 다니고 돈도 벌어 오고 하니까

좀 봐줬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직장도 안 나가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으면서 자신을 부려 먹으니까

내가 노예도 아니고 육십이 넘어서도 심부름꾼인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나쁩니다.

몇 번은 참다가 직접 갖다 먹어라하고 말하게 되죠.

그러면 남편이 당신 말이 맞아! 내가 지금은 직장에 안 다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안 그래도 은퇴하고 의기소침해 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내까지 나를 무시하나

이렇게 반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싸움이 크게 벌어지는 거예요.

 

만약 남편이 스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제가 이렇게 답변을 했을 겁니다.

 

퇴직하자마자 다음날 아침에

가장 먼저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 들어가세요.

아내가 여보 왜 이래?’ 하면

‘30년 동안 당신이 밥 해주는 거 먹고살았는데,

사실 나도 해주고 싶었지만 직장 다닌다고 못 도와줘서 미안해.

이제 내가 밥하고 청소할게. 당신은 쉬어이렇게 말해 주세요.

이렇게 고개를 팍 숙여야

늙어서 이혼 안 당하고 삽니다.

푼돈 벌기 위해 돌아다니지 말고

3년은 부엌에서 복무하고,

그다음에 다시 직장을 구하든지 하세요.

 

제가 은퇴를 앞둔 남자들에게는

이렇게 강하게 조언을 합니다.

남자라면 그래야 신혼부부처럼 다시 잘 지내게 됩니다.

 

여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남편의 위축감을 이해해서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부드럽게 대하고

서비스도 잘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에서는 잘 안 됩니다.

 

직장도 안 다니는 게 집에서 잔소리만 한다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무시당한다고 생각해서 대부분 사고를 칩니다.

내가 본때를 보여줘야지이러면서 주식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합니다.

일확천금을 벌어서

내가 이런 사람이야. 무시하지 마이렇게 말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누가 3억만 내면 사장 자리를 주겠다하고 유혹하면

아내에게 상의도 안 하고

덜렁 부도나는 회사에 투자를 해버립니다.

그래서 남편이 뭘 하겠다고 하면

아내가 이렇게 말해줘야 합니다.

 

여보, 30년 고생했으니 한 3년은 쉬어.

돈 없으면 라면 끓여 먹고 살면 돼.

좀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자.’

 

자꾸 이렇게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남편이 퇴직하고 겪게 되는 슬럼프를 극복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해줄 만큼 평소에 잘한 꼬라지도 없는데 왜 그렇게 해주나

이런 생각이 들면 어쩔 수 없고요.

 

남자라면 앞치마 두르고 부엌에 들어가고,

여자라면 ‘30년 고생했으니 3년은 푹 쉬어이렇게 말해 주고,

서로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남편에게 돈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을 시켜줘야

조급한 마음이 없어집니다.

조급하면 항상 실수를 해요.

사기꾼한테 속아 넘어가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그걸 부인이 약간 잡아줘야 합니다.

그러면 은퇴하고 나서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한집에서 그 꼬라지 보고 어떻게 사나이러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