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부처님도 구제할 수 없는 두 종류의 사람. (2025.03.06.)

Buddhastudy 2025. 3. 11. 20:16

 

 

여기서 바가지를 거꾸로 들고 있는 사람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가 안다 병에 걸린 사람이고,

다른 하나가 모른다 병에 걸린 사람입니다.

이 두 종류의 사람은 부처님이 오셔도 구제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첫째, 왜 모른다는 병에 걸릴까요?

우리는 보통 무언가를 두고 얘기하다가 몰라!’ 이렇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모른다고 해서 좀 더 설명을 해주면 모른다니까!’ 하고 더 강조해서 말합니다.

이것이 일명 모른다는 병이에요.

이때 모른다는 말이 정말 몰라서 모른다는 말일까요? 듣기 싫다는 말일까요?

 

표현은 모른다고 하지만 결국은 듣기 싫다는 말이에요.

듣기 싫다하는 생각에 딱 사로잡히면 어떤 말도 더 이상 들리지 않습니다.

눈이 있어도 안 보이고 귀가 있어도 안 들립니다.

이것을 사로잡힌다라고 말합니다.

싫은 생각에 딱 사로잡히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습니다.

위대하신 부처님이 바로 옆에 와도 안 보여요.

부처님이 아무리 많은 방편으로 인연을 나투어도 그것이 부처님인 줄을 모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부처님의 아버지인 정반왕입니다.

정반왕은 오직 내 아들이라는 한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부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반왕과 부처님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오직 아들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내용만 나옵니다.

정반왕이 부처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때나

다른 사람을 통해 부처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볼 때

부처님이 무슨 법을 설하더냐하고 물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항상 어떤 것을 먹고 지내는지, 잠은 어떻게 자는지, 옷은 뭘 입었는지,

주위에 어떤 사람이 같이 있는지,

이런 것들만 물었습니다.

 

당시 석가족의 머리를 깎아주던 이발사였던 우파리 존자도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고 차별받던 여성들도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에서 제일 높은 지위를 가진 정반왕만 깨닫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제자들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우리가 제일 존경하고 어쩌면 제일 먼저 깨달음을 얻었을 정반왕이

이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정반왕에게는 부처님은 없고

오직 아들만 있다.’

 

오직 내 아들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부처님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알아보지 못한 거죠.

정반왕을 제외하고 부처님의 새어머니, 부인, 아들, 동생 등

모두가 부처님의 법을 듣고 법의 눈이 뜨였습니다.

이분들은 나중에 출가해서 훌륭한 수행자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