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수행을 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 어떻게 해야 하죠? (2025.03.08.)

Buddhastudy 2025. 3. 12. 20:08

 

 

우리가 지닌 업식(業識)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된 습관으로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행동이 나도 모르게 자동화되어 그냥 일어나 버립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나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 업식과 습관을 소멸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고치기 쉽지 않습니다.

업식의 결과를 보고 이제는 고쳐야겠다.’ 하고 각오하고 결심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본래의 습관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정진을 하다가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러다가 다치는 것이 아닐까?’, ‘병이 나는 것은 아닐까?’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정진을 멈추게 됩니다.

그래서 업식을 소멸시키고자 하면

죽어도 좋다!’ 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각오한 대결정심(大決定心)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각오와 결심만으로는 업식을 소멸시키기 어렵습니다.

수행을 하다 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기 싫을 때도 있고, 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수행을 하다 보면 처음의 마음과는 다르게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변덕을 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마음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야 합니다.

 

등산을 할 때를 생각해 보면,

처음 출발할 때는 평지를 걸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겁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개울과 숲을 지나 가파른 비탈길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다리가 아프고 힘이 들어 물러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고 능선까지 올라가면

등산하는 맛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다시 출발하면 또다시 힘이 들어서

후회하는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수행을 하면서도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게 됩니다.

이럴 때 그 마음을 따라다니면 번뇌가 생깁니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건 원래 이렇게 저렇게 일어나는 거야.’ 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원래 가기로 한 길을 가야 합니다.

 

힘들어도 가고

편해도 가고

가팔라도 가고

기어오르기도 하고

밧줄을 타면서라도 그냥 가야 합니다.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이르게 됩니다.

 

정상에 도달하고 나면

오는 길이 가팔랐건, 개울이 있었건,

그런 것은 모두 중요하지 않습니다.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는 힘들기 때문에

매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만,

일단 정상에 오르면 지난 과정은 이래도 괜찮고 저래도 괜찮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