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나이가 50대 중반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한 만큼 고객에게 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경제적으로 살 만해졌습니다.
반면에 제일 어려운 건
아내의 마음에 들도록 공감을 해주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어다 주었고
딴짓 안 하고 가정에 충실하며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아내도 이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내의 말에 공감을 해주지 않는다고 항상 저를 혼냅니다.
그래서 아내의 말에 공감해 주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기독교와 천주교에서 진행하는 아버지 학교도 수료하고
정토회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부부 관계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부부 상담도 받으러 갔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영상도 열심히 보았고
상담 관련 유튜브도 많이 봤습니다.
다 들어보니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좋은 남편이 되려면 아내에게 공감해 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왜 아내의 말에 공감하는 게 안 될까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맺다 보면
저 사람은 참 맞는 말만 하는데 싫은 사람이 있어요.
반대로 말은 어눌하게 하는데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고요.
이렇게 말하는 것과 호감을 갖는 것은 다릅니다.
옛날에 정치인 중에도
청문회에 나가면 말도 잘하고 똑똑한데,
사람들이 싹수가 없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잖아요.
그것처럼 많이 아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질문자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자기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빠져 있는 것 같아요.
나는 돈도 잘 벌고, 남한테도 잘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뭐든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부인 입장에서 볼 때는
그런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마음을 좀 알아주는 게 더 중요한 겁니다.
그러니 무슨 학교를 다니거나 유튜브를 보고 배워서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항상 부인의 말을 많이 듣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많이 하지 말고요.
질문자는 앉으면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많이 할 것 같아요.
오늘부터는
‘내가 당신을 위해서 행복학교를 다닌다, 어쩐다…’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고
아내의 말을 들어주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공감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소통의 핵심은 ‘상대의 말을 들어주기’입니다.
우리는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잘 들어줄 때
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것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 독재형 소통입니다.
국민이 지도자가 하는 말을 제일 잘 듣는 나라가 어디예요?
독재 국가입니다.
그런 소통은 독재형 소통이에요.
소통의 핵심은 들어주는 것입니다.
아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받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건 특별히 학교에 가서 배울 필요가 없고요.
오늘 당장 집에 가면
자기 이야기는 하지 말고, 아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세요.
잘 들어주는 것만 해도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그런데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들어주는 게 잘 안 됩니다.
한 5분 들어주다가
그다음부터는 막 또 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설명이 많은 사람은 들어주기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설명을 또 장황하게 합니다.
그래서 들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항상 가족 관계에서는 들어주기를 많이 해야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잠시 만나기 때문에 아는 걸 많이 말해도 괜찮아요.
그런데 늘 함께 있는 사람은
약간 트라우마 같은 게 있을 수 있거든요.
말만 꺼내면 벌써 상대방은
‘또 시작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같은 말을 세 번 들어도
벌써 느낌이 ‘한 번만 더 하면 100번이다’ 싶어요.
인간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말도 귀에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냥 말없이 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들어주기만 하면
처음에는 약간 침묵이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즉문즉설도 그렇습니다.
질문을 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질문이 안 나옵니다.
그런데 조급한 사람들은 그걸 못 기다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하루는 말을 안 하고도 같이 지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런 정도가 되어야 아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남편이 말을 하라고 해서 한 마디를 하면
그걸 되받아서 자기 이야기만 실컷 하니까
아내 입장에서는 ‘차라리 말을 안 하는 게 낫겠다’ 하는 선입관이 생기는 겁니다.
말을 하라고 해도 바로 말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말을 하라고 해서 말을 시작하면
그걸 빌미로 남편이 자기변명을 한 시간 이상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먼저 들어주기를 하면 조금씩 해결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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