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언니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집이 몇 채 넘어갔어요. (2023.06.23.)

Buddhastudy 2023. 10. 11. 19:59

 

 

저는 직장생활을 한 지 25년이 됐습니다.

언니가 계속 투자에 손을 대서 부도가 나면 제가 월급으로 막아주곤 했습니다.

언젠가는 끝날 줄 알았는데

언니가 제 주민등록증과 통장을 몰래 훔쳐서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언니는 투자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코인이 만연할 때도 저 몰래 천만 원을 가져갔습니다.

어릴 때 제가 정말 의지했던 언니인데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연락을 두절했다가 지난 1월에 제가 큰 사고로 다쳐서 입원을 하는 바람에 언니가 도와줬습니다.

저는 1년 후에 명예퇴직을 하려고 했는데, 그때 또 언니가 투자할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7천만 원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4월부터 이자가 나오는데 이자가 너무 많은 겁니다.

이자가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저한테 말하지 않고도 5천만 원을 더 빌린 것이었습니다.

제 돈을 몰래 가져갔다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벌써 집이 몇 채가 넘어갔습니다.

왜 언니가 그런 심리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형제자매의 연이 다 끊어지고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문제는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의 문제예요?

 

...

 

지금 질문자가 힘든 것은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의 문제예요?

돈을 낭비하고 투자에 매번 실패하는 언니를 둔 내 문제입니까? 언니의 문제입니까?

 

...

 

투자를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언니를 둔 나의 괴로움이에요?

나는 아무 문제가 없고 언니의 문제예요?

만약 저녁에 동산의 달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면 시인은

! 오늘은 달마저도 나를 슬프게 하는구나!’ 이렇게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어떻습니까?

달이 나를 슬프게 했나요? 내가 달을 보고 슬픈 것인가요?”

 

...

 

달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없을까요?

 

...

 

그렇다면 달은 아무 문제가 없잖아요.

달은 그냥 밤하늘에 떠있을 뿐입니다.

그걸 보고 슬퍼하는 사람도 있고,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뿐이에요.

그것처럼 돈을 낭비하거나 투자에 실패하는 언니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 언니를 달이라고 하면 나의 괴로움은 언니의 문제예요? 질문자의 문제예요?

 

...

 

이 지구 전체에서 볼 때 언니가 투자에 실패해서 끼친 손해가 클까요?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서 끼친 피해가 클까요?”

 

...

 

그렇다면 질문자는 언니보다 푸틴을 더 문제 삼아야죠.

지금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수산업 쪽에서는 큰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산업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전쟁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기업도 있고, 손해를 보는 기업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달을 보고 울거나 웃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울고 웃는 것은 달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예요.

 

이렇게 자기 문제라는 걸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집을 세 채나 날렸다는 건 질문자가 집을 세 채나 갖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질문자가 사는 집을 제외하고 나머지 집들을 날린 게 무슨 큰일이에요?

국가적으로 봐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예를 들어 아파트 서른 채를 갖고 돈을 벌다가

아파트값이 하락해서 부도가 난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인가요?

집을 날린 사람에게는 큰 문제겠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볼 때는 집이 있어서 날렸지 집이 없으면 날릴 것도 없어요. 질문자가 언니에게 돈을 계속 빌려줬다는 것은 그만큼 질문자가 돈이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

 

질문자가 대출받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신용 면에서 능력이 있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

 

그러면 푸틴 대통령은 악의적인 마음으로 전쟁을 일으켰을까요?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악의적인 마음으로 핵을 개발할까요?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그럴까요?

 

 

질문자가 하는 말에는 모순이 많아요.

언니에게 속은 것이 한두 번째라면 분노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25년째 속고 있다고 했잖아요.

언니가 그런 사람이란 걸 25년이나 겪었는데 또 돈을 빌려주었다고 했잖아요.

그렇다면 언니가 투자에 성공하길 기대하는 욕망이 질문자의 마음속에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욕망 없이 어떻게 돈을 계속 빌려주었겠습니까?

더 이상 믿을 사람이 아니라면 언니가 아니라 부모나 남편이라도 딱 거절을 해야죠.

 

...

 

그게 다 눈속임이에요.

많은 사람이 요행을 바라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합니다.

여러분들은 돈을 빌려 줄 때 이자를 많이 주는 사람한테 빌려줘요? 이자를 적게 주는 사람한테 빌려줘요?”

 

...

 

그러면 사기꾼은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할까요? 적게 준다고 할까요?

 

...

 

사기꾼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인물이 괜찮아야 합니다.

옷을 잘 입습니다. 말을 잘합니다. 서비스가 아주 좋아요.

밥을 같이 먹으면 척척 자기가 돈을 다 냅니다.

그래서 다들 좋아합니다.

늘 좋은 차를 타고 다닙니다.

사무실에 가보면 번쩍번쩍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속거든요.

다 떨어진 옷에, 못생기고, 말도 못 하면 사기가 안 먹힙니다.

낚시를 할 때도 물고기별로 좋아하는 미끼를 걸지, 안 좋아하는 미끼를 걸진 않잖아요.

여러분들이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건

여러분들의 내면에도 거기에 유혹되는 욕망이 있었다는 걸 말합니다.

 

쥐가 늘 쓰레기장을 뒤져도 음식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요.

그런데 하루는 접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고구마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거기에 뭐가 들어 있겠어요?

쥐약이 들어 있겠지요.

 

우리네 인생도 마찬 가지예요.

웬 떡이냐고 혹해서 먹으려고 하면 그 속에는 쥐약이 들어 있습니다.

 

질문자도 언니에 대해 에둘러 말할 필요가 없어요.

본인 스스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몰라서 답답한 거예요.

언니의 심성이 원래 착하다고 말하는 걸 보면

아직도 언니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겁니다.

언니가 언젠가는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에 불과해요.

 

스무 살이 넘은 성인이라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부모나 형제, 혹은 자식의 의견을 따를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돈이 아주 궁해서 돈을 빌려야 될 경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라든지

혹은 그 무언가를 담보로 주고 은행에서 빌리겠지요.

그런데 회사는 넘어가고 돈은 없고 더 이상 담보로 내줄 것도 없을 때는 어떡할까요?

대부분 친한 친구나 형제, 친척을 찾아가서 돈을 빌립니다.

 

이미 형제를 찾아왔다는 말은

그가 경제적으로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른 상황에서

손을 내밀었다는 것을 말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나중에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래서 친구 간이나 형제간에 돈거래는 삼가라고 말하는 겁니다.

 

물론 그냥 돈을 주는 것은 괜찮아요.

빌려 준 후에 다시 돌려받기가 어렵기 때문에 돈도 잃고 사람도 잃기가 쉽습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더 이상 신용이나 담보가 없을 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이 당연합니다.

빨리 갚는다고 해야 빌려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제일이 짧을수록, 그리고 이자율이 높을수록,

돈을 받을 확률보다는 받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코인 투자는 이미 실패할 확률이 90퍼센트 이상이에요.

잡코인의 경우는 99퍼센트가 넘습니다.

복권을 사거나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카지노 게임에 배팅해서 당첨될 확률도 아주 낮습니다.

대신 우연히 한번 잭팟이 터지면 배당 금액이 높다 보니

사람들이 그 유혹에 빠져들지요.

사실 그 배당금이라는 것은 여기 모인 4백여 명의 돈을 모아놓은 것을

어느 한 사람이 갖고 가는 것입니다.

수학 시간에 배운 기댓값 공식에 따라 이길 확률에 상금을 곱하면 기댓값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100원어치 복권을 사면 기댓값이 49원도 안 됩니다.

 

 

첫째, 질문자는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학벌도 없는 여성이

판사의 부인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갖고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의 소개로 그녀 앞에 사법 연수생이 나타났어요.

그녀는 당연히 유혹이 되었고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렇게 사기를 당해서 돈을 잃었는데도 나중에 경찰이 조사할 때

피해 여성의 얘기를 들어 보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해자를 사기꾼이라고 인정하면 본인의 꿈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가 사기꾼이 아니어야 자신의 꿈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겁니다.

 

지금 질문자의 경우도

언니의 문제가 아니고 본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 언니에 대한 여러 구차한 변명들은 다만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자기 마음속에 뭔가 욕망이 있어서

이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책을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노름판에 가서 돈을 날렸다면

손을 탁 털고 다시 일하러 가야 된다는 말이에요.

지나간 일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리고 언니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오늘부터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앞으로는 언니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해도 언니, 알았어. 그래 곧 보내줄게하고 안 보내주면 돼요.

언니가 왜 안 보내주니?’ 하고 물으면

돈이 지금 들어오게 되어 있었는데, 아직 안 들어오네.

받는 대로 보내 줄게하고 넘어가면 됩니다.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남의 돈을 가지고 자기 돈 쓰듯 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아주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남의 호주머니에 있는 돈도 끄집어내서 쓰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돈을 빌려주고 나서 전전긍긍한다면 바보짓이에요.

이제는 바보짓을 그만하세요.

그래도 지금 살아 있잖아요.

돈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아직 살 집도 있고 가족도 있잖아요.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

바보 같은 짓은 오늘로써 끝을 내자.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자.

사람이 죽어도 사는데 그깟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지 뭐.’

 

이렇게 생각하고 미련을 딱 끊어 버리세요.

 

둘째, 정신을 좀 차리세요.

잃어버린 것에 대해 자꾸 연연하면 계속 언니에게 끌려들어 갑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샀는데

첫 번째 사서 돈을 벌고,

두 번째 사서도 돈을 벌은 경우는 아주 위험합니다.

나중에 패가망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세 번째 주식을 사서 잃었을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에서 이익을 얻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도 주식을 사서 돈을 잃고,

두 번째도 돈을 잃고, 세 번째도 돈을 잃은 사람의 경우에는

앞으로 더 이상 주식을 안 하든지,

아니면 주식에서 돈을 벌어도 언제라도 다시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늘 조심을 합니다.

그래서 실패가 결코 나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서 더 큰 위험을 예방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학습비라고 생각하세요. 아직 죽을 정도로 돈을 잃은 것도 아니잖아요.

 

아직 30년은 더 살아야 하니까

학습비라고 생각하고 깨끗이 잊어버리세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차려서

남은 돈이라도 제대로 관리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