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 지 9개월 된 신혼부부입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결혼을 했는데 올해 초에 임신을 했지만 유산이 됐습니다. 회복 기간을 거쳐 자녀계획을 시도하고 있지만 남편과 자주 다툽니다.
화해하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크고, 결혼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게 됩니다.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불안한 제 모습이 아이에게 전달될까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한 후 자녀계획을 세우면 시기가 늦어질까 걱정도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계획을 갖는 것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엄마가 될 자격이 부족하네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두 부부가 결혼해서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때 아이를 낳으면 됩니다.
아이를 낳으면 저절로 모성애가 일어납니다.
모성애가 잘 안 일어나는 사람이 백 명 중에 한두 명 있을 수가 있는데,
그건 대부분 정신질환 때문입니다.
어린 자녀를 학대하는 사람은
모성애가 없어서가 아니고 정신장애 때문입니다.
질문자처럼 애를 언제 낳을지 계획을 세우거나,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는 수준이라면
아이를 안 갖는 게 낫습니다.
‘내가 낳은 아이니까 어떤 문제가 일어나도
나는 아이를 사랑하면서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키울 거야’
이런 관점을 가져야 엄마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
남편이 잘하면 아이를 낳고
남편이 못 하면 아이를 안 낳을 것이라는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질문자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얘기하는 겁니다.
아이의 엄마가 되려면 그런 잔머리를 굴리면 안 됩니다.
물론 지금 아이를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조건일 때는
임신에 대해서 조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 게 아니라면 부부관계를 하고 살다 보면
어느 날 아이가 생기는 겁니다.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키우면 되고,
안 생기면 입양해서 키우면 됩니다.
꼭 내 유전자를 받아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면
인공수정을 해서 낳으면 됩니다.
질문자처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할 정도면
아이한테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는 수준이면
질문자가 신경과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아니면 욕심이 너무 많은 겁니다.
첫째, 아이를 갖는 것보다 정신과에 가서 심리불안 치료를 받는 게 우선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 경제적으로 어렵든, 남편과 이혼을 하든,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 그런 문제들은 나와 남편의 문제이지
아이하고는 관계가 없는 문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책임을 지고 키우겠다’ 하는
관점을 가져야 돼요.
개도 강아지를 두세 마리 낳아도 잘 키웁니다.
닭도 병아리가 클 때까지는 잘 키웁니다.
개도 할 수 있고, 닭도 할 수 있는 걸 왜 사람인 내가 못 하겠어요?
그런 정도를 해내기가 어렵다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합니다.
자녀에게 너무 많은 걸 해주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를 못 낳는 거예요.
아이가 생기면 낳아서 젖 주고, 밥 주고, 그냥 키우면 되는 겁니다.
너무 많은 걸 해주려고 부담을 갖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 아이를 가지려면 생각을 딱 정리해야 합니다.
부부가 서로 안 맞으면 이혼을 하고
이혼까지 할 정도는 아니라면 서로 맞춰가면서 행복하게 살다가
아이가 생길 때 낳으면 됩니다.
아이를 원하는데 아이가 잘 안 생기면 입양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이를 낳아놓고 못 키우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는
꼭 내 핏줄이어야 된다는 생물학적인 것에 집착을 한다면
인공수정을 해서 낳으면 됩니다.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가질 때는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아야 합니다.
관점을 그렇게 가져야 불안한 마음이 없어집니다.
...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남편을 가만히 관찰해 보고
‘갈등이 생길 때 이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모든 것을 그만두는구나.
이런 성격의 남자와는 도저히 못 살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이혼을 하면 됩니다.
‘남편은 싸우고 난 뒤 원만히 화해하는 것을 잘 못하는구나.
싸우는 것이 결국 나한테 손해네’ 하는 생각이 들면
갈등을 안 일으키면 됩니다.
즉 남편의 성격, 성질, 반응 등을 충분히 관찰하고 이해해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면 됩니다.
보통의 부부는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다가
한바탕 싸우더라도
삼일이 지난 후에는 화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다툼 후
한 달 동안 말이 별로 없고, 약속도 다 내팽개친다면
‘이 남자 하고는 다른 사람들처럼 싸우면 안 되겠구나’ 하고 알아서
남편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네, 알았어요’ 하면 됩니다.
인간관계는 내가 어떠한지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어떠한지에 따라서도 또 달라지는 거예요.
질문자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까
아기 엄마라면 이렇게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남편이 있든지 없든지
잘하든지 못하든지
나는 내 아이를 키우겠다’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요?
내가 문제를 안 삼으면 좋은 아빠입니다.
아무리 아이를 잘 돌봐도 나의 요구가 많아서
상대방을 문제 삼으면
상대는 나쁜 아빠가 됩니다.
남편이 아이만 낳아놓고 집을 나갔다가
몇 년 후에 돌아와도
아무런 문제를 안 삼으면
누구나 아이한테는 좋은 아빠가 됩니다.
좋은 아빠라는 게 따로 없어요.
내가 문제를 삼으면 나쁜 아빠가 되고,
내가 문제를 안 삼으면 좋은 아빠가 되는 겁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은
남편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고 나에게 달린 문제입니다.
문제는 지금 질문자가 요구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 아기를 낳으면 남편에게
‘이것도 해라’, ‘저것도 해라’ 하면서
많은 요구를 할 것이기 때문에
질문자의 남편은 나쁜 아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는
아기를 안 낳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보통의 부부는 갈등이 있다가도
아기를 낳으면 갈등이 적어집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경우는 갈등이 훨씬 더 커질 거예요.
질문자는 육아를 하면서도
‘당신은 아이를 몇 시간 돌봐라’ 하면서
온갖 것을 남편에게 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남편이 과연 내가 요구하는 것들을 잘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한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는 질문자의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되기 어렵습니다.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질문자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기를 낳은 후에는
나의 요구를 모두 내려놓아야 해요.
‘당신과의 관계에서 아기를 낳은 것만 해도 큰 복이다.
아기가 안 생길까 봐 염려했는데
생겨서 다행이다.
그 이상의 요구는 안 하겠다.
당신이 다른 곳에서 10년을 살다가 와도
나는 혼자서라도 아기를 잘 키우겠다’
이런 정도의 관점을 가져야
남편은 무조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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