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끌려가지 않는 것이란
감정에 치우쳐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바른생활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욕망이라고 하나요?
예를 들어
제가 아침을 먹었는데도
간식으로 고구마를 삶아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욕망인지,
예쁜 옷을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욕망인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더 배우고 싶어서 불교대학에 찾아온 것도 욕망일까요?
그렇다면 욕망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먹고 싶고 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에게는 신진대사 작용이 일어납니다.
인간은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해 음식과 수면 등을 지속적으로 보충해줘야 합니다.
흔히 ‘먹고 싶다’, ‘자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을 욕구라고 합니다.
즉 인간은 욕구를 가진 존재입니다.
욕구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첫째, 기본적 욕구입니다.
이것을 [생존 욕구]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배고플 때 밥 먹고 싶다’, ‘목마를 때 물 먹고 싶다’
‘졸릴 때 자고 싶다’, ‘추울 때 따뜻한 곳에 가고 싶다’,
‘더울 때 시원한 곳에 가고 싶다’
이런 것을 기본적 욕구라고 합니다.
기본적 욕구는 충족이 되면 바로 해결이 됩니다.
배고플 때 밥을 먹으면 밥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지게 되죠.
배가 부르면 옆에 밥이 더 있어도 안 먹습니다.
이걸 기본적 욕구 또는 생존 욕구라고 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해 먹는 것과 자는 것을 해결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는 것은 기본적 욕구입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기본적 욕구는 갖춰 줘야 해요.
다만 기본적 욕구가 갖춰졌다고 해서 인간은 만족하지 않습니다.
인간과 달리 동물은 기본적 욕구만 갖춰지면 만족합니다.
돼지를 보고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돼지는 배부르면 자기 음식을 다른 돼지가 와서 먹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자를 보고 사납다고 말하지만
사자 역시 배부르면 토끼가 사자 앞에서 뛰어다녀도 잡아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그렇지 않아요.
사람은 자기 집이 있는데 또 집을 사서 비워 놓고는
다른 사람이 길거리에서 자는데도
돈을 주지 않으면 비어있는 집을 주지 않습니다.
옆에서 사람이 굶어 죽어도
식량을 창고에 넣어 놓고 주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인간의 육체적인 문제에서 오는 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입니다.
배가 부른데도 과식해서 비만에 걸리기도 하죠.
이런 욕구는 기본적 욕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더 맛있는 걸 찾고,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는 상대적 욕구입니다.
남과 비교하거나 과거와 비교해서 더 나은 것을 찾는 것을 [욕망]이라고 합니다.
만 원을 가지고 있으면 십만 원을 가지고 싶어 하고
그다음은 백만 원을 가지고 싶어 하고
그다음은 천만 원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1억 원을 주면 만족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은 1억으로 만족할지 몰라도
성인에게 1억 원을 주면 만족하지 않습니다.
10억 원을 줘도 집 한 채 못 산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것이 상대적 욕구입니다.
이런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욕망은 절제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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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지나친 욕구입니다.
지나친 욕구는 [탐욕]이라고 합니다.
탐욕은 즉시 자신에게 손해를 가져다줍니다.
맛있다고 과식하면 설사를 하게 되고
욕심을 부리면 주변 사람들로부터 욕을 먹게 됩니다.
그래서 지나친 욕구는 남과 자신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규제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상대적 욕구입니다.
이것은 사회마다 서로 비교해서 생긴 것이라 상황이 다릅니다.
이쪽에서 보면 기본적 욕구라고 하지만
저쪽에서 보면 탐욕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밥 한 그릇을 먹는 게 정상이라고 합시다.
두 그릇을 먹어도 되는데 한 그릇을 먹는 것과
반 그릇밖에 못 먹는데 한 그릇을 먹겠다는 것은 다릅니다.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때 한 그릇을 먹는 것은 기본적 욕구이지만
반 그릇밖에 먹을 수 없는데
다른 사람은 못 먹게 하고 자기는 한 그릇을 다 먹겠다는 것은 욕망입니다.
본인은 기본적 욕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욕망이거나 탐욕에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욕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성격이 좀 다릅니다.
불교에서 수행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기본적 욕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욕망과 탐욕을 말하는 거예요.
상대적 욕구란
지나친 욕구를 말하는 것이고,
그것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고, 절제가 좀 필요해요.
욕구를 절제하는 것이 계율입니다.
‘욕구를 무조건 버려라’ 하고 말하는 금욕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욕망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니까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욕망을 버리라는 것이 불교의 수행입니다.
욕망에도
‘하고 싶다’ 하는 욕구와
‘꼭 해야 한다’ 하는 집착,
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먹고 싶다’ 하는 것은 욕구이지만,
‘먹고 싶으면 꼭 먹어야 해’ 하는 것은 집착이에요.
집착을 하게 되면 먹을 조건이 안 되었을 때 괴로워집니다.
그래서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집착의 원인이 ‘먹고 싶다’ 하는 욕망이긴 하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괴로움의 원인은 아닙니다.
‘먹고 싶으면 꼭 먹어야 해’하고 집착하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저 사람 좋다’ 이것까지는 괜찮은데
‘좋으니까 나하고 연애해야 해’,
‘좋으니까 나하고 인사해야 해’
이렇게 집착하면 괴로움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괴로움은 필연적으로 생기는 거예요.
물론 기본적인 욕구가 욕망으로 커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경계를 긋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욕구부터 자제할 줄 알아라’ 하고 가르치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욕구 때문에
괴로운 사람은 백 명 중 한 명도 안 됩니다.
대부분 상대적 욕구 때문에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집착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비심 없는 마음을 갖고 싶은 것은 좋은 욕망인가요?)
욕망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그냥 욕망일 뿐이에요.
‘불교대학을 다니고 싶다’ 하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욕구입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에 꼭 다녀야 해!’ 이렇게 집착하게 되면
만약 다닐 수 없는 조건이 되면 괴로워집니다.
만약 불교대학에서 나를 안 받아 주게 되면 화가 나가 되겠죠.
만약 남편이 내가 불교대학을 다니는 것에 대해 반대를 하면
남편한테 성질을 내게 될 겁니다.
이번에는 꼭 불교대학에 다니고 싶었는데
신청 마감이 됐다고 안 받아 주면
정토회에 성질을 낼 거예요.
이렇게 좋은 일이라 하더라도
집착하면 괴로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남편을 위해서 시장도 보고 저녁 밥상도 차리고
헌신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는데
남편이 밤늦게 집에 들어왔다고 합시다.
같이 식사하기 위해 참고 기다렸는데,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니 남편이 이미 먹고 왔다고 대답합니다.
그럼, 신경질이 나겠죠.
그런데 이것은 나쁜 욕구는 아니잖아요.
좋은 뜻으로 했지만 ‘그렇게 꼭 되어야 한다’ 하고 집착하니까
오히려 화근이 된 겁니다.
이럴 때는 ‘남편이 이미 저녁을 먹고 와서 다행이다’
‘나는 한 그릇을 먹으려고 했는데 나 혼자 두 그릇을 실컷 먹으면 되겠구나’ 하고 좋게 생각하면 됩니다.
남편이 내 것을 빼앗아 먹는 게 아니라
남편 것까지 내가 다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왜 화가 나나요?
같이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좋은 것도 집착하면 다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집착이 괴로움의 원인입니다.
집착은 주로 나쁜 것에 대해 생길까요? 좋은 것에 대해 생길까요?
좋은 것에 대해 집착이 많이 생깁니다.
더 잘하려고 하다가 안 되어서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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