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0대 후반부터 화가 좀 많아졌습니다.
50대 중반이 되니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경우가 없거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직장 동료나 이웃들,
친구들 간에 갈등이 있을 때
그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경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볼까 싶긴 한데요.
우리 집사람은 저에게 갱년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과연 맞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건 의사한테 가서 진찰을 한번 받아봐야 알죠.
예를 들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면
내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고,
눈이 침침하면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듯이,
정신적인 문제도 진찰을 받아봐야 합니다.
원래부터 화가 자주 난다고 하면
성질이 더러워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예전보다 화가 자주 난다고 하면
정신과에 가서 체크를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사가 ‘갱년기 장애입니다’ 하고 진단을 하면
그에 맞는 약을 줄 거예요.
신경이 예민해질 때
주로 처방해 주는 약이 신경안정제입니다.
그래서 정신과 약을 먹으면
졸리고 자꾸 멍해지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안 먹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신 질환은 특별한 치료약이 없습니다.
정신적인 작용은
아직 정확하게 규명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정신적인 작용 또한
물질적인 작용을 기반으로 일어나는 게 많아요.
호르몬 분비라든지
어떤 물질의 분비가 너무 많아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반대로 물질의 분비가 너무 적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갱년기가 되면서
호르몬 분비가 너무 적어지거나 너무 많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에게 딱 맞는 약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정신과 약은 1주일 혹은 2주일 간격으로 바꾸어 가면서
3개월 정도는 직접 먹어보면서 조절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치료를 받는 방법이 제일 쉬운 방법입니다.
약만 먹으면 되니까요.
...
약도 자연에서 나온 물질이에요.
약을 먹는 게 제일 쉽습니다.
자연스럽게 치료되길 원한다는 말은 아무 노력도 안 하고
치료하고 싶다는 뜻이에요?
...
템플스테이를 할 때는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증상이 안 나타납니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적반하장 격인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 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에요?
템플스테이를 가서 조용히 앉아 있는데
화가 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템플 스테이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적반하장 격인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똑같은 일이 또 반복돼요.
물론 증상이 심하면
템플 스테이가 약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직접 부딪히지 않지만
집에서 혼자 있어도 화가 날 정도면
템플 스테이가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을 매일매일 만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면,
주말에 절에 가서 지내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다리가 너무 아프면 잠깐 앉아서 쉬는 것과 같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첫째,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사람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런 사람을 보면 자꾸 핏대가 서니까 피하는 게 좋다는 뜻입니다.
둘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검사를 해보고, 약을 먹어서 좋아진다고 하면
굳이 수행한다고 애쓸 필요가 없잖아요.
약을 먹어도 해결이 안 되면
그다음 단계로 가야겠지만요.
그래서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지
법륜 스님이 무슨 병원에 커넥션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셋째, 자가 치료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육체적으로는 많이 걷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매일 만보 정도를 걷거나
그에 버금가는 활동으로 매일 300배 절을 하는 겁니다.
두 가지가 서로 운동량이 비슷합니다.
만보는 7km를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걷는 거리입니다.
300배 절을 하면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절을 하는 게 걷는 것보다 힘이 좀 더 듭니다.
하체가 건강하면
정신적인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된다고 현재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신경쇠약이 생기면
산에 가서 지게 지고 나무를 하면서
몇 달 살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치적으로 설명하자면
화가 난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젊을 때는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이 강했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면 ‘그게 그거다’ 하면서 화가 별로 나지 않게 됩니다.
젊을 때는 ‘이게 옳다’ 하고 살게 되지만
한 30년 후에 늙어서 돌아보면
이거나 저거나 별 차이가 없거든요.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돌아보면
옳고 그르고, 잘했고 잘못했고 따지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져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이 너그러워집니다.
젊을 때는 남자든 여자든 얼굴이 얼마나 예쁜지를 따졌는데
70대가 되어서
남편이나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면 어때요?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더 옳고 그름을 따진다는 것은 질문자가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을 계속 붙들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잣대가
점점 강화되어 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더 늙으면 고생합니다.
지금은 몇몇 적반하장 격인 사람만 못 봐주지만
점점 아내한테도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한 10년만 더 지나면
아내가 이사 갈 때 질문자를 놔두고 가버립니다.
사람의 생각, 이념, 믿음은
서로 다를 뿐입니다.
누가 옳고 그른지 너무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걸 자각해야 합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이런 생각이
상대를 악마화시키는 거예요.
악마는 죽여도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다.
물론 질문자는
아직 폭력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남이 하는 꼴을 보고
‘저런 것들은 뒤통수라도 한 대 때려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옳고 그름을 너무 따지고 있는 거예요.
서로 다르다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행동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정을 하는 겁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화가 덜 납니다.
오늘 법문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해도
오랜 습관인 까르마가 있어서
다시 그런 꼴을 보면
화가 팍 나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을 탓하지 말고
나를 봐야 돼요.
‘내가 또 시비하고 있구나’
이렇게 자꾸 자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부족합니다’ 하면서 절을 많이 하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절을 하려면 다리가 많이 아프잖아요.
병원 처방을 받아서 약만 딱 먹어 버리면 끝인데,
그게 더 쉽지 않나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면 제일 좋습니다.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면
안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회사 관계나 가족 관계처럼
안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안정제를 먹어서 도움을 받는 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안정제도 갈수록 약효가 떨어지니까
많이 걷거나 절을 해서
정신을 좀 건강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근본적인 치유법은
‘서로 다를 뿐이다’ 하고
자각하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상대와 내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자꾸 연습하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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