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두 달간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인 12개 나라, 한 70군데를 방문해서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돌아봤고요.
지난주에는 대홍수 복구 작업 때문에 파키스탄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의 홍수는 파키스탄에서는 천년 만에 온 홍수라고 해요.
살아있는 생존자들은 천 년 만인지, 100년 만인지 아무 차이가 없잖아요.
아무도 본 적도 겪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10초짜리 영상으로 물이 어떻게 차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파키스탄은 우리나라 (면적)의 15배가 넘는 큰 나라인데
전 국토의 3분의 1이 저렇게 물에 잠겼고
이재민이 3천 3백만 명이 생겼다고 해요.
3백만도 아니고 3십만도 아니고 3천 3백만 명이 생겼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물이 빠지는데 10개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지금 10개월 만에 갔는데 이제 겨우 물이 빠졌다고 말하거든요.
저희들(사단법인 한국제이티에스)이 일곱 차례 들어가서 돕고 있고
긴급 구호 식량 외에 허물어진 주택 그리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서
핸드펌프를 파는 등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틀 동안 쉴 새 없이 하늘에서 퍼붓듯이 (비가 내렸다고 해요)
이 지역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인도의 서쪽이잖습니까.
인도 대륙은 북쪽에 히말라야 산맥이 있고, 서북쪽에 힌두쿠시가 있고
동쪽 방글라데시쪽에는 아라칸 산맥이 있고
서쪽은 사막이라서 인도대륙이 고립돼 있다고 말하잖아요.
저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500mm가 안 되는 건조지대입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집이 뭘로 지어져 있습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집은 흙으로 지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가 거의 안 오니까요.
그 흙집이 물에 잠겨 버리니까 스르르 그냥 녹아내린 상태에요.
그런 대홍수가 났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 있으니까
지원할 능력이 있는 서방 국가들의 시각은 다 우크라이나에 가 있고
또 올초에는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이 나니까 모든 관심이 거기 가버리고
이것(파키스탄 홍수)은 홍수 났다는 뉴스 빼고는 국제적인 관심을 못 받고
또 국내 정치는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거의 손을 못 쓰고 그냥 방치된 상태인데
저는 물론 홍수 피해 구호를 위해서 들어가서
카라치에서 차를 타고 하이드라바드로 해서 다니는데
땅이 평평한데도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는 황무지였어요.
저는 '왜 이 땅에 농사를 안 지을까?' 하고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일거리가 없어서 젊은이들이 전부 할 일 없이 길거리에 앉아 있는데
땅은 텅텅 비어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여러 번 물어도 대답을 안 해요.
그래서 내가 밥 먹으면서 물어봤어요.
내가 오면서 보니까 평평한 땅에 거의 대부분 농사를 안 짓는데
왜 이러냐고 하니까
30년 전만 해도 전체가 다 옥토였는데
지금은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는다고 그래요.
인더스강이 범람해서 지금 홍수 바다가 됐지만
인더스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거기로부터 연결된 수로의
수위가 낮아져서 수로에 물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황무지가 돼버렸어요.
그러면 인더스강의 수위가 왜 낮아졌을까요?
히말라야산의 눈이 여름에 녹아내리면서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줘서 이 지역 하류는 건조지대지만
마치 갠지스강 하류처럼 농사짓고 살아왔는데
히말라야산에 눈의 양이 계속 적어지니까
여름에 녹아내릴 물이 없지 않습니까.
거기다 상류 지역에 댐을 마련해서 물을 대부분 다른 데로 가져가니까
강물이 팍 줄어버려서 하류에 있는 어마어마한 농경지가
그냥 다 황무지가 돼버리는 거예요.
홍수만 기후 위기가 아니고
가뭄도 기후 위기 중 하나의 현상이죠.
근데 여기 재밌는 거는
이런 엄청난 재앙에 파키스탄 국내에서는 대응을 못하니까
지금 인도 경제가 괜찮지 않습니까
지금 물에 잠긴 주가 전 국토의 3분의 1이고
신드주를 중심으로 펀잡주 일부와 발루치스탄주 일부가 물에 잠겼는데
오른쪽으로 국경 바로 가까이에 구자라트주가 있거든요.
구자라트 주는 인도에서 경제가 괜찮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물자를 가져오려고 하니까
파키스탄쪽에서는 인도 물자를 못 가져온다는 거예요.
인도에서는 파키스탄쪽으로는 절대로 물자를 못 보내고.
유엔 기구에 기증을 해서 유엔 기구가 가져가는 것만 허용을 하고
민간 교류가 다 닫힌 거예요.
서로의 적대 감정이 남북한만큼이나 강한 거예요.
중국의 부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에 인도가 참여함으로 해서
거꾸로 중국과 파키스탄이 가까워지고 이제 다시 인도를 봉쇄하는 거죠.
인도와 파키스탄의 적대 감정은 오늘날 남북한에 버금가고
인도는 두 번째 적성 국가가 중국이고
파키스탄은 제일 친한 나라가 중국이고
이런 전통적인 안보로 인한 갈등으로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협력이 단절되니까 구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이제는 어떤 문제가 복합적으로 일어난다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인데 사람이 홍수 피해로 집을 잃고
식수와 식량도 부족한데 이웃나라와 협력은 안 되고
군사비는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에요.
그래서 기후 위기의 피해가 전쟁의 피해하고는 비교가 안 되겠죠.
3천 30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는데
세계대전이 아닌 어떤 전쟁에서 그만한 피해를 볼 수 있겠습니까?
조용한 전쟁,
전쟁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는 전쟁의 폐해라는 걸 우리가 알 수 있기 때문에
기후 문제는 전통적인 안보와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돼 있으면서 앞에서 박사님들이 말씀하시는
복합적인 안보 위기를 초래하지 않는가 싶습니다.
제가 팬데믹 3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작년에 수확량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작년 봄에 벌이 대부분 다 죽고 3분의 1가량 살아남아서
처음에는 단순하게
‘올해 꿀 농사가 좀 어렵겠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호박이고 뭐고 농사가 잘 안 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벌이 없어서 수정을 못 하는 거예요.
사람이 인공 수정하는 것에는 한도가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좀 찾아보니까 만약에 그 작은 벌이 전멸한다면
인간이 바로 식량부족으로 전멸해 갈 수가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쟁보다도 더 무서운 게 벌인 거예요.
어쩌면 벌보다도 더 눈에 띄지 않는데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많은 생명이 우리 주위에 있을 것이고
그 생명들이 기후 위기에 빨리 적응을 못해서 멸종을 하면
결국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데
무엇이 어떻게 해서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이런 문제들은 우리의 삶에 굉장히 가까이 와 있다는 거예요.
멀리 있는 게 아니고 시시때때로(일어날 수 있어요)
꼭 대홍수, 대가뭄, 고온, 산불 이런 것만 오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 몸이 병들어가듯이 지금 다가오는데
우리들은 아직도 이 속에서 북한과 이기느냐 지느냐,
중국과 미국이 이기느냐 지느냐
이런 문제에 온통 신경이 빠져 있는 것은
정말 어리석어도 이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의 각성과 실천 행동이 구체적으로
에너지나 소비를 절약하는 쪽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100가지 이론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데서
저는 지금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우리가 좀 더 자각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무리 발언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죠.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근데 100번 보는 것보다 한 번 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에너지만이 아니고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은
대부분 탄소 배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에요.
그래서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기름값이 오르는 문제는
개인으로 보면 큰 부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돈을 평등하게 갖자는 게 핵심이 아니라
지구 차원에서 개인이 일정 이상 소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소비 상한제가 도입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부자라도 기준 이상 소비를 하는 것은
지구에 사는 많은 생명을 해치는 행위와 같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과소비하는 사람을 부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어쩌면 지구를 죽이는 것이고 살상행위나 다름이 없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실천적 행동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자꾸 말만 하는 것보다도 자기가 행해가면서 주장도 하고 얘기를 해야
확산력이 있지 않느냐 하는 거고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작은 실천이라도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두 번째는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기후위기나 그 어떤 것보다도
전쟁의 위기로 인해 우리의 모든 것을 파괴할 가장 큰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이유로든 전쟁은 안 된다'라는
확고부동한 관점을 갖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여러분들이 평화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제가 동남아를 다 다녀보니 그 사람들에게 한국은 꿈의 나라에요.
우리가 옛날에 미국 가고 싶어 하는 것보다
더 한국을 가고 싶어하고 더 동경을 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사람은
다 우리를 걱정하는 게 있습니다.
‘전쟁 나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거든요.
전 세계가 지금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걸 걱정하는데
한국에 사는 사람만 소위 전쟁 불감증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자각해서
그것이 좌우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정당의 문제도 아니고
종교의 문제도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이룩해 온 것을 보존하고
또 안정되고 지속 가능한 생활을 하려면
‘전쟁만은 안 된다’는 확고한 다짐을 전제로 하고
우리가 소비 수준을 줄이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씀으로
오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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