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상대에게 맞춰주려고 하다 보니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아요. (2023.05.06.)

Buddhastudy 2023. 7. 6. 19:32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인정하면 내가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이 사는 세상에서 서로 맞춰야지

왜 나만 이해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편안해질 수 있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물론 상대도 나한테 맞춰주면 좋죠.

그리고 꼭 나만 맞춰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핵심은 상대가 안 맞춰주는데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물이 필요할 때 비가 오면 좋죠.

물이 필요할 때 비가 오면 좋다는 건 누구나 동의를 할 거예요.

그리고 때맞춰 비가 와주면 아무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그때 비가 안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거냐 이게 문제입니다.

그때 신을 원망할 거냐

아니면 비가 안 오는 것에 대비해서 행동을 취할 것이냐를 두고 선택하는 겁니다.

 

, 비가 적절히 오면 좋은데

며칠 전처럼 300미리l씩 한꺼번에 쏟아지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필요한 만큼만 오면 좋겠지만,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

또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예요.

그때도 신을 원망하면서 살 것이냐,

아니면 폭우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공부 거리입니다.

 

상대방이 나한테 맞춰주면 좋다는 건 맞습니다.

남편이 바람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먹고, 일찍 들어오라고 할 때 일찍 들어오고

가사 일 도와달라고 할 때 도와주고

그러면 좋죠.

그것이 좋은 줄 누가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살 거냐는 거예요.

 

이럴 때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길은 두 가지입니다.

평생 불평하고 원망하면서 같이 사는 길과

아예 헤어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 혼자서는 잘 살아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혼자서 살아보면 또 외로워서 못 살아요.

그래서 다시 같이 살면 똑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합니다.

그러면 이런 경우에는 사람이 괴로워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좋지만

비가 안 오면 지하수를 파고 물을 끌어다 써야 합니다.

, 돈이 많이 들더라도 댐을 만들어서 물을 가둬놓고 필요할 때 가져다 써야 해요.

 

이렇게 비가 오지 않는 상황에 대비를 해야지,

그 상황에서

왜 나만 이렇게 일해야 하느냐?’,

왜 신은 도와주지 않느냐하고 얘기해 봐야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비가 알아서 적절한 양만 내리면 좋은데

막상 폭우가 쏟아지면 둑을 쌓아야 해요.

때로는 둑을 쌓았는데도 둑이 터지는 일이 발생하는데

그러면 또 새로 둑을 쌓아야지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누가 대신 둑을 쌓아주지 않습니다.

둑을 쌓고, 댐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게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때로는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또 쌓는 것이지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것처럼 상대방이 안 맞춰줄 때도 헤어지거나

그래도 같이 지내거나

둘 중 하나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이때 헤어지기로 했다면 더 이상 질문거리가 없겠죠.

그런데 막상 헤어지려고 해도 헤어지지 못하잖아요.

 

회사에서 상사가 알아서 잔소리를 안 해주면 좋죠.

그걸 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상사가 잘해주지 않고 잔소리를 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는 거예요.

 

우선 직장을 때려치우는 길이 있겠죠.

그런데 어렵게 직장을 구했는데 이제 와서 그만두기가 힘들잖아요.

게다가 이 직장 말고 다른 곳에 직장을 구하기도 어려우니까 그만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상황은 여의치 않고

그렇다고 관두기에도 힘들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입니다.

 

상대방이 맞춰주면 좋은 건 다 압니다.

스님이 몰라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정작 상대방이 안 맞춰주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이때 왜 나만 맞춰야 되느냐? 너는 왜 안 맞추냐?’

이렇게 미워하고 원망하고 괴로워하면서 사는 게 나은지

다른 방법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거예요.

 

물론 안 살고자 하면 안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36계인 도망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렇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지금 도망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이에요.

그러면 같이 살아야 하는데, 어차피 같이 사는 길밖에 없다면

상대를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괴롭게 사는 것보다는

내가 맞추고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같이 안 살 거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같이 살 것이라면

괴로워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내가 맞춰져서 괴롭지 않게 사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러니 맞추고 살라는 말은

질문자가 여자니까 맞추고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정 괴로우면 같이 살지 말라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다른 좋은 면도 많이 있으니까

못 떠나고 같이 살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어차피 같이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괴롭게 사는 것보다는

내가 맞추면서 괴롭지 않게 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겁니다.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말귀를 알아들었어요?

 

...

 

밤이 먹고 싶으면 밤송이를 까야합니다.

그런데 밤송이를 까자면 손가락이 찔려요.

이때 찔리기 싫으면 숫제 밤을 안 먹으면 됩니다.

그냥 안 먹으면 되지 여기서

왜 밤에는 가시가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가시가 싫으면 밤을 안 먹으면 되고

밤이 먹고 싶으면 조금 찔려가면서 밤을 까야 하는 거예요.

대신 덜 찔리려면 가죽 장갑을 껴든 지 방법을 연구해야죠.

스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어요?”

 

...

 

그럼 할 말이 더 있으면 해 보세요.

 

...

 

스님은 상대방한테 무조건 맞춰라, 여자니까 맞춰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맞추기 싫으면 그만두라는 거예요.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그렇게 그만둬도 될 때가 있지만

그만둘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직장생활도 그렇고, 부부생활도 그렇고, 부모자식 간에도 그래요.

왜냐하면 나쁜 점도 있지만, 다른 좋은 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못 그만둘 때는 무슨 의리가 있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익이 되는 것들이 있어서 못 그만 두는 거예요.

그러니 못 그만두는 것도 다 내 문제입니다.

다른 좋은 게 있어서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면서

마치 자기가 착해서 그런 것인 양 꾸밀 필요도 없습니다.

좋은 점이 있어서 그만두지 못한다는 사실도 자각해야 해요.

 

그렇게 좋은 점들이 있는데 나쁜 점 때문에 확 버리려고 하니까

막상 좋은 점까지 없어지는 게 아까워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는 지금 나쁜 점만 딱 사라지면 더 좋을 텐데 싶죠.

그걸 누가 모르겠어요.

자기가 그동안 무슨 좋은 일을 했기에

모든 게 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겠어요.

지금 그 정도의 복을 타고난 것도 아니잖아요.

 

인생은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좋은 점만 갖고 나쁜 점은 버리려고 하지 말고,

좋은 점을 누리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을 위해서 이런 마음을 가지라는 게 아니에요.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라는 겁니다.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데 억울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인데 상대방을 미워할 일이 뭐가 있어요.

 

그 사람은 무조건 좋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뭐든지 그 사람에게 맞춰라

그저 자비심을 내라

스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옛날 스님들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스님은 좀 영리하게 살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우선 손해가 나거든 그만두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손해가 난다고 해서 나중에 더 큰 이익까지도 버리는 바보 같은 짓을 하면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되니까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만두지 못하고 이왕 같이 살 거면

괴로워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내가 맞추면서 괴롭지 않게 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을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