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볼 때 보자마자 그 보이는 대상에 끌려 다니고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판별하면서
보이는 대상에게 온통 관심이 쏠리게 된다.
좋아 보이는 것은 집착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쓰고
싫게 느껴지는 것은 거부하며 멀리하려고 애쓴다.
인생이란, 좋은 것을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또 싫은 것을 더 많이 밀어내기 위해 애쓰는 삶이다.
이것을 취사간택심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내가 좋은 것은 더 많게 하고
싫은 것은 없애기 위해, 바깥의 대상을 쫓는다.
그런데 문득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전혀 색다른 시도를 해보자.
‘바깥’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우고 경험하면서
바깥에 있는 것들에만 신경 쓰며 집착하고 살아오던 삶을
문득 돌이켜 보는 것이다.
‘바깥’에 있는 것들을 취사간택하던 삶을 돌이켜
그렇게 바깥으로 쫓아다니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안’으로 확인해 보는 것이다.
문득
그 바깥 대상에만 쏠려 있는 의식의 빛을 돌이켜
보는 놈이 누구인지를 비추어 보라.
회광반조(回光返照)
우리는 보통 눈귀코혀몸 뜻으로
색성향미촉법이라는 바깥 경계만 보며 살아왔다.
그래서 보통 ‘보고 있다’ ‘듣고 있다’ ‘말하고 있다’ ‘느끼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보고 있음’
즉, 보는 작용을 통해 보고 있는 무언가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듣고 있음’
즉, 듣는 것을 통해서도 ‘있음’이 확인된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보는 작용을 통해 보고 있는 무언가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본다는 사실은
곧 보는 무언가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이런 통찰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낯선 경험이라
쉽게 이해되지는 않겠지만
조금 더 사유를 진행시켜 보자.
마치 눈이 대상을 보지만
눈이 눈은 보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평생토록 거울을 빌리지 않고
직접 눈을 본 적은 없다.
눈을 직접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다른 모든 것을 본다는 작용을 통해
여기에 눈이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마찬가지다.
보는 것을 통해 보고 ‘있음’이 확인되고
듣는 것을 통해 듣는 놈이 ‘있음’이 확인된다.
이 ‘있음’이라는 존재감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이 그렇게 ‘있을까?’
보자마자 해석하고
듣자마자 해석하는 분별심 이전에
‘보고 있음’ ‘듣고 있음’ ‘봄‘ ’들음‘ 그 자체
그 첫 번째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 보고 들어 볼 수는 없을까?
회광반조해 보라.
눈으로 컵을 보고 ’컵이구나‘하고 인식하는 것은 분별이다.
눈으로 컵을 보자마자
’컵‘이라고 이름 붙이기 이전에
먼저 확인되는 것이 이것이다.
귀로 새소리를 듣자마자
’새소리구나‘하고 이름 붙이기 전에, 분별하기 전에 먼저
이 듣고 있는 근원적인 ’있음‘이 확인된다.
분별하기 이전, 생각하기 이전, 이름 붙이기 이전에 먼저
이것은 무엇일까?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고, 크기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분명하게 확인되는 이 ’있음‘은 과연 무엇일까?
당신은 지금 이렇게 있지 않은가?
보는 것을 통해 있음이 확인되고
듣는 것을 통해서도 이렇게 나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는가?
‘모르겠다’고 하는 바로 그 때,
알고 모르는 내용 이전에
‘모르겠다’를 통해 먼저
이것이 그렇게 생생하게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진정한 당신의 본래면목이다.
이 몸이나 마음이 내가 아니라
이것이 나의 진정한 성품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소리를 들으면서, 분별하기 이전에
이렇게 먼저 확인되는 이것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무엇일까’하는 바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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