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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하버드 천문학 교수가 말하는 첫 성간 천체의 정체

Buddhastudy 2022. 5. 19. 19:25

 

 

 

우리가 그 존재를 알기 오래전부터

그 물체는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베가성 방향에서 날아온 그 물체는

201796일에 우리 태양계로 들어왔습니다.

 

태양은 자기 식구들에게 중력을 가하는 것처럼

손님에게도 공평하게 중력을 가했습니다.

미지의 방문자는 태양의 중력 도움을 얻어

금성과 지구 궤도를 통과하고

다시 태양계 밖으로 빠르게 날아갔습니다.

 

바로 그때, 지구의 망원경 하나가

떠나가는 손님의 뒷모습을 흘끗 보았습니다.

 

하와이의 할레아칼라 산 정상에는

지구에서 가장 고화질 카메라를 탑재한 판스타스 망원경들이 있습니다.

판스타스 망원경은 주로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는 천체들을 탐지합니다.

 

실제로 지구와 가까운 혜성과 소행성 대부분이 판스타스에 의해 발견됐습니다.

20171019, 천문학자 로버트 웨릭은

판스타스1이 수집한 데이터에서

하늘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작은 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혜성이나 소행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궤적과 속도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그 점은 태양계 밖 공간, 즉 성간 우주에서 날아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때까지 성간 우주에서 생성된 천체가

태양계 안에서 관측된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물체는 인류가 처음으로 발견한 성간 천체가 됩니다.

 

국제천문연맹은 이 물체에 성간을 의미하는 첫 공식명칭을 붙였습니다.

과학계와 대중에게는 그보다 더 유명한 오우무아무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하와이 말로 탐색자를 뜻합니다.

 

첫 성간 천체가 발견되자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망원경으로 탐색자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우무아무아는 이미 지구에서 3000km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게다가 빠른 속도로 태양계 바깥으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관측은 딱 11일 동안만 가능했습니다.

오우무아무아를 뒤쫓아가지 않는 한 이 11일 동안의 관측 데이터가

우리가 가진 기록 전부입니다.

 

천문학은 한편으로 탐정 활동과 비슷합니다.

부족한 증거로부터 실마리를 찾아내 사건을 추리해야 합니다.

 

오우무아무아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제한적인 관측 데이터에서 특이한 점들이 발견되었고

그 특이성들이 첫 성간 방문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태양계가 가끔 희귀한 성간 천체들을 맞이한다는 사실은 경이롭지만

성간 천체 그 자체로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단지 혜성이나 소행성에 비해 드물 뿐입니다.

 

오우무아무아도 처음에는 태양계 밖에서 유래했다는 것 말고

별다른 특이성이 없었습니다.

오우무아무아의 특이성은

과학자들이 데이터를 살펴보는 과정에서 하나둘 드러났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모양, 특징, 궤도, 모든 면에서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괴이하고 미스터리하고 낯설었습니다.

 

낯선 대상과 만날 때 제일 먼저 궁금한 것은 생김새일 겁니다.

오우무아무아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가 가진 데이터 중에

오우무아무아의 생김새를 확인할 만한 선명한 사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김새를 추측할 만한 자료는 충분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비행하는 물체는 거의 대부분 회전합니다.

만약 태양을 지나치는 회전 물체가 공처럼 완벽한 구라면

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 빛은 일정한 밝기를 보일 겁니다.

반대로 구가 아닌 모든 형태는 밝기가 변합니다.

예를 들어 럭비공은 긴 면이 태양을 바라볼 때 더 많은 빛을 반사하고

좁은 면이 태양을 바라볼 때 더 적은 빛을 반사합니다.

 

오우무아무아는 8시간마다 밝기가 무려 10배씩 변했습니다.

이런 극적인 밝기 변화는 모양이 아주 극단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오우무아무아는 너비와 길이 비율이 적어도 1:5에서 1:10은 되었습니다.

시가처럼 길거나 피자처럼 납작하다는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천체치고는 희한한 생김새입니다.

태양계에서 관측된 모든 소행성은 너비-길이 비율이 커봐야 1:3입니다.

 

그렇다면 오우무아무아의 크기는 얼마 정도일까요?

오우무아무아는 태양 근처를 지나쳤기 때문에

표면이 아주 뜨겁게 달구어졌을 겁니다.

 

그런데 나사의 스피처 우주 망원경이

오우무아무아를 30분 동안이나 추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출되는 열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스피처 우주 망원경은 수십억 광년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적외선 신호를 탐지할 정도로

고감도의 적외선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우무아무아는 고감도 적외선 카메라에 감지되기 어려울 만큼 작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우무아무아의 길이를 약 100, 넓이를 10이하로 추정했습니다.

학교 운동장 크기의 시가나 피자입니다.

 

오우무아무아는 작은 크기치고 유달리 밝았습니다.

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 빛이 일반적인 소행성이나 혜성보다 적어도 10배는 더 밝았습니다.

이 정도 반사율이면 반짝이는 금속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이성들이 하나둘 드러나자 평범해 보이던 사건이 점점 수수께끼로 변해갔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천체가 왜 이렇게 통계적으로 희귀한 특성을 가질까요?

 

과학자들은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설들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우주 복사에 의한 암석 침식입니다.

이론적으로 이온화 복사는

수십만 년 동안 우주를 떠도는 성간 암석을 상당히 침식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중력 작용에 의한 파편입니다.

만약 적당한 크기의 물체가 행성과 적절한 거리 안에 들어간다면

중력 효과로 인해 그 행성의 일부가 성간 공간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오우무아무아의 특이성이 이게 다였다면

이 두 가설 중 어느 것이든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나 뒤늦게 확인된 또 하나의 특이성이 사건을 미궁 속으로 빠트렸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우무아무아의 이상한 궤도였습니다.

 

우리는 태양 주위를 빠르게 도는 물체의 궤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우무아무아의 궤도는 예측과 달랐습니다.

오우무아무아는 태양의 중력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경로에서 약간

그러나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편차를 보이면서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이 편차는 마치 추가적인 추진력이 작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과연 어떤 힘이 작용했길래

오우무아무아는 예상 경로대로 비행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이런 편차는 자연에서

아주 보기 드문 현상은 아닙니다.

혜성들도 오우무아무아와 비슷한 편차를 보입니다.

 

혜성은 태양을 지나칠 때 얼음 가스와 먼지가 증발하면서 긴 꼬리를 남깁니다.

이 꼬리는 마치 제트 분사처럼 추진력으로 작용해

혜성의 경로에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오우무아무아의 편차가 혜성과 같은 로켓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오우무아무아는 자기 질량의 10분의 1을 잃을 정도로 긴 꼬리를 남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스피처 망원경은 오우무아무아의 주변에서

, 탄소 기반 가스, 먼지 등의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해 오우무아무아가 적외선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

수소 얼음덩어리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수소 빙산이라면 우주 복사에 의해 쉽게 가열되기 때문에

성간 우주에서 일찌감치 증발해버렸을 겁니다.

 

결국 오우무아무아의 편차를 명확히 설명하는 가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학계는 첫 성간 천체에 대해

특이하긴 해도 혜성이었다라고 정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그때, ‘오우무아무아는 혜성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우무아무아가 외계문명이 만든 인공물체라는 주장입니다.

 

아비 로브는 하버드 대학의 천문학 교수이며

외계문명을 찾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해온 과학자입니다.

 

로브 교수는 우리의 기존 지식으로 세운 가설들이 특이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사고의 영역을 과감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 확장이 바로 외계탐사선입니다.

 

만약 오우무아무아가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만든 금속성 물체이거나

금속성 암석을 개조한 탐사선이거나

아니면 10억 년 된 문명의 떠돌이 같은 것이라면

그동안의 특이성들이 모두 설명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끝없이 넓은 우주에 정말 또 다른 과학 문명이 있거나 있었다면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탐사선들도 많이 깔려 있을 겁니다.

 

이제 막 우주에 첫발을 내디딘 우리 인류도

벌써 5대의 탐사선을 성간 우주로 보냈으니까요.

 

아비 로브의 주장은 외계설이 무조건 맞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가능성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8년 가을, 그와 공동 연구팀은

오우무아무아의 데이터를 설명하는 가설에

외계설도 포함해 천체 물리학 저널에 논문을 실었습니다.

 

외계 탐사선이라니, 뉴스거리를 물은 언론은 환영했고

주류 과학계는 당황했습니다.

하버드대의 천문학과 학과장이 외계설을 정식 논문으로 제출했으니

괴짜 소리까지 나올 법 합니다.

괴짜 천문학자는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외계설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오무아무아>는 외계설 논문의 대중적인 확장판인 셈이지만

이 책의 진짜 의도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대상을 접했을 때

어떤 게 진정한 과학적 사고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것입니다.

 

비록 SF처럼 보이는 주장이라도 아비 로브는 오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데이터만으로 추론을 펼쳐갑니다.

그 과정에서 주류 과학계에 팽배한 외계문명 탐사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도 비판합니다.

 

예를 들어 다중우주, 끈이론, 차원론 등은 주류 과학으로 수용하려 하면서

외계문명에 대해선 냉소주의가 있다는 겁니다.

 

따지고 보면 다중우주, 끈이론, 차원론 중 어느 하나도

관찰 증거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에 비해 외계문명은 그래도 현실의 영역이긴 합니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외계행성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으며

외계 생물학에 대한 논의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40여 년 전에 바이킹호가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았다면

우리 인류는 지금쯤 외계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더 익숙하게 여기고 있지 않을까요?

그랬다면 오우무아무아의 외계탐사선설도 지금보다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을지 모릅니다.

과연 오우무아무아는 너무 일찍 발견된 성간천체일까요?

 

<오우무아무아>는 바로 이런 점들을 담고 있습니다.

외계문명에 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며

외계지성체를 진지한 담론으로 이끌어냅니다.

 

오우무아무아는 지금 페가수스 자리를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첫 성간 방문자의 정체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학계의 대다수는 오우무아무아가 특이하긴 하지만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체라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오우무아무아가 인공물체임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외계설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정체가 무엇이든

우리 인류에게 성간 우주에 대해 많은 영감과 생각거리를 던져 준 것은 분명합니다.

외계설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상상력은

또다시 제자리를 맴돌았을 겁니다.

 

천문학의 역사가 말해주듯

우주는 도전적인 가설을 선호합니다.

과학에서 가설은

미지를 향한 상상의 도약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