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역사/역사, 세계사

삼국지 4 : 당고의 금 & 양기

Buddhastudy 2023. 11. 16. 19:03

 

 

삼국지를 접할 때면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이야기 초반에 십상시가 등장합니다.

 

한나라 황제 곁에는 항상 환관들이 있어왔지만

그중에서도 십상시의 힘이 강대해진 이후로는

당고의 금이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고의 금당고의 화라고도 불리는 사건으로

중국 후한 말기에 황관들과 관료들이 충돌하여

황관 세력이 관료를 금고에 처한 탄압 사건입니다.

 

참고로, 작은 상식선에서 말씀드리자면

현대사회의 금고형과 징역형은

둘 다 죄인을 교도소에 수감하지만

징역은 감옥에서 노동을 하는 데 비해

금고형은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금고형은 노동을 천시하던 옛 시대에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 경우

범죄자들에게 다소 우대한다는 의미가 있었는데

한나라 때의 금고형은

관리의 신분을 빼앗아 서인 이하의 신분으로 내리는 것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후한 말기의 정치세력은

크게 청류파와 탁류파로 구분되었습니다.

여기서 탁류파는 다시

환관 중심의 엄당과 외측 중심의 척당으로 나누게 됩니다.

 

당고의 금사건은 환관 세력과 외척 세력이 대립을 하는 과정에서

환관 세력이 힘을 키우면서

외척 세력과 청류파를 모두 숙청한 사건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한 사건 때문에

환관 중심의 세력을 나쁜 의미의 탁류

사대부 세력을 청류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 세력이라는 것이

쉽사리 선악의 구도를 나누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아무튼 당고의 금사건을 전개하는 데 있어

탁류파와 청류파가 어떤 세력이었는지 개념을 알아두면

좀 더 삼국지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용이할 것 같습니다.

 

중국 고대 국가의 한나라 16대 황제, 광무제는

중국사에서 명군으로 손꼽히는 황제 중 하나로

서기 25년부터 재위하였습니다.

 

광무제 사후, 명제와 장제 등의 왕으로 이어지는

후한 초의 환관들의 역할은

외척 세력에 대항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제4대 황제인 화제 때부터

외척과 환관의 세력 다툼이 심해졌는데

화제는 환관과 손을 잡고 외척의 실권을 박탈해버리고

6대 황제 안제 때도 환제와 손을 잡고 외척들을 숙청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늘 변하고 변하기 때문에

서기 125년부터 재위한 8대 황제 순제 때는 상황이 바뀝니다.

 

순제 시절에는

후한의 대표적인 간신이었던 양기라는 자가 있었습니다.

양기는 젊은 시절 술을 즐기고, 맡은 업무도 기분에 따라 처리하였는데

아랫사람에게는 스스로 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집안을 과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양기의 행실이

부친이었던 대장군 양상의 귀에 들어가는 날이면

꾸지람을 듣고는 했습니다.

 

하루는 사람을 고용해 자신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친

낙양 현령 여방을 찔러 죽이고서는

세상 사람들이 이를 알아차릴까

고용했던 자에게 죄의 혐의를 덮어씌웠습니다.

그리고 여왕의 동생을 비롯한 가족도 제거하였습니다.

 

잔인하고 난폭한 양기는 권력욕도 많아

자신의 여동생 양납을 순제에게 바쳤습니다.

이어 양납이 순제의 황후가 되면서

양기는 외척 세력으로서 권력을 손에 넣게 됩니다.

 

 

 

순제가 재위한 지 20년의 세월이 흐른 서기 144

순제의 건강이 악화되어

순제와 우씨 사이에 태어난 충제가 황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곧이어 순제가 사망하게 되었는데, 충제 나이는 이때 2살이었습니다.

2살짜리 황제가 제위에 오르니

양태후가 정사를 맡게 되었고

양기는 대장군에 임명되어 군권을 장악하게 됩니다.

 

또한 양기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인 손수도 이에 질세라

양기와 경쟁하며 권세를 부렸습니다.

 

손수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포악한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한 예를 들어

8대 황제 순제가 살아있던 시절

양기의 아버지인 양상은 우통기라는 미녀를 순제에게 바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통기는 궁궐 생활에서 실수를 저질러 쫓겨나게 되었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양기는

손수 몰래 우통기와 바람을 피웁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손수는

우통기를 찾아가 정신없이 폭행을 행사한 후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립니다.

 

양기는 장모를 찾아가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었지만

손수는 기어코 아들 양윤을 시켜 우통기를 때려서 죽이고

우씨 집안을 모조리 없애버렸습니다.

 

양기는 본인도 고약하지만

아내인 손수의 극단적인 행동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갔습니다.

 

충제가 2살의 황제로 등극한 1년 뒤인 145

충제는 3살의 나이로 요절하였는데

이때 태위 이고를 비롯한 대신들은

더 이상 왜적이 날뛰는 것을 막기 위해 성인 황제를 세우려고 했습니다.

 

이 상황을 마주한 양기는

자신이 만들어 온 양씨 가문의 세상을 바꿀 수 없었기에

8살의 질제를 어린 황제로 앉혔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영특했던 질제는 양기를 두고

모든 걸 제멋대로 하는 장군이라는 뜻의 발호장군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양기는

질제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질제를 없앨 음모를 꾸몄습니다.

 

질제가 왕위에 오른 지 1년 뒤인 146

양기는 새해를 맞아 떡에 독을 넣어 어린 황제에게 바쳤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떡을 먹은 질제는 몹시 괴로워하며

양기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양기는 혹시나 떡을 토해낼까 봐 물을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을 하던 도중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질제는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이렇게 어린 황제들인 충제와 질제가 살아있을 때

양기와 그의 아내인 손수는

모든 권력을 손아귀에 넣어 마음껏 과시하고 살았습니다.

 

부부는 재물의 욕심에도 끝이 없어

각자 자신만의 집을 화려하게 지었습니다.

손수는 양기보다 더 큰 집을 지었고

손수의 집이 완공되면 양기도 이에 질세라

다시 손수보다 더 큰 집을 지었습니다.

 

이렇게 양기, 손수 부부는

양기의 여동생 덕분에 외척 세력으로서 마음대로 행동하고 다녔습니다.

 

 

 

 

146, 양기가 독살한 질제의 뒤를 이은 다음 황제로는

두 후보가 있었습니다.

그중 청하왕 유산이 엄격한 성격으로 인해 중신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양기는 단호한 성격의 유산이 그리 탐탁치 않았습니다.

 

이때 순제 시절부터 오랫동안 황제를 모신 환관인 조등이

유산에게 사사로운 원한이 있어 양기에게 다가섭니다.

조등은 삼국지 주요 인물인 조조의 조부로

환관 세계에서 덕이 많은 사람으로 추앙받는 존재였습니다.

 

조동은 양기에게 만약 유산을 황제로 내세운다면

그대의 세가 완전히 꺾일 것이라 언지를 주었고

이를 받아들인 양기는 조등과 힘을 합쳐

유산이 아닌 환제를 옹립하는 데 성공합니다.

 

146, 14살의 나이로 황제로 즉위한 환제는

양기의 손으로 옹립된 위치라

양기가 판치고 다니는 세상을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기는 황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대로 위세를 떨쳤고

이에 환제는 점점 불만이 쌓여갔습니다.

 

양기와 부인 손수는

환제가 즉위한 지 10년이 넘도록 권세를 부렸지만

이들에게도 운명이 다하는 날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손수의 외삼촌 중에

자신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또 다른 양기가 있었습니다.

외삼촌 양기의 부인 선씨에게는

이전 남편으로부터 얻은 딸인 등맹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손수는 등맹의 얼굴이 예쁘다고 판단하여

성을 양씨로 바꾸고는 황제의 후궁으로 바쳤습니다.

그리고 입막음을 위해 자신의 남편 양기를 시켜

외숙모라 할 수 있는 선씨를 죽이라고 시켰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선씨는 살아서 궁궐로 달려갔고

환제는 이 사정을 듣고 황제를 능멸한다는 이유로 노여워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환제는

명분이 생겼다고 생각해

환관인 선초 등과 손을 잡고, 양기 집안을 멸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황제로부터 완전한 미움을 사버린 양기와 손수는

이제는 끝이다고 여겨 자결을 선택합니다.

 

환제는 양기 부부를 없앤 후, 조종을 휘둘렀던

양씨 집안 60명과 관계자 300명을 멸족시키고

이 일을 계기로 외척과 환관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대권은 환관에게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양기가 세상에서 없어지자 백성들은 기뻐했지만

이번에는 되려 이 사건에서 공을 세운 환관들의 세력이 막강해지며

전횡을 일삼고 내정에 간섭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삼국지 네 번째 시간으로

십상시가 권력을 잡게 된 경위인 당고의 금을 말하기에 앞서

환관들이 힘을 차지하게 된 원흉인

양기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