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기 후반~3세기
후한 말기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삼국지는
역사가 ‘진수’가 저술한 ‘삼국지 정사’와
소설가 ‘나관중’이 집필한 ‘삼국지연의’로 나누어집니다.
이 중,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재미 위주로 알려진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의미합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소설 ‘삼국지연의’의 인지도가 워낙 높은 터라
대체적으로 삼국지라 하면 ‘삼국지연의’라고 가리키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기록으로서의 삼국지는 ‘삼국지 정사’라고 지칭합니다.
삼국지에 대해서는 저보다 전문적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워낙 많은 터라
이 영상은 제 개인 취미 생활로 삼국지 내용들을 정리하는 것 뿐이니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도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중국의 한나라는 BC 202년 전한 시대부터
잠시 신나라를 거쳐 AD 23년에 접어들어
짧은 현한, 그리고 후한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후한은 전란으로 파괴된 통치 체계와 국가 시스템을 복구하였고
백성들을 위해 노비를 해방시키며, 안정적인 국가를 만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제4대 황제인 ‘화제’ 시대 때부터
외척과 환관의 세력 다툼이 심해졌는데
다음 황제 시대로 지날수록 점점 환관들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며 정세를 주무르게 되었습니다.
삼국지의 시대적 배경은 후한 말,
어린 황제를 조종하는 부패한 정치 환관 집단인 ‘십상시’의 등장이
그 시발점이 됩니다.
후한 때는 어린 황제가 즉위를 하는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외척이 권력을 독점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어린 황제들은 자라면서 더 이상 외척의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 했고
이때 황제는 환관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그 결과 환관들의 권력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는데
그러다 황제가 요절하면
또다시 어린 황제가 즉위해 외척들이 반격했습니다.
후한의 전통은 이런 식으로 외척 세력과 환관 세력이 교차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고
그 중에서도 2세기 후반에 재위한 영제 시대 때 권력을 잡은
10명의 환관을 두고 십상시라고 불렀습니다.
십상시라고 하지만 삼국지 정사에서는 12명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삼국지연의에서는 좀 더 이름에 걸맞게 딱 10명으로 수정했습니다.
십상시의 구성원들은 장양, 조충, 하운 등등이 있었는데
십상시는 그야말로 부패 정치의 대표적인 활동을 펼쳐나갔습니다.
최고 권력의 십상시들은 관직을 뽑는데
시험보다는 뇌물을 채용의 기준으로 두었고
심지어는 관직마다 ‘정가’가 붙을 정도로 매관매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관리들은 투자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바쳐 그 자리에 앉고 나니
이제는 그만큼의 돈을 다시 거둬들이기 위해
백성들을 수탈하는 데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채용도 해고도 십상시의 입맛에 따라 이루어지니
황제를 따르는 무리들은 십상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뿐만 아니라 십상시의 말을 듣지 않으면 사형,
그리고 일가친척까지 척살을 당하는 일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십상시가 좌지우지하는 세상에서
그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환관들의 세계에서 실력과 인망이 두터운 조등이라는 자였습니다.
조등은 후한 ‘안제’때 처음으로 환관이 되어
대궐에서 30년간 일을 하면서, 5명의 황제를 섬기면서도
과실이 없고, 정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역대 황제들의 총애를 항상 유지해오던 조등은
이제 막 조정을 평정한 십상시보다는
한물간 인물로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상시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었던 조등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조등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도 역시 한나라의 전통답게
외척과 환관들의 권력 싸움이 심했는데
조등은 황제들을 수호하는데 일등공신이었으며
그 상으로 양자를 들이는 것을 허락받게 됩니다.
이에 조등은 조숭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를 양자로 받았고
조숭의 아들이 바로 삼국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조조였습니다.
조등의 손자 조조는 어릴 적부터 명석하며
성격이 깔끔하고 냉철하기로 유명했습니다.
조조가 아직 이름을 날리기 전인 20대 시절.
그는 낙양북부위라는 관직을 맡았는데
수도 북문의 경비대장으로서 성문을 관리하는 직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높은 관리의 사람들은 출입시간을 수시로 어겼고
그럴 때마다 기존의 경비대장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했습니다.
새롭게 부임했던 조조는 우선 문(門)을 수리하고
5가지 색깔의 봉을 만들어 문의 좌우에 각각 10개씩 걸어두고는
금령을 범하는 자가 있으면 봉으로 곤장을 치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신분에 관계없이 모두 적용하라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권세를 믿고 횡포를 부리는 관리들도
가리지 않고 곤장을 때렸는데
이를 보던 십상시 ‘건석’의 숙부는
자신의 조카를 믿고 일부러 금령을 어기고 문을 통과했습니다.
그는 젊은 조조를 보며
‘나를 때리면, 너와 니 일가친척은 모두 죽는다’라고 협박했지만
조조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규정대로 건석의 숙부를 곤장으로 내리쳤습니다.
결국, 늙은 건석의 숙부는 곤장을 맞다가 죽어버리고
병사들은 큰일을 저질렀다고 기겁을 했지만
그럼에도 조조는 난 규정대로 했다고 당당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다른 경비대장이었더라면 십상시의 복수를 피해갈 수 없었지만
조조는 거물이었던 할아버지 조등 덕분에
명분으로도 인맥으로도 큰일 없이 넘어가게 됩니다.
십상시는 자신들의 친척을 죽였다는 이유로 조조를 벌하였지만
그저 보직 이동에 그치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0년 전인 서기 2~3세기의
인간 세상의 움직임은 주로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동양이든 서양이든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상식이나 이상, 논리보다
오직 힘과 권력으로 현실을 마주하는 시대였습니다.
그중에서도 후한 말기. 삼국지의 배경은
권력의 자리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는데
여기에는 검을 사용하는 능력과 군대를 지휘하는 통솔
그리고 머리가 비상한 자들이
생사를 눈앞에 두고 그야말로 처절하게 다투었습니다
십상시의 횡포로 인해 올바른 이들은 누명을 덮어쓰고
관직은 돈으로 매매되며, 사기꾼들이 실권을 잡으니
나라는 기울어져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성들은 병들고 죽어갔으며 원성이 하늘을 찌르니
이를 두고 ‘난세’라 불렀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운 이때, 역사는 3명의 사내를 중국대륙에 태어나게 했는데
이 3명은 돗자리를 파는 사내, 장군의 아들이었던 사내
그리고 내시의 손자였습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 중국을 삼국으로 나누어 다스리게 되었는데
바로 촉나라의 유비 현덕, 오나라의 손권 중모, 위나라의 조조 맹덕이었습니다.
주요인물들이 활약하기 전에 앞서 오늘 영상은
삼국지 연재 첫 번째 영상인 만큼
십상시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십상시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장양과 조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십상시들은 많은 봉토를 거느렸고 그들의 부모형제 또한
모두 높은 관직에 올라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십상시의 손에 자란 황제인 ‘영제’는 장양에게 아버지라 하였고
조충에게는 어머니라 부르며 그들을 따랐습니다.
십상시는 앞서 말한 대로 모든 관직을 두고 매관매직을 했는데
현령은 4백만 전, 삼공은 1천만 전
자사와 태수는 2천만 전으로 가격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을 받고 관직을 팔기만 할 뿐
임기는 보장해주지 않았기에 수시로
독우를 파견해서 퇴출을 일삼았습니다.
지방 수령의 임기는 1년을 채우기가 어려웠고
이 때문에 관직 자리를 얻었던 자들은 수시로 백성들에게 세금을 수탈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먹고살기는커녕, 작은 재산마저 빼앗기며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졌고, 도처에서 난이 일어났는데
그 중 가장 큰 규모가 ‘장각’을 수괴로한 ‘황건적의 난’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난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십상시들은 오히려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정적들을 난을 일으킨 자들과 연루시켜 모함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는 지휘관에게는
싸울 의지가 없다고 하여, 관직을 박탈시키며
그 자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관직을 박탈당한 대표적인 사례가
유비와 공손찬에게 글공부를 가르쳤던 노식이었습니다.
오늘은 삼국지 시리즈 첫 번째 시간으로
삼국지의 배경과 십상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오랜 기간동안 근무했던 늙은 환관 조등.
그의 손자 조조에 대해 짧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심심풀이 삼아, 취미로 제작해보는 영상인 만큼
언제까지 연재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나는 데로 삼국지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럼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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