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자칫 손을 베일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얇은 선과 면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무게를 나누어서 감당하면서 한층 한층 높이 올라갑니다.
서양의 오래된 놀이 중의 하나인 A house of cards.
손끝의 작은 떨림 하나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하는 카드로 지은 집이지요.
이른바 미드의 제목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한편으론 위태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아름답고, 신기한 그 집의 모양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세상 역시 조금은 위태롭고 아름다우며, 부정하려 해도 서로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실제로 미국의 과학자 존 캐스티 역시 현대 사회를 이 ‘카드로 만든 집’에 비유했습니다.
‘쥐 한 마리가...카드를 건드린다거나
방문객이 재채기라고 하면‘
구조물 전체가 무너진다. -존L. 캐스티 <X 이벤트>
손끝 하나 잘못 스치면 와르르 무너지는 카드 집의 모양처럼 어딘가 한 시스템이 ‘재채기’를 하면 다른 쪽은 곧바로 ‘폐렴’에 걸리는 ‘초연결’의 세상.
그가 제시한 가설에는 ‘X이벤트’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
‘모든 것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존L. 캐스티 <X 이벤트>
알 수 없는, 즉 ‘미지’라는 의미를 품은 알파벳 X와도 같이 얽히고설킨 현대 사회에서는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는 주장이었습니다.
X 이벤트
그의 가설은 지난 주말 어느 곳도 아닌 우리의 도시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 지하 통신구...
작은 불씨 하나에서 비롯된 ‘디지털 원시시대’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고 있는 도시인의 삶은 한 순간 암흑의 시대로 회귀했습니다.
카드로 지은 집...
위태롭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운 이 구조물은 의역하자면 ‘사상누각’, 즉 ‘모래 위에 지은 집’ 또는 ‘엉성한 계획’이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을 예언했던 과학자 캐스티 박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X이벤트는 반드시 또 일어난다.”
- 존L. 캐스티 < X 이벤트 >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사족..
그러고 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세상은 그저 삐삐의 시대 정도에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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