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I shall go to Korea" 내가 한국에 갈 것이다.
미국 제 34대 대통령 선거일을 열흘 앞둔 1952년 10월 24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젠하워는 그해 초까지만 해도 정치에는 발도 디뎌본 적 없었던 정치 신인이었지만 그가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름 아닌 한국전쟁이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은 2년 넘게 이어지는 전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었고 이를 간파한 공화당과 아이젠하워는 한국전쟁의 명예로운 조기종식을 이뤄내기 위해서 한국에 직접 가겠다고 선언했던 것이죠.
그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대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훗날
"선거는 그날 밤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김연철 < 협상의 전략 >)
66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바뀌면 연락 달라"
이런 편지로 시작된 주말 사이의 출렁임은 훗날 남·북·미 정치사에 또 한 번 매우 극적인 페이지들로 장식될 것입니다.
반전과 반전이 이어졌고, 우리는 불과 며칠을 지나면서 앞으로 또 다른 반전이 있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만큼의 내성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른바 강대국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한반도의 운명이 왔다갔다는 하는 것을 눈으로 보았고, 그가 또 무슨 말을 하는지 그의 트위터를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그런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왔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
66년 전, 아이젠하워가 정치권에 등장하기도 전부터 시작됐던 휴전협상도 2년이라는 시간동안 160번 가까운 지리한 만남이 있었으니…
오래된 두터운 벽이 하루아침에 내려앉을 것이라는 바람은 애초부터 낭만적 감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아직 확실한 것은 무엇도 없지만…
Go to Korea.
한국에 직접 가서 전쟁을 마치겠다고 말한 아이젠하워의 그 발언처럼, 지난 주말 한반도를 뒤흔들었던 그 주인공들 역시 우리가 바라는 그 장소에서 만나 그토록 길어질지도 모를 협상의 시간들을 최소한 시작이라도 하게 될 것인가…
알려드릴 사실은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이젠하워가 했던 그 발언 go to korea는 당시 유행어처럼 관용어가 되어서 다음과 같은 의미로도 사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Go to Korea '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저작권: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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