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지도를 보면 각 나라의 영토의 모양은 제 각각입니다.
영토가 결정되는 과정에 다양한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겠죠.
만약 수학적으로 영토를 나눈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의 방법은 수도를 기준으로 영토를 분할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는 세계의 수도 중에서 서울에 가장 가까우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됩니다.
대마도도 동경보다 서울에 가까우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요
이런 식으로 나누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광개토대왕 때와 같이 한반도를 넘어 훨씬 넓어집니다.
이런 분할 방법을 보로노이(voronoi) 다이어그램이라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러시아의 수학자 조지 보로노이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살펴보죠.
우선 평면에 주어진 점들을 ‘생성점’이라고 합니다.
이 생성점을 기준으로 분할을 해야 하는데요
이때 어떤 원칙이 적용되는가 하면
분할된 영역 내부에 있는 점들은 다른 어떤 생성점보다 그 영역 안에 있는 생성점과의 거리가 가까워야 합니다.
좀 복잡하게 들리시죠.
만약 생성점이 2개라면 두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지점이 수직이등분선이니까 수직이등분선을 따라 나누면 됩니다.
점을 3개, 4개, 5개로 늘려가면서 계속 분할하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의 주도(capital)를 생성점으로 주들의 영역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뉴욕 주의 맨하탄은 주도인 알바니보다 뉴저지 주의 주도인 트렌톤에 가까우니 뉴저지 주가 됩니다.
일리노이 주의 시카고는 위스콘신 주가 되고요,
대마도가 대한민국 땅이 되는 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과 동경 사이에 수직이등분선을 그어보면 대마도는 서울 쪽에 있게 되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됩니다.
역사적으로 대마도는 일본 본토와 별개의 지역이었고, 오랜 기간 우리나라의 지배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877년 일본이 나가사키현으로 편입시켜버린 거죠.
따라서 우리가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고, 대마도도 우리 땅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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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어디에 쓰이나요?
분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요.
소방서, 우체국, 경찰서와 같은 공송시설은 지역 사람들이 가깝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할 구역을 나눠야겠죠.
이때 각 관할 구역을 정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게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입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컴퓨터 그래픽이나 전염병 연구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19세기 중반 런던에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감염된 식수원과의 인접성이 사망 여부와 관련된다는 것을 알아냈는데,
그 과정에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 활용되었습니다.
디자인에도 적용됩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수영 경기장인 ‘워터큐브’의 디자인은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이용한 겁니다.
호화 요트의 외관도 그렇고요.
이처럼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세련된 분위기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기린의 얼룩무늬나 잠자리 날개와 같이 동물 세계에서도 발견됩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자연이 선택한 패턴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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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하지만 실제 관할 구역과는 다를 것 같은데요?
네, 현실 세계에서 관할 구역을 분할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직선거리만을 따지는데, 강이나 산으로 막혀서 실제 이동 거리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거리’를 다르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하탄은 가로로 street, 세로로 avenue
도로가 가로, 세로 격자 모양인데,
맨하탄에서는 두 지점 사이의 직선거리보다 실제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거리가 중요하겠죠?
이처럼 두 점 사이의 거리 distance를 가로로 얼마만큼, 세로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정하는 걸 맨하탄 거리라고 하고, 이를 이용하는 기하학을 택시기하라고 합니다.
택사를 타고 이동할 때 거리가 그러하니까요.
수학에서 ‘원’은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같은 점들을 모은 것인데
택시기하에서는 거리의 정의가 달라지니 원의 모양도 달라지게 됩니다.
사각형의 모양도 달라지고, 타원의 모양도 달라집니다.
택시 기하에서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도 달라지게 되겠죠?
미국의 주를 분할한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에 택시기하를 적용하니
또 다른 분할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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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본질은 ‘자유’라고 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거리’의 개념도 바꿀 수 있는 거죠.
그런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창의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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