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를 만들까요?
바로 생각입니다.
세상의 생각을 벗어나 있는 문제란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문제라는 것은
반드시 나의 생각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즉 내가 그것을 문제 삼았기에
그때부터 문제가 되어 내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내 생각에 ‘문제가 아니다’ 싶으면
그것은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뭐가 문제라고 여겨지면
가장 먼저 자기 생각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자기 관점이나 논리는 잘 안 돌아보고
문제를 만드는 것을
‘트러블메이커’라 합니다.
그러나 오랜 동안 저를 여전히 괴롭힌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다름 아닌
자꾸만 이런저런 문제를 만들어 대는
제 ‘생각’이었습니다.
과거 수십 년을 생각에 의지해 살아왔고
생각에 의지해 진리를 탐구했습니다.
생각이 일어나면 당연히 그 생각을
자기 동일시하고 생각하는 대로 끌려다녔죠.
이런 존재 방식은
한 번에 넘어서긴 너무나 높은 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10년을 허비하다가
문득문득 다시 수차례 깨달았습니다.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알려드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내 문제임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엔
‘생각에 속지 마라’ 하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예컨대
‘이 뭣꼬!’ ‘나는 누구인가’ 라는
선문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뭘까?’ 하고 아무리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설사 답이 생각으로 정리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개념 속 생각일 뿐 실상이 아닙니다.
화두참선도 화두를 잡아 의심을 일으켜
그 의문심의 에너지 속에 자기를 가둬둡니다.
그리고 그 답답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씁니다.
그래서 그 벗어나려는 힘을 이용해
본래 마음자리를 보고 깨닫는 것이죠.
즉 생각으로 헤아려 답을 얻고, 정리하는 게 아닙니다.
진리는 내가 아는 게 아닙니다.
‘내가 진리를 보고 안다’ 하면
이미 주체인 나 따로, 객체인 진리 따로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원성의 차별 세계 속에 떨어진 것이죠.
그래서 바른길은
내가 진리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생각으로
자꾸 진리를 얻으려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자기 없음을 돌이켜보고
그 생각을 벗어나서 푹 쉴 줄 알아야 합니다.
생각이 문제를 만들 뿐
문제가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자기를 텅 비워보세요.
비웠다는 느낌이나 관점을 또 붙들고 있지 마시고
그조차도 다시 한 번 더 비워보세요.
그래서 내가 갓난아기처럼
마음과 의식이 초기화되어
일체가 다 분별 없는 하나일 때
비로소 일원성의 세계가 내 눈앞에 드러날 것입니다.
일원성의 자리가 드러난 후에
마음껏 다시 분별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그 이후엔
더 이상 분별함이 아니니
분별이 일으키는 후폭풍이나 트러블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다만 일체가 항상 여여하여 있는 그대로 그러할 뿐인
청정무구한 법계만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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