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에 물통 하나 메고 길을 떠납니다.
거칠고 메마른 땅, 자갈길을 헤치며 걸음을 옮깁니다.
향하는 곳은 성지, 하느님의 구원이 있는 거룩한 땅입니다.
예루살렘, 베들레헴, 나자렛, 갈릴레아 호수, 성지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 모습을 드러내신 곳입니다.
우리를 위한 샘물을 솟아나게 하신 곳입니다.
성지순례는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지존하신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그 길에서
내 발길은 앞을 향하지만
내 마음은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거룩하고 성스러운 땅, 즉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
혹은 성인들의 유적이 있는 곳을 방문해
경배를 드리는 ‘신심행위’입니다.
원래 고대 근동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이루어지던 관습이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지를 찾아가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정화예식을 거행하고
축제와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성지순례를 시작한 것은
2세기경부터입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흠숭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앞서간 성인들을 존경하고
또 하느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고자
순례의 길을 떠났습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주로 그리스도께서 생활하시고
하느님의 계시가 특별히 나타난 팔레스티나 지역을
동경하고 순례했습니다.
중세에 와서는
로마의 베드로 대성전, 바오로 대성전 등
순교 성인들의 유적지와 기적과 관련된 지역을 순례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성모 발현지’와 ‘성인들의 탄생지’로
그 범위가 넓혀지고 있습니다.
성지순례에 임하는 자세는
무엇보다 경건한 마음과 기도입니다.
성지순례는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이 아닌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를 성찰과 회개로 이끌어 주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례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순례를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기도하고 묵상하고
동행하시는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을 느끼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성지 순례지로는
이스라엘, 이집트 등
하느님과 예수님과 관련된 팔레스티이나 지역
초기 교회 순교자들이 묻혀 있는 로마 지역
과달루페, 루르드, 파티마 등의 ‘선모 발현지’
사도 야고보가 묻힌 곳을 찾아가는 ‘산티아고의 길’
그리고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성인들의 ‘탄생지’나 ‘활동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지 순례지로는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
그리고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지와 묘소
탄생지와 은신처를 비롯해
박해시대 교우들이 모여 살던 교우촌
전교를 위해 목숨을 걸고 다니던 길 등
전국 각지에 200여 곳이 있습니다.
순례의 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다질 수 있습니다.
성지를 순례함으로써
그 장소에 얽힌 종교적인 전승을 체험하고
우리가 속한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과 일체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순례는
단순히 지상에서의 거룩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천상 예루살렘을 향한 영적 순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곁에 다다르기 전에는
언제나 순례자이기에
지상 생활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인도 아래 이루어지는
참 순례의 길임을 깊이 인식하게 됩니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으로 순례의 길을 생각할 때
당신께 힘을 얻는 사람들
그들은 더욱더 힘차게 나아가
시온의 하느님 앞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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