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식초 얘기를 해드릴게요.
이태리 음식점에 가보면요
본격적인 식사를 하기 전에 식전빵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냥 빵만 나오는 게 아니라
올리브유에다가 까만 물 섞은 것이 나오기도 하죠?
그 까만 건 간장이 아니라 식초입니다.
발사믹 식초.
와인을 발효시켜서 만든 식초죠.
여러분, 식초는요
과일이건 쌀이건, 뭔가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것이
이스트에 의해서 발효되어서 술이 되고
그 술이 더 발효되면 식초가 됩니다.
식혜가 막걸리가 되고
막걸리가 식초가 되죠?
마찬가지로 포도 주스가 와인이 되고
와인이 발사믹 식초가 되는 거죠.
하여간 올리브유에다가 식초 섞고
그걸 빵에 찍어 먹는 지중해의 음식문화
이거 참 감동적입니다.
여러분, 빵만 먹으면요
혈당이 아주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초를 찍어먹잖아요?
그러면 혈당이 좀 천천히 올라갑니다.
이게 빵과 발사믹식초만 그런 건 아니죠.
냉면에다 식초 쳐 먹어도 그렇고요
김밥, 초밥 만들 때, 밥에다 초 쳐도 그렇습니다.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효과
어, 식초가 뭐길래?
여러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우선 식초를 먹으면 위장에서 음식이 더 오랫동안 머문다는 설명이 있어요.
이거 다 논문에 나오는 얘기에요.
1997년 유럽 임상영양 저널에,
또 2007년 BMC 위장관학 저널에 나온 얘기에요.
그런데 저는 이 설명이 좀...
식초를 먹으니까 소화가 더디되서 혈당이 천천히 올라간다는 말이잖아요.
이게 정말 그런 건지.
또 식초를 먹으면 전분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좀 비활성화 된다.
전분이 천천히 소화되니까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거야.
이렇게 설명하는 논문도 있어요.
저는 이것도 좀...
아니 신 걸 먹으면 입에서 침이 많이 나오게 되고
그러면 그 침에 있는 아밀라아제가 더 많이 나오는거니까
그렇다면 전분 분해가 더 잘 일어나지는 않을까요?
저는 이 설명에도 좀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런데 2007년에 Diabetes Care
즉, 당뇨관리라는 학술지에 아주 재미난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어요.
식사를 할 때 식초를 같이 먹인 게 아니라
밤에 잠자기 전에 식초를 먹여본 거예요.
그럼 이건 식초가 위장을 덜 움직이게 한다느니
뭐.. 전분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한다느니
이런 거랑은 상관이 없는 거잖아요.
이건 미국의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안드레아 박사팀이 한 연구에요.
시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환자 11명이었습니다.
좀 소규모죠.
그래서 시험방법은 Randomized crossover design 으로 했어요.
우리 말로 무작위 교차설계인데요.
이게 뭐냐하면, 시기를 교차해서 각각 실험군이 되어보기도 하고
대조군이 되어보기도 하는 거예요.
개인차를 없애보겠다는 거죠.
하여간 11명 다 표준화된 식사를 하면서요,
실험군일 때는 잠자기 전에 사과식초 2숟가락을 먹게 했어요.
대조군일 때는 그냥 맹물을 먹게 했구요
식초를 물에 타 먹은 건지, 그냥 먹은 건지는 논문의 본문에도 나오질 않아서 모르겠고요
하여간 식초를 먹였구요.
그냥 먹기는 어려우니까 치즈 1조각과 같이 먹게 했습니다.
그 결과, 아침 7시 공복 혈당을 재봤더니요
잠자기 전에 식초를 먹었던 사람들은
평소보다 공복시 혈당이 평균적으로 4% 떨어졌습니다.
혈당이 좀 높았던 사람들에게서는 이 효과가 더 나타나서요
6%까지 떨어졌대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평소 공복혈당이 140인 사람이
밤에 식초 두 숟가락을 먹으니까 132 정도가 되었다는 말이죠.
연구자들은 이 논문에서 말하기를
그동안에 연구된 식초가 혈당을 떨어뜨린다는 연구는요
식사할 때 식초를 같이 먹여봤던 연구였는데
자기네들은 식사와 떨어진 시간에 해 본 최초의 연구인 것 같다고 했어요.
밤에 잠자는 동안 식초가 당뇨환자들에게 뭔 일을 한 걸까요?
여러분, 우리가 밤에 잠을 잘 때는요
탄수화물이 외부에서 공급되지 않잖아요.
밤에 자면서 먹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 숨을 쉬려면 기본적인 혈당은 유지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밤에는 간에서 당을 만들어냅니다.
이걸 당신생작용이라고 해요.
이 애리조나 대학의 안드레아 박사팀은요
이 논문에서 이렇게 설명을 해봅니다.
‘아마도 식초의 아세트산이 간의 당신생작용을 좀 억제시켜준 것 같다...’
뭐, 그럴듯한 설명이죠?
자, 한 가지만 더 보고 갈게요.
2015년에 그리스의 미트로우 박사팀이 발표한 2편의 논문이 더 있는데요.
식초를 먹으니까 우리 몸의 근육이 혈당을 더 잘 쓰게 된다고 합니다.
그저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는 게 아니라
근육이 혈당을 더 잘 빨아들이면서 잘 쓰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식초가 말이죠,
그저 전분의 소화를 더디게 해서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게 아닐 수도 있고요
뭔가 당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죠.
여러분, 어떠세요, 복잡한가요?
과학자들도요, 똑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된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이 말은요, 설명이 안 되는 거지, 효과가 없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식초 즐겁게 드세요.
오이냉국, 무생채, 해파리냉채 만들 때 초 쳐서 드시고요
미역초무침, 이거 정말 좋죠.
파래무칠 때도 초 쳐서 무치시고요
북어포초무침, 오징어초무침, 여기저기 초 쳐서 드시면요,
당뇨 있는 분들에게 참 좋습니다.
반찬으로 먹기 힘들면요
물에다 타서 먹는 것도 좋습니다.
맥주 잔에다가 밥 숟가락으로 한 숟갈 정도 식초 넣어서 드시면 됩니다.
이게 너무 시다 싶으면 물 좀 더 부으시면 됩니다.
식초를 아주 진하게, 되게 많이 먹지 않는 한
별로 해 될 것이 없으니까요.
좋다니까 그냥 즐겁게 드셔보세요.
하루에 한두 숟가락 정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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