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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훈TV] 한강 인문지리지 (23)잠실수중보 물고기길

Buddhastudy 2022. 8. 24. 19:09

 

 

한강 물고기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허하라

 

 

1985년 말, 잠실대교 밑에 잠실 수중보가 건설됐다.

너비 10m 길이 920m의 수중보는

한강 물길을 막아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잠실에서 김포에 이르는 38km 한강의 수위를

평균 2.5m로 유지시켜

한강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수위를 보장해준다.

 

그런데 잠실수중보 때문에

한강의 물고기 세상에서 큰 난리가 났음을

그 당시의 인간들은 전혀 몰랐다.

 

수중보를 만들 때

일부 구간을 상하류 물고기들의 통행을 위한 물고기길(어도)’로 나름 조성했는데

한강에 서식하는 수백 종의 물고기 가운데

대부분이 물고기길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것이

2000년대 이후 어느 민간단체의 조사로 밝혀져 충격을 안겨줬다.

 

물고기길의 경사가 급한데다 물살이 워낙 강했기에

도약력이 약한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끔찍한 수중 생태계 단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수수만년 유지되어 온 한강 물고기 생태계가

잠실 수중보와 엉터리 물고길로 인해

한반도의 휴전선처럼 단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끔찍한 생태계 단절이 벌어졌을까?

하천생태복원연구소라는 민간연구단체가 조사해보니

수백 종의 한강 물고기 중에

35cm 이상의 누치, 50cm 이상의 강준치

2종의 물고기만이

물고기길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이 밝혀졌다.

 

1985년에 조성된 물고기길은

낙차가 크고, 물살이 거세

한강 물고기들에게는 넘사벽이었던 셈이다.

 

미국 하천의 연어 회귀를 돕는 물고기길을

기계적으로 본떠 만든 잠실수중보 물고기길의 참변이었다.

 

70cm가 넘는 힘센 연어들은

잠실 물고기길 정도는 가볍게 거슬러 올라가지만

한강에서 서식하는 대다수 토종 물고기들은

잠실수중보의 물고기길을 거슬러 올라갈 힘이 없었던 것을

1985년 건설 당시 공무원들과 학자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하천생태복원연구소의 충격적 조사결과가 발표된 게 2002년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아

한강 어류들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새로운 물고기길을 조성했다.

 

잠실쪽 강변을 따라 폭 4.0m 길이 228m로 만들었다.

잠실수중보가 만들어진 지 21년이나 지난 200610월의 일이었다.

 

새 물고기길은 콘크리트 대신

자연석을 설치하는 등의 배려를 했다곤 하지만

21년간 파괴된 한강 물고기 생태계의 피해는 영영 복원할 수 없게 되었다.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원형복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공적인 개발은 불가피하지만

개발에 따르는 자연파괴를 최소화하는 인간의 노력이 요구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숙명이자 사명이다.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202010월 발표에 따르면

잠실수중보 물고기길을

서울시 보호종인 동경모치, 줄납자루, 참중고기 등과 회유성 어종 등 어류 31

참게 같은 갑각류 2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가운 일이다.

더 많은 종류의 한강 물고기들의 자유로운 통행과 번식을 바라마지 않는다.

 

# 한강걷기 코스 : 잠실나루역물고기길 광진교

잠실나루역에서 내려

잠실둔치를 접어든 후

잠실대교 밑에 조성된 새 물고기길을 둘러본다.

잠실대교 밑에 설치된 옛 물고기길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잠실 물고기길 둘러본 후

한강둔치길을 동쪽으로 향해 걷다가 광진교로 접어든다.

한강다리 중 최고의 보행자 친화 다리인 광진교를

편안하게 걷는 즐거움을 누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