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법문/정목스님_유나방송

정목스님_나무아래 앉아서 제18회

Buddhastudy 2014. 11. 23. 20:10


우리의 가르침은
아주 단순합니다.
 
땅을 존경하고
서로를 존경하며
삶 그 자체를
존경하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계율이며
우리가 부르는
첫 번째 노래입니다.
 
안녕하세요? 나무 아래 앉아서 정목입니다. 2014년 갑오년, 청마해가 밝았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BTN시청자 여러분께 새해인사 올립니다. 올 한해는 선행공덕 많이 지으시고 가족 모두 무탈하시고, 1년 내내 평안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존경이 자신들이 사는 법이라고 말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 그 자체가 성스러운 청정 공양입니다. 어머니인 땅을 존경하기에 흙이나 물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각각의 것들이 차지하는 몫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라고 봅니다. 갑오년 새해 나무아래 앉아서는 저마다의 생명을 존경하는 첫 번째 계율을 실천하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귀의불,
귀의법,
귀의승
이렇게 말하고, 우리말로 풀어서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승가에 귀의합니다.
 
이렇게 풀이를 하죠. 삼보에 귀의합니다. 요즘 미국에서도 또 유럽이나 서양 사람들도 삼귀의를 의식 전에 불자들이 많이 한다 그래요.
 
부처님은 우리마음속에 계시네.
바른 진리의 가르침이 우리의 빛이 되네.
스님들께서는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의 영적인 안내자가 되어주소서.
 
3가지 보배를 마음에 가슴에 지니고 산다면, 부러울 게 없는 거죠? 결핍감도 없을 테고요. 올 한해, 이 방송을 시청하고 계시는 불자여러분, 마음에 삼보를 가득 지니고 살아가셨으면 좋겠고요, 또 종교가 다른 분들도 나무아래 앉아서를 많이 시청하시더군요. 나는 기독교 집사입니다. 권사입니다. 이렇게 연락주시는 분도 계셨고요, 또 원불교 교무님들도 계셨고, 신부님 수녀님께서도 방송 잘 보고 있노라. 하신 거 보니까, 여러분 마음에 각자 모시고 있는 그렇게 신이 제일 큰 보배가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가 말띠 해잖아요. 갑오년 말 때 해. 으흠, 갑오년 말띠 해니까, 말띠인 사람들이 한 해 동안 건강하게 다그닥, 다그닥, 평야를 달리듯이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나저나 우리 시청자여러분, 여러분들은 새해 일출을 어디에서 맞이하셨습니까? 보면 정동진도 가시고, 많이 가시던데, 섬으로 바닷가로 산으로, 좋은 곳, 명산이 많이 찾아다니기도 하시죠? 또 전국에 이름 있는 사찰들 또한 모두 다 일출을 맞이하는 장소로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해를 기원하는 소망하는 그런 장소가 되죠. 물론 이렇게 어디론가 떠나서 일출을 맞이하며 새해인사를 하는 것도 좋고 소망을 담는 것도 좋지만,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곳.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집, 동네, 그곳에서 그렇게 맞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옛날에는 호랑이띠, 말띠, 이러면 여자들의 경우는 팔자가 세다. 이런 말들도 많이 했습니다만, 사실 다 미신 같은 이야기지요. 무슨 띠라서 팔자가 꼭 세겠습니까? 그만큼 건강하게 일을 하라. 거침없이 삶을 헤쳐가라. 이런 말이 담겨있다고 봅니다. 말 중에서도 청마해입니다. 푸른 말, 우선 말은 굉장히 역동적이죠? 그리고 또 도약하고 활동성을 가진 그런 동물입니다. 그런데 젊음이나 새로운 출발, 또 생명력을 상징하는 그런 푸르름. 푸를 청자, 푸름이 더해졌으니까 올해는 아마도 여기저기서 새로운 변화가 꿈틀대는 그런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말띠해에 말 이야기하다보니까 문득 이런 일화가 하나 떠오르는데요, 옛날에 어느 마을에서 말 썰매 끌기 대회가 열렸다 그래요. 그러니까 어떤 말이 더 무거운 썰매를 끌 수 있는가? 그런 시합이 열린 거죠? 그런데 여러 말들이 힘을 겨루다가 2천 KG을 끄는 그 말이 일등을 했데요. 그런데 1800KG을 끄는 말이 2등을 했어요. 1등과 2등을 한 그 말 주인이 생각할 때, 만약에 이 두 마리의 말이 합쳐서 끈다면 몇KG의 물건을, 짐을 운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두 말을 쌍두마차를 만든 거예요. 쌍두마차를 만들어서 물건을 실고 달리기를 했더니 무려 5500KG이나 실고 그 썰매를 끌 수 있었다 그럽니다.
 
이게 2KG에 1800KG을 합하면 3500KG라야 맞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게 두 마리가 같이 끄니까 5500KG을 끌 수 있었다 하니까, 이 두 개가 힘을 합치는 순간, 상상하지 못하는 시너지효과가 나온 거죠. 우린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고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이상을 넘어서서 무한대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각자 자기가 가질 수 있는 힘, 거기에다가 서로를 이끌어 줄 수 있는 믿음의 힘, 이게 플러스가 되어지면 상상하지 못할 폭발적인 힘을 만들어내는 거 같습니다.
 
그래요. 올 한해는 가정에서건 사회에서건 함께 함으로서 폭발적인 그런 에너지가 생기는 협력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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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는 길에서 태어나셨고, 그리고 사실은 깨달음을 얻으시기 전까지도 길에서 사셨고, 깨달음을 얻으신 이후에도 길 위에서 사셨고, 길 위에서 법을 전하시다가 길 위에서 열반에 드셨죠. 내일이 성도재일입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법을 전하다 길에서 열반에 드신 거룩하고 위대한 붓다를 떠올리면 한순간순간 옷깃을 여미게 되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정진해 발걸음이 어디까지 와 있나? 점검해 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혹시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다큐 영화 길 위서라는 걸 보셨는지요? 이 창재 감독이 만든 길 위에서 영화를 저는 두 번을 봤습니다. 굉장히 감동적이더군요.
 
제가 승려이면서도 백흥암이라고 하는 비구니스님들의 선방을 영상을 통해서 보니까, 화아~ 이건 뭐 정말 한편의 그림이 따로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 이게 어떤 프랑스나 이런데 나간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환오를 하겠다.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300일간에 걸쳐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1시간 40분만에 다 담지는 못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그 비하인드 스토리, 뒷이야기들, 또 거기에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이 참 궁금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책으로 엮어져서 나왔네요. 길 위에서가. 오늘 바랑 속에서 제가 길 위에서라는 책을 한권 꺼내서 여러분에게 소개할까 합니다.
 
바랑속의 책 한권, 길 위에서를 제가 읽으면서 새해에 첫날에 여러분과의 첫 만남에 이 책을 소개하면서 책도 읽어드리고, 또 여러분도 한번 올 한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길 위에서 뭘 계획하고 뭘 발원하며 살 것인지를 각자 마음속에 새겨봤으면 싶어서 오늘 이 책에서 한 페이지 골라봤습니다. 읽어드릴게요.
 
한번은 내가 백흥암에서 설거지를 도와드리다가
육문스님께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수돗가에서 물을 콸콸 틀어놓고 허투루 쓰고 있다고.
 
가만히 스님들의 설거지를 지켜보니
근 40인분의 그릇을 씻는데
대야 세 개에 물을 받는다.
 
초벌, 중벌, 그리고 마무리.
설거지를 한 물은 또 밭에다 뿌렸다.
물 한 방울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었다.
 
수도를 끌어다 쓰는 것도 아니고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계곡물을 대어 쓰는데
어찌 그처럼 아끼는가 싶었다.
 
영운스님은 이렇게 말씀 하신다.
한 노스님은 밥 한 발우가
피 한 발우라고 했습니다.
 
스님들은 밥값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행을 안 하면 안 돼요.
 
도를 이루지 못하면
그 밥값은 언젠가는 갚아야 합니다.
 
그래서 스님들이 검소한 생활을 해야 하고
복을 지어야 한다고 하는 거예요.
 
마지막 밥값은 도를 얻어서
깨달음을 얻는 겁니다.
 
흔히 환갑을 넘긴 어르신들은
과거를 돌아볼 때면 이야기는 대게 무용담이나 영웅담이 된다.
 
나도 한때는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속에는 거대한 영웅 신화만 있을 뿐
성찰이라는 날카로운 자기비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열아홉 이후 40년간 수행하신 영운 스님은
밥값이라고 하는 말에 목이 멘다.
 
선방에서 내가 밥값을 안 내도 될 만큼
수행을 했을까 생각하면 게을리 살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나도 사람인지라
“이만하면 잘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 마음이 들면 자기를 꾸짖어야 합니다.
죽는 날까지 “너 정말 잘 살고 있느냐?”라고 자기한테 물어야 해요.
 
그렇게 수행의 길 위를 걸어가는 거지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위해 노력하지만,
평생을 매달려도 수행에 작은 진척을 이루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스님의 말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가리라는 그 굳은 의지는
내게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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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의 맑은 물, 청정수처럼 그렇게 한 그릇씩 매일매일 떠 마시고, 감로수처럼 마시고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바랑속의 책 한권에서 소개해 드렸던 이 창재 감독의 길 위에서. 비구니스님들의 수행을 담은 다큐 영화 길 위에서를 만들면서 담아내지 못했던 나머지 이야기들을 책에 다 담았는데, 아주 내용들이 참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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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마디 소개하다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훌쩍 가버렸어요. 벌써 발원문으로 마칠 시간입니다. 오늘은 온 세상에 모든 사람이 다 화해하는 마음,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문 올리겠습니다.
 
모든 어머니와 아들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어머니와 딸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아버지와 딸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자매와 형제가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남편과 아내가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연인과 부부가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고용주와 일꾼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이웃들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친구들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종교가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인종이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국가가 화해하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게 하소서.
 
내일은 음력 12월 8일 성도재일입니다. 보리수 나무아래서 선정에 드신지 7날 만에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우리 모두 또 한 번의 정진을 다짐하는 한 주 보냈으면 합니다. 저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당신과 내 안의 신성한 빛, 거룩한 불성에 경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