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13)
첫 번째 질문이 내가 자유롭게 살고 싶은지 하고 내가 현모양처가 되는 거 하고는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처음부터 생각이 공존할 수 없는 두 개를 동시에 쥐겠다. 즉 훌륭한 스님도 되고, 결혼해서 훌륭한 아들도 낳고 이 두 개를 다 한번 해보겠다. 이런 얘기나 똑같은 거요.그건 공존이 안 돼요. 하나를 포기해야 돼. 내가 본인이 생각하는 ‘내가 자유롭게 되겠다.’ 하는 그걸 하려면 결혼을 하지 말고, 그냥 정토회 들어와서 정토행자가 되든지, 안 그러면 그냥 혼자 직장 다니면서 조그마한 원룸하나 구해놓고 내 하고 싶은 데로 돌아다니든지. 그러면 되요.
그다음에 ‘현모양처가 되겠다.’ 이럴 때는 종이 되려는 마음을 내야 돼. 남편의 종이 되려는 마음이. 즉 남편의 뜻에 내가 맞추려는 마음이 있어야 돼. 두 가지 모순 된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얼마 안지나면 내가 헛다리짚었구나. 이런 걸 발견하게 되고, 괴로워하게 되고, 못 살겠다 하고 뛰쳐나오고 이렇게 돼. 지금 그 뒤에 나보다 똑똑한 사람 만나면 내가 숙여야 되는데 안 숙여지고, 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져보니 나보다 조건이 못해지고. 그게 진리요. 그런데 그 어느 거를 가든 다 고통이 따릅니다.
왜냐하면 나보다 조건이 나은 남자를 내가 따르게 되면 나보다 조건이 나은 남자가 자기보다 조건이 못한 여자만 보고 살겠어요? 또 딴 여자 오면 곁눈질 하겠어? 곁눈질 하겠지. 그러면 내가 괴로울 수밖에 없는 거고. 질투심에. 또 나보다 조건이 못하니까 나를 따르죠. 내 지금 온갖 것도 다 예뻐 보이는 거요. 왜? 자기가 조건이 못하니까. 고개 쳐들고 교만한 거 까지도 예뻐 보이는 거요. 성질내는 것 까도 어때요? 화내는 것도 다 좋아 보이는 거요. 그런데 막상 결혼을 딱 하면 어때요?
지금은 뭐~ 내 시키는 말대로 내 종처럼 해줄 것 같지만, 결혼 딱하면 안 그래요. 평생 먹여 살려야 돼. 평생 먹여 살려야 되고, 또 어떤 결정도 다 내가 해야 되고. 조금만 말하면 상처입어가지고 자기 무시한다고 토라지고, 보통 골치 아픈 거 아니에요. 이래 선택해도 문제고 저래 선택해도 문제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기냐?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요. 나보고 똑똑던 나보고 안 똑똑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보고 똑똑냐? 안 똑똑냐? 이건 똑똑다 하는 건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거고. 나보다 덜 똑똑한 사람은 나한테 고분고분한 사람 추구하는 거고.
나한테 고분고분하면 능력이 나보다 없고, 나보다 능력이 좋으면 나한테 뻐때고. 내가 숙여야 되고. 숙이긴 죽어도 싫고. 그렇다고 또 주위사람들이 보는데 나보다 못한 남자하고 결혼해가지고 시집 잘못 갔다는 소리는 듣고 싫고. 또 이런 건 다 욕심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결혼이라는 거는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서로가 양보해서 서로가 맞춰나가는 건데,이건 두 사람을 다 두고 말할 땐 이렇게 말하고. 한쪽에서 말할 때는 내가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고 내가 무조건 상대에게 숙이고 산다. 이런 각오가 있어야 돼.
왜냐하면 상대를 내 요구에 맞게 고치려고 그러면 갈등이 생기게 돼. 고쳐지지도 안하고. 내가 그런 준비가 되어야 결혼을 해. 지금부터 그럴 준비를 해야 돼. 어떤 경우에도 “네. 그렇게 하죠.” 뭐 그렇게 해서 무슨 일이 생기겠어. 죽기밖에 더하겠어? 이렇게 탁 놔버려야 돼. 그래서 잔머리 굴려가지고 요게 나을까? 요 남자 나을까? 요건 성격은 괜찮고, 요건 돈은 괜찮고, 조건 지식이 괜찮고. 요건 인물이 괜찮고. 그렇게 하면 밤새도록 굴려봐야 아침에 일어나보면 구렁텅이에 빠져있어. 그러니까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깨장 갔다 왔다고요? 으흠.
오늘부터 100일간 그런 생각하지 말고, 기도를 하세요. 중심이 없는 게 아니라 욕심을 내니까 그렇지. 욕심을 내니까. 그러니까 기도를 할 때“부처님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저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부지런히 정진해서 깨우치겠습니다. 누구든지 저를 데려가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그분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분께 복종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해요. 그러니까 날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는 거는 좋은 게 아니오. 내가 좋다고 따라다니는 거는 내가 주인이오. 얼른 보면 그 사람이 주인인거 같죠? 어떻게 생각해요?
내가 좋다고 따라다니는데 그 사람은 날 별로 안 좋아하면 그 사람이 주인인거 같지? 내가 주인이오. 왜? 그만두고 안 두고를 누가 할 수 있다?내 맘대로 할 수가 있다. 그런데 자기가 좋다고 나 따라 다니는 거는 내가 주인이 아니오. 얼른 보면 내가 주인 거 같고 저 사람이 종속적인 거 같죠? 그런데 그건 내 맘대로 안 돼요. 잘 살펴야 돼. 그런데 정말 내가 사랑한다면 부모가 반대하는 게 무슨 관계가 있어요? 내가 쪽박을 차도 그 남자하고 살겠다는데 뭐 어때요? 평강공주도 온달이 한테 시집도 가는데, 내가 가서 내가 보석 사들고 가서 내가 그 남자 훌륭하게 만들면 되지.그게 사랑이지. 덕 보려는 건 그건 이익이지 그게 무슨 사랑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