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5년 후에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로 날아오는 소형 블랙홀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전혀 알 방법이 없다는 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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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스트로노미 & 아스트로피직스 저널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발표되었는데요.
지구로부터 약 1100광년 떨어진 HR_6819라는 별에서
블랙홀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블랙홀 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블랙홀이자 소형 블랙홀로
상당히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전에도 블랙홀의 사진이 공개되었고
수많은 블랙홀들이 발견이 되었지만
이번 블랙홀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지구에서 가까운 블랙홀이라는 것과 소형 블랙홀이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분들이 1100광년이면
굉장히 멀다라고 느끼실지도 모르지만
지구에서 1000광년 내에 존재하는 항성의 숫자는 고작 수천 개에 불과하며
우리은하에 항성이 최소한 2천억 개 이상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번 블랙홀은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발견이 된 셈입니다.
실제로 HR_6819의 항성계는 맨눈으로도 잘하면 보일 정도죠.
더 중요한 건 질량이
고작 태양의 4배밖에 되지 않는 소형 블랙홀이라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쌍성계로 파악이 되던 HR_6819를 정밀 관측한 결과
두 개의 항성이 서로의 질량 중심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을 중심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별들은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중성자별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2개의 항성이 움직이는 속도와 궤도를 토대로 계산을 해본 결과
태양 질량의 4배 물체가
중간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 정도 질량의 중성자별은 망원경의 관측 범위에 있지만
망원경으로 관측이 되지 않았고
결국 연구진은 소형 블랙홀로 결론을 지었습니다.
소형 블랙홀이 중요한 이유는
이론적으로 베텔게우스 같은 적색 초거성의 일부는
수명을 다한 후에 블랙홀이 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블랙홀들이 관측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생겨나고 사라진 적색 초거성의 숫자를 고려하면
이론상 우리은하에만 적어도
수백억 개의 블랙홀이 존재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하고 있지 못하던 것이죠.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 굉장히 가까운 거리인
1100광년에서 블랙홀이 발견이 된 것입니다.
블랙홀은 말 그대로 눈으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이전에 블랙홀의 사진이 공개되었지만
그건 사실상 블랙홀을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의 그림자를 본 것이죠.
정확히 이야기하면
블랙홀 주변에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는 물질들 덕분에
블랙홀의 모습을 시각화할 수 있었던 것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블랙홀 주변에 빨아들일 물체가 없다면
블랙홀을 관측할 수 없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블랙홀이 아무런 물질을 빨아들이지 않으면
관측을 할 수 없다라는 이런 이야기를 잘 생각을 해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바로 옆에 블랙홀이 있어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몇 년 뒤에 그 블랙홀과 우리가 충돌하게 된다라고 하더라도
충돌하기 직전까지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당장 5년 후에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로 날아오는 소형 블랙홀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전혀 알 방법이 없다는 게 맞습니다.
다만 블랙홀을 관측하는 방법에
블랙홀이 방출하는 x선을 감지하거나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서 빛이 휘는 중력렌즈 현상이나
중력으로 인한 주변의 천체 움직임을 토대로
블랙홀의 존재를 추정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블랙홀이 아무런 물질을 흡수하지 않는다면
X선은 방출되지 않고
블랙홀의 방향에 관측할 별이나 은화가 없다면
중력 렌즈 현상으로도 찾을 수가 없을뿐더러
블랙홀 주변에 다른 천체가 없다면
중력 작용 또한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결론적으로 1100광년이 아니라
당장 1광년 거리에 태양질량의 블랙홀이 있고
이 블랙홀이 지구 방향으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충돌 직전에서야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은하에서 눈에 보이는 항성의 숫자보다
블랙홀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에이 그러면은 천문학자들이 예상한 우리은하의 질량이랑
우리은하의 실제 질량이 달라져서 오류가 생길 텐데
그게 말이 되냐?”라고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암흑물질의 정체가
사실 예상보다도 훨씬 더 많은 소형 블랙홀들이었다면 어떨까요?
암흑물질은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개념으로
우리은하의 천체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 하던 중
항성들이 은하를 공존하는 궤도가
이상함을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은하에 있는 항성들의 질량으로는
절대로 우리은하의 현재 형태가 유지될 수가 없다는 것이죠.
즉 우리은하가 관측한 것보다 무겁다는 것이었으며
이런 관측과 실제 은하의 중력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이라는
눈에 안 보이지만 중력을 내는 물질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결국 암흑물질은 시뮬레이션 상의 우리은하의 중력과
실제 우리은하의 중력의 차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고안되게 된 것이며
왜 우리의 예상보다 우리은하가 훨씬 더 무거운지를
우리는 아직 알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눈에는 안 보이지만
중력을 가지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
다양한 이론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뮤온입자니 중성입자니 하는 다양한 후보를
암흑물질 후보에 두기도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이론이나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들이다’라는 이론들이 있습니다.
매시브 컴벳 헤일로 오브젝트, 일명 마초 프로젝트는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
눈에 잘 안 보이는 별들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
중력은 있지만 관측은 힘든 준항성(갈색왜성)을 관측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은하에 생각보다 많은 준항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그로 인해서 기존에 계산된 것보다 물질의 중력이 무거워졌지만
그래도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예상보다 우주의 블랙홀이 너무나도 많아서
지금까지 관측을 한 항성으로 계산된 숫자보다
우리은화가 질량이 몇 배나 더 크다면
암흑물질은 사실상 없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작 수명이 수백만 년에 불과한 적색초거성의 수명과
우주의 역사가 최소 138억년임을 고려하면
우리은하의 일반 항성들보다 블랙홀이 더 많다는 가설이죠.
만약 이러한 가정대로라면
가장 가까운 항성이 센타우루스자리 알파계의 항성계가 아니라
눈에는 안 보이는 블랙홀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주의 상당수의 항성이 쌍성계로 이뤄져 있고
태양계 근처의 쌍성계에서
블랙홀이 자주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블랙홀이 일반 항성들보다 많다라는 주장은
힘을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블랙홀의 존재가 검증이 쉽지가 않고
이번에 1100광년에서도 블랙홀이 발견이 되면서
기존의 예상보다 많은 블랙홀이
우리은하에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블랙홀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에 충돌하지 않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우리은하에 2천억 개가 넘는 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충돌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유죠.
그만큼 우주는 넓고 빈공간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측이 되는 항선과는 달리 눈에 안 보이는 위협적인 물체가
우주 공간에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다라고 생각을 하면
다른 천체와 지구가 충돌하는 공포와는
다른 공포를 주기도 합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46억 년 동안 지구와 블랙홀이 충돌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죠.
물론 과거에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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