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과학자가
당신의 뇌를 몸에서 꺼내어
영양액이 담긴 통에 넣는다.
이 통은
뇌가 필요한 모든 영양분과 전기 자극을 제공한다.
눈, 귀, 피부 등 감각기관에서 오는 신호와
동일한 전기적 신호를 뇌에 전달하고
뇌는 전기자극을 통해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뇌는 이러한 자극을
실제 세계로부터 오는 감각신호라고 착각하고
여전히 현실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진짜 세상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
통 속의 뇌일 뿐이다.
이건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의 <통 속의 뇌> 사고 실험이다.
우리가 느끼는 이 세상이 실제 세계인지
아니면 통속의 뇌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사고 실험이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이게 현실에 가깝다고 한다면 믿겠는가?
1981년 독일의 한 특이한 환자가 나타난다.
이 여성은 뇌졸중을 겪은 후
움직임을 감지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로 위에 달리는 차도 뚝뚝 끊겨 사진처럼 보이고
심지어 뛰어다니는 강아지도, 움직이는 사람도
모두 다 뚝뚝 끊어져 멈춰진 사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불이 깜빡거리는 클럽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차가 얼마나 빠르게 달리는지 전혀 파악이 안 돼
길을 건널 수 없었고
물을 따르면 물이 얼어붙은 고드름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어
광장공포증이 생기고 괴로움에 시달렸지만
사실 정상이 아닌 건
그녀가 아닌 우리다.
우리에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장애가 있다.
시각신호를 포함해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모든 감각정보는
펄스라고 불리는 전기신호의 형태로 [끊어져서] 전달된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은
끊어져 있는 사진인가? 아니면 연속된 동영상인가?
떨어지는 물은 고드름 같지 않고
엄마가 해준 밥맛은 한결같으며
우리의 귀는 음악이라는 연속된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실제 세상은 연속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뇌가 마치 그런 것처럼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 또 다른 환자가 있다.
조쉬라는 이 환자는
공사장에서 금속 막대기가 머리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고
뇌의 일부가 손상되어
시야의 한 부분이 까맣게 보이는 커다란 맹점이 생겼다.
WOMEN의 WO를 못 봐 MEN이라는 글자만 보고
여자화장실을 들어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환자에게 테스트를 했다.
연구원들은 하나의 선을 보여주고
그 선의 가운데에 그의 맹점이 지나도록 조쉬에게 요구했고
조쉬는 당연한 듯 맹점에 그 선이 가려져
2개의 선분이 보인다고 답했는데
잠시 후 그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외쳤다.
“2개의 선분이 서로를 향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맙소사, 이제 하나의 선이 됐습니다.”
이 놀라운 현상은
조쉬의 뇌가 조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나 이거 모르지 않아, 이거 알아, 이거 하나의 선이야.
나의 완벽한 세상에 구멍이 있어선 안 되지!”
우리의 뇌가 상황에 맞게 없는 것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우리는 모두 [맹점]을 갖고 있다.
이 화면을 보자.
오른쪽 눈을 감고 왼쪽 눈으로 십자가를 보면서
나의 눈과 화면의 거리를 앞뒤로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왼쪽에 있던 동그란 햄스터
(귀)요미가 사라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분명히 요미가 있었는데...
특정 거리에선 사라진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리의 눈은 망막을 뒤덮고 있는 시각 세포로 빛을 감지한다.
이렇게 시각 세포로 빛을 감지하고 나면
그 감지된 신호를 뇌로 전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신호를 모두 모아 뇌로 전달하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구멍 난 통로 부분에 맺히게 된 상은
뇌로 전달되지 않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뇌는 이 부분을
검은 빈 공간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아주 자연스럽게 원래 없었던 것마냥 채워버린다.
구멍 난 방충망은 자연스럽게 메꿔지고
삐뚤삐뚤 끊겨 있는 선들은 하나가 되어 십자가가 된다.
그리고 6명의 사람은 5명이 된다.
맹점만 메꾼다면
이 사람의 얼굴과 다리 부분은 남아 있어야 하지만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뇌는
사람 하나를 통째로 삭제하고 자연스럽게 이어 붙인다.
그대가 보는 세상은 실제 세상이 아니다.
그대가 보는 세상은
그대의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현실은
동공을 통과한 빛이
상하, 좌우가 반전되어 망막에 맺히는 것이고
현실은
그 평평한 2차원적인 망막에 맺힌 상을
뇌가 3차원 입체로 바꾸는 것이다.
빨간색 사과의 빨강은
바깥세상에 있는 사과의 속성이 아니라
뇌가 700나노미터의 빛을 해석하는 방식이고
그마저도 끊겨서 들어오는 신호다.
뇌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는 뇌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의심 없이 믿는다.
우린 세상을 직접 경험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우리가 느끼는 세상은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전기신호를 편리하게 해석하는
우리 머리통 속의 뇌가 만들어낸
환상의, 또는 가상의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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