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존재한다.
아니 존재하나?
우리는 인간이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라는 한 종으로서 서로를 잘 알아본다.
쟤는 차은우, 쟤도 차은ㅇ, 쟤는 재범이
이렇게 가끔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일란성 쌍둥이가 아닌 이상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도 쉽게 구별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
우리와 다른 종은 잘 구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원숭이라는 우리와 다른 종이고,
우리와 다른 종인 그들은 모두 또 똑같아 보인다.
왜일까?
영국 셰필드 대학의 올리비에 파스칼리스는
흥미로운 실험을 한다.
3개월에서 6개월 된 아기와 다 큰 성인들을 데리고
누가 원숭이의 얼굴을 더 잘 구별해 내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어른들은 원숭이 얼굴을 구별해 내는데
아주 애를 먹은 반면
아기들은 원숭이의 얼굴을
마치 사람 얼굴 구별하듯 아주 쉽게 구별해 낸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뇌과학자 찰스 넬슨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인간의 얼굴을 잘 구별해 내는 것은
유전적으로 같은 종의 얼굴만 잘 인지하도록 만들어져서가 아니라
자라면서 습득하게 되는 능력이다.
우리는 그냥 인간의 얼굴이 익숙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종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종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할까?
성경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하느님이 흙으로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를 만드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누가 처음 시작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던 이 우주에
인류는 3가지 마법을 건다.
-첫 번째 마법은 동식물에게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인류는 대충 비슷해 보이는 것들을
하나로 묶어 이름을 지어줬고
그 이름이라는 가상의 경계 속으로
모든 것이 드러났다.
쟤들은 사자, 쟤들은 기린, 쟤들은 원숭이.
-그리고는 두 번째 마법을 건다.
우리가 만든 그 이름이라는 경계를 셀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자 2마리, 기린 3마리, 혹은 모두 합쳐 5마리
숫자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마법을 건다.
그 이름이라는 가상의 경계를 셀 수 있는 숫자들의 규칙을 알게 된 것이다.
수학이 탄생한 것이다.
우린 방정식의 ‘x’에 그 어떤 이름의 숫자도 대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걸로 갈릴레이는 물체라는 이름의 무게를 쟀고
뉴턴은 행성이라는 이름의 움직임을 설명했다.
심지어 우린 이 엄청난 마법을 통해
지구 전체를 날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까지 갖추게 된다.
그렇게 기고만장해진 인류는
이제 우주의 모든 것을 서명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켈빈 경은
이런 말까지 하게 된다.
“이제 물리학에서 새롭게 발견될 것 아무것도 없다.
물리학은 완성됐다.”
이건 사실이었다.
한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사람이 밝혀낸 건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시간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과
공간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이
사실 하나였다는 것이다.
이 천재의 말은 정말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이곳에 시공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며
다시 적응해 나가려 했다.
그러다 10년 후
이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대재앙이 일어난다.
우리가 이 입자라고 이름 붙인 아주 작은 공처럼 생긴
우주의 기본 구성 물질을 던졌는데
그 입자가 갑자기 파동이 되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양자 역학이 탄생했고,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의 핵심 개념인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더 이상 입자를
우주의 마지막 객관적 실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입자의 객관적 위치, 객관적 운동량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자핵과 전자는
아주 작은 행성과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그들은 경계가 있는 작은 행성이라기보단
경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희미한 구름과 같다는 걸.
우리가 이름 붙인 그 경계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물리학자들은
확률과 통계를 가지고 연구한다.
이 말은 충분히 많은 원자 요소에
측정치를 끌어모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모인 집단을
가상의 경계로 구분된 별개의 사물처럼 보이도록 꾸미는 게 가능하다.
그런 다음 그렇게 꾸며낸 별개의 사물이
전체로서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경험에서 나온 추측을 확률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물리학자들은
이제 진정한 세계를 희미하게 감지해 낸 것일지도 모른다.
경계가 없는 세상
사람들은 수학을 두고
“수학이 발견되는 것이냐? 발명되는 것이냐?” 하고 묻는다.
그런데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입자라는 게 사실 별개로 존재하는 작은 공이 아닌
그저 하나의 상호작용의 결과인 것처럼
수학은 발견되는 것도, 발명되는 것도 아닌
우리가 만든 최초의 경계에 원인을 둔
인간이 우주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수학은
더욱 특별해 보일 것이다.
먼 훗날 수학은
우리가 우주와 상호작용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현대과학은 우주의 경계 없음을 밝혀내고 있다.
언젠가는 이런 우주를 공부하기 위해
우리는 수학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사용해야 될지도 모른다.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외계인이 있다면
그들은 우릴 보고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우리도 한때 수학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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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영상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번에 출판사 더 퀘스트에서
수학에 대한 아주 좋은 책이 나와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도서 <수학의 힘>
제목 그대로 인생의 무기가 되는
12가지 수학 도구를 담은 책인데요.
살면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고 느낀 순간이 있잖아요.
하루의 날씨부터 주식, 최근 핫 했던 진자 운동같이
예측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
사소하게는 ‘저 유튜브 콘텐츠가 왜 인기가 많을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까지
이 책이 수학을 이용해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수학을 통해 합리적으로 예측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돼서
정말 좋았고요.
그렇게 또 한 번 수학의 힘을 느끼고 나서
인류의 세 가지 마법이라는 거창한 방식으로
수학을 묘사해 봤습니다.
학창시절 왜 배워야 하는지 몰랐던 수학이
우리의 삶에 이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제가 느낀 수학의 힘을 한번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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