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블랙미러>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사람들은 어떤 특수한 렌즈를 사용하는데
눈에 착용한 이 렌즈는 카메라와 같이
내가 본 모든 걸 저장할 수 있고
그렇게 저장한 걸 언제나 어디서든 다시 볼 수 있다.
그래서 주인공과 아내는 잠자리를 가질 때
몸은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장면을 재생하며
진정한 동상이몽을 보여주기도 하고
주인공의 아내가 바람 핀 정황이 있자
주인공이 아내의 렌즈를 재생시켜 아내의 외도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내와 관계를 가진 내연남에게 찾아가
내연남의 렌즈에 저장되어 있는 아내의 영상을 지우라고 협박까지 한다.
이게 SF소설처럼 느껴지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그랬듯 소설을 뛰어넘는다.
뇌과학자 잭 갤런트와 연구진은
피실험자를 FMRI 기기에 넣고 무작위의 영상을 보여줬다.
피실험자가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연구진은 피실험자가 영상을 시청할 때 나온 시각 피질의 반응을 분석한다.
그렇게 시각 피질의 반응을 분석한 연구진은
피실험자가 어떤 영상을 봤는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피실험자의 뇌만 보고도
그 사람이 본 영상을 다시 구현해 낼 수 있으니까.
왼쪽에 있는 영상이 피실험자가 본 영상
오른쪽에 있는 영상이 뇌 활동을 분석해 다시 구현해 낸 영상이다.
이 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아는가?
<블랙미러>에서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카메라로 저장하듯 저장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본 것, 바로 꿈이다.
신나게 날아다녔던 꿈
무지개를 걸었던 꿈
이별한 이와 행복하게 같이 놀았던 꿈까지
모두 다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끝인가?
뇌에서 본 영상을 바깥으로 다시 꺼낼 수 있다면
바깥세상을 다시 뇌에 집어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바로 시각장애인에게 말이다.
조금 다른 기술이지만
바깥세상을 머리에 집어넣는 건 지금도 가능하다.
눈에 인공망막칩을 심고
안경에 있는 카메라가 영상을 찍으면
컴퓨터가 그 정보를 인공망막칩에 전달해
뇌가 영상을 인식할 수 있다.
10년 동안 앞을 보지 못했던 사람이
다시 눈을 뜨고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또 뭘 해볼까?
우리의 모든 감각은 어차피 다 뇌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소리를 듣는 청각도 살펴볼까?
똑같이 FMRI에 사람을 넣고 이번에는 음성을 들려준다.
문장을 하나 들려주고 뇌를 살펴보면
피실험자는 각각의 단어를
각자 다른 곳에, 각기 다른 패턴으로, 저장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아빠라는 단어, 엄마라는 단어, 유튜브라는 단어, 1분과학이라는 단어까지
모두 다 우리의 뇌에 있다.
연구진은 이 패턴을 분석해
우리가 사용하는 2천 단어 정도가 어디에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아냈다.
이 말은 적어도 그의 2천 단어는 피실험자가 구태여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1천 단어 정도 된다.
글쓰기까지 합하면 약 1만 단어다.
이 기술이 더욱 정교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내 생각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건
간단하게 거짓말 탐지기에도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이 기술이 가져올 진짜 엄청난 변화는
바로 지금 우리의 손에 있는 그것에 있다.
우리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전지전능한 기계
스마트폰이다.
지금은 우리가 이 엄청난 컴퓨터와 손가락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기술이 적용되면
굳이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생각만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서로 온라인으로 연결만 되어 있으면
서로 소리 내어 말할 필요도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믿기가 힘든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쥐 한 마리, 브라질 나탈의 쥐 한 마리가 있다.
두 쥐는 똑같이 생긴 케이지 안에 있고
그 안에는 똑같이 생긴 두 개의 스위치와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레버가 있다.
쥐들은 스위치에 불이 들어온 쪽의 레버를 누르면
보상이 나온다는 걸 훈련 잘 알고 있다.
이 두 쥐의 뇌를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한쪽 쥐에게만 정보를 주면 어떻게 될까?
먼저 왼쪽 쥐의 케이지 안에서 왼쪽 스위치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스위치에 불빛이 들어온 걸 발견한 쥐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왼쪽 레버를 누른다.
이때 오른쪽 쥐의 케이지 안에서는
양쪽 스위치에 모두 노란 불이 들어왔다.
두 쥐가 모두 정답을 맞혀야지만 기계에서 보상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양쪽 스위치에 모두 불이 들어온 걸 확인한 오른쪽 쥐는
어떤 쪽의 레버를 누를까?
쥐의 선택은 왼쪽이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서도
인터넷으로 연결된 두 쥐의 뇌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었다.
심지어 오른쪽 쥐가 올바른 방향을 찾는 데 실패했을 땐
왼쪽 쥐는 움직임을 더 간결하고 확실하게 해서
오른쪽 쥐에게 알려주는 듯한 행동까지 보였다.
현재 이들의 다음 연구는
여러 마리의 쥐의 뇌를 하나의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게 엄청 놀랍게 느껴지겠지만
사실 우리는 최근에 이런 변화를 계속 봐왔다.
원숭이가 로봇팔을 조종해 바나나를 먹는다든지
뇌에 뉴럴링크가 심어진 원숭이가
이미 전선이 분리되어 있는 무용지물 조이스틱을 잡고
머리에 있는 인터넷으로 조종해서 게임을 한다든지
척추가 끊긴 동물이 자신의 하반신을 와이파이로 조종한다든지
이미 인간도 하고 있고, 우리도 하고 있고
인간의 능력은 이미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은 지 한참이다.
우린 인간의 뇌를 간단하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가장 안쪽에 있는‘뇌간’, 그다음 ‘변연계’, 그다음 ‘대뇌피질’
이걸 다시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라고 부른다.
이제 우리는 한 겹의 뇌가 더 생겨나려고 한다.
바로 ‘컴퓨터의 뇌’가 진화가 시작된 것이다.
컴퓨터가 연결된 인간,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게 된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인간이 신을 만들면서 시작됐고
인간이 신이 되면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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