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과학] 우와 비온다

 

 

 

난 코로나 덕분에 여행이 힘들어지면서 여행 유튜브를 많이 봤다.

그중에서도 인도 여행 콘텐츠가 재밌었는데

인도라는 나라 자체도 재밌었지만

그보다 더 흥미로웠던 건

인도를 여행하는 유튜버들의 반응이었다.

 

더럽다, 예의 없다, 시끄럽다, 사기꾼들이다 하며

인도를 최악의 나라로 묘사하는 유튜버들이 있는가 하면

인도 여행이 가장 재밌다, 인도 사람들 착하다, 이렇게 걸어 다니면 말도 걸어준다.

심심하지가 않다 라고 말하는 유튜버가 있었다.

 

나 궁금했다.

저렇게 모두가 말하는 인도가 다르다면

인도는 좋은 곳일까 나쁜 곳일까?

인도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일까 나쁜 사람들일까?

 

사람들이 말을 한다.

사람들은 ‘말’을 한다.

세상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한다

 

“세상 참 살기 힘드네” “인생 별거 없다”

“저런 사람 피하세요” “이런 사람을 만나야죠”

“햇빛 때문에 나갈 수가 없네” “웬 비가 족같이 내리네”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 참 재밌다” “여기 너무 이쁘다”

“난 지루하게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아”

“저 사람 봐 웃기다” “꽃 봐” “나무 봐” “하늘 봐”

“우와 비 온다” 하면서 비 올 때 일부러 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럼, 세상은 힘든 곳일까 재밌는 곳일까?

인생은 별거 없는 걸까, 아님 가만히 있어도 좋은 게 인생인 걸까?

비에 젖는 건 찝찝한 걸까, 기분 좋은 걸까?

 

사람들은 이렇게 수많은 말을 하지만

그들이 어떤 말을 하든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어떻든

이 세상을 설명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하는 말은

이 세상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을 설명하는 것이다.

 

누군가 “세상이 살기 힘들다”라고 말하면

살기 힘든 세상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세상을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누군가 “꽃이 이쁘다”라고 말하면

이쁜 꽃이 존재하는 게 아니고

“꽃이 이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꽃은 예쁜 것도 못생긴 것도 아니고

인도는 좋은 곳도 나쁜 곳도 아니다.

심지어 추운 겨울, 더운 여름도 존재하지 않는다.

꽃이 예쁘다고 말하고, 인도가 재밌다고 말하고

겨울이 춥다고 말하고, 여름이 덥다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내가 우주는 경이로운 것이라고 말할 때

내가 어린이들이 신이라고 말할 때

내가 말이라는 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을 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세상에 대해 내가 설명한 건 아무것도 없다.

 

경이로운 우주는 존재하지 않고, 어린이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가 경이롭다고 말하고

어린이가 신이다라고 말하고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로 설명하고 있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설명이라는 것 자체가 환상이니까.

 

그래서 사실 나는 유튜브를 그만두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무지개를 봤다.

우리 집 바로 앞에

살면서 내가 본 무지개 중에 가장 큰 무지개가

도로 위 한가운데 떡하니 떠 있었던 것이다.

 

비 오는 날, 미친놈처럼 뛰어다니려다가 무지개를 발견한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 멋진 무지개를 바라봤다.

 

그런데 정말 아무도, 아무도 무지개를 보는 사람이 없었다.

마법처럼 멋있는 무지개가 떠 있는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모두 그저 바로 앞길을 가기 바빴다.

 

난 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집 앞에 커다란 무지개가 떴다며 빨리 내려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마는 바로 내려왔고

엄마는 내려오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외쳤다.

“와, 무지개다. 멋지다, 엄청 크다. 여러분, 무지개예요.

엄청 큰 무지개, 무지개 봐보세요.”

 

그러자 땅만 보며 걷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 무지개를 바라봤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멋진 무지개가 존재하지 않아도

예쁜 꽃이 존재하지 않아도

경이로운 우주가 존재하지 않아도

무지개를 멋지다고 말하고

꽃이 이쁘다고, 우주는 경이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나는 좋으니까

 

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